배우 하정우.

배우 하정우가 두 번째 에세이집 <걷는 사람, 하정우>를 출간했다. ⓒ 문학동네

  
7년 만에 배우 하정우가 또 다른 에세이 집을 발표했다. 전작이 그림이 중심이었다면 이번엔 걷기가 주제였다. 하정우가 평소 일상을 지키기 위해 꾸준히 해온 활동이기도 하다. 

27일 서울 서교동의 한 카페에서 <걷는 사람, 하정우>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하정우는 "보통은 극장에서 기자 분들과 만나는데 출판기념회에서 만나니 더 쑥스럽고 어색하다"는 말로 운을 뗐다. 이번 에세이집을 두고 그는 "2011년 첫 책을 내면서 5년마다 삶을 정리해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며 이번 작업의 시작점을 밝혔다.

하정우의 일상

책엔 그가 평소 즐겨 걷는 국내 코스와 휴식을 위해 자주 찾는 하와이 걷기 코스 등이 담겨  있었다. 얼굴이 알려진 직업을 가진 사람으로서 느끼는 일상의 중요성, 배우로서 그리고 감독으로서 벽에 부딪히거나 막힐 때 느꼈던 점들이 하정우 특유의 문체로 묘사돼 있었다.

"한국에서의 보통 일상은 없는 것 같다"며 하정우는 "아마 얼굴이 알려지지 않았다면 굳이 하와이까진 가지 않았을 것이다. 제게 하와이는 일상에 집중하는 곳일 뿐"이라 말했다. 

"어떻게 휴식을 취해야 재밌을까, 주어진 시간 내에 가성비 높은 휴식을 취하는 방법은 뭘까 고민하다가 걷기에 빠지게 됐다. < PMC: 더 벙커 > 촬영이 끝나고 쉬는 시간을 어찌 보낼까 생각하다가 문득 7년 전 했던 다짐이 떠올라 문학동네(출판사)에 연락했다.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1년에 한 천명 정도? 정신없이 산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무의식적으로라도 정신 차리며 살려고 한다.

그때그때 맞이했던 상황과 순간을 늘 기록하려 했다. 책 준비를 올해 3월부터 하게 되면서 지난 일기장을 뒤적이며 어떤 이야기를 풀어낼지 생각했다. 제가 전업 작가가 아니고, 이런 작업이 익숙하진 않지만 일상이 중요하다는 걸 전하고 싶었다. 행간에 숨어 있는 진심을 읽어주시길 바라는 마음이다."

 
 배우 하정우.

"한 작품을 할 때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1년에 한 천명 정도? 정신없이 산다고 생각하시겠지만, 무의식적으로라도 정신 차리며 살려고 한다." ⓒ 문학동네

 
하정우와 함께 걷기를 실천하는 이들은 동료 배우와 영화 관계자 및 일반인 친구 등 20여 명 정도. 2012년엔 다큐멘터리 < 577프로젝트 >를 통해 이미 그의 걷기 사랑이 공개된 바 있다. 하정우는 "최근엔 정우성 형, 주지훈씨 등이 걷기를 생활화하며 살고있는 것 같다"고 넌지시 귀띔했다.

배고프면 밥을 먹고 피곤해지면 잠드는 보통의 일상이 유명 배우에겐 쉽지 않을 때가 많다. 무명시절부터 운동과 맥주, 먹는 것을 즐겼던 하정우는 "걷기를 통해 일상에서 느꼈던 행복감을 다시 느끼게 됐다"며 "걷기와 그림은 제가 배우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지탱하게 하는 양 축이다. 큰 위안이고 힐링"이라 설명했다.

생각은 짧게 행동을 먼저

꾸준한 걷기를 위해 하정우는 몇 가지 요령을 공개했다. "특별한 기술이나 노하우가 필요 없는데 일정 기간 걸었으면 충분히 쉬는 것도 중요하다"며 "적은 목표부터 실천해간다면 더욱 꾸준히 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물론 신발도 중요하긴 하다. 우리가 보통 알고 있는 브랜드의 기능성 운동화를 신으면 좋을 것이다. 굳이 제가 주로 다니는 한강 공원이 아닐지라도 아파트 단지 내 혹은 시내의 어느 한 블록이라도 정해놓고 시작하는 게 좋다. 처음엔 지루한데 5바퀴, 10바퀴 이렇게 적은 양부터 실천해가면 어느새 많이 걷게 되는 자신을 발견할 것이다.

요령 없이 마구잡이로 걷는다면? 남성분들은 사타구니가 위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래서 전 파우더 등을 챙긴다. 또 주요 부위에 바르는 크림도 있다. 그런 건 챙기면 도움은 된다. 하지만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과욕에 한 두 번 걷고 한 달 쉬는 친구들을 꽤 봤다. 조금씩 늘려 나가보자. 저도 매일 아침이 귀찮다. 비가 오면 잘됐다 싶다. 그런데 움직이고 나서 찾아오는 쾌감을 알기에 일단 생각은 줄이고 몸부터 움직이고 보는 것 같다."


일정 거리를 걸으면서 평소 하정우는 "요즘엔 촬영 중인 작품 생각, < PMC >가 잘 될까 하는 생각, 그리고 오늘 저녁엔 뭘 먹을까를 생각한다"며 나름의 감정과 생각의 조절 노하우도 공개했다.

"아무래도 감정 조절이 어렵잖나. 게다가 제 직업이 그런 감정을 이용하는 거라 가끔 제 감정이 어디로 튈지 모르는 상황에 처하기도 한다. 그냥 넘길 수 있는 말인데 어떤 날은 꽂혀서 종일 기분이 안 좋아지기도 한다. 그럴 땐 너무 단순한 방법이긴 하지만 걷는 양을 늘리거나 강도 높게 뛴다." 
 
 배우 하정우.

"무엇보다 마음가짐이 중요하지 않을까. 처음부터 과욕에 한 두 번 걷고 한 달 쉬는 친구들을 꽤 봤다. 조금씩 늘려 나가보자. 저도 매일 아침이 귀찮다. 비가 오면 잘됐다 싶다. 그런데 움직이고 나서 찾아오는 쾌감을 알기에 일단 생각은 줄이고 몸부터 움직이고 보는 것 같다." ⓒ 문학동네

 
책을 쓸 때 하정우는 "어떡하면 제 음성이 지원되듯 쓸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이후 계획을 밝혔다. "5년 뒤 무슨 책을 쓸지 아직 정하진 못했는데 다양한 경험을 쌓으며 그땐 뭔가 하고 싶은 말이 생기길 바란다"며 그는 "제 이야기가 교만한 가르침이 되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출판사에서 많이 귀 기울여 주셔서 용기를 냈다"고 말했다.

"호기심 많은 성격에 이렇게까지 왔다. 반대로 제가 많이 부족하다는 생각도 늘 한다. 그래서 남들보다 뭔가 노력해야 하고 공부해야 한다는 습관이 들었다. 적어도 생존본능은 남들보다는 더 발달하지 않았나 싶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공부를 아주 잘하지도 못했고, 대학에서도 연기를 잘하는 편이 아니었다. 그때 경험이 절 더 채찍질하고 실천하게 하는 것 같다. 

그게 통했다는 걸 확인받으면 더욱 가속도를 붙이는 것 같다. 배우로서 전 더 재밌는 영화를 찍고 싶고, 감독으로 좋은 영화를 만들고 싶다. 책을 썼다고 제가 작가가 되는 건 아닌 것 같다. 이 책은 어떤 일기 같은 것이다. 그걸 나누고 싶었다. 배우로서 올곧게 하는 것도 어렵기에 지금 책 말고 다른 또 무언가를 도전하겠다는 생각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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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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