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오넬 메시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서서히 늙어가고 있다. 루이스 수아레스와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의 날카로움도 예전만 못하다. 이들은 여전히 뛰어나지만 최고의 자리에서는 서서히 물러날 시기가 다가오고 있다.

실망할 필요 없다. 새로운 골잡이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이번 시즌 유럽을 흔들고 있는 새로운 얼굴들의 공통점은 바로 '효율성'이다. 이들은 많은 슈팅을 시도하지는 않지만 적은 슈팅으로도 많은 득점을 창조하고 있다.

점유율 축구가 저물고 효율성을 극대화한 축구가 유행인 것처럼 유럽 축구를 주름잡는 공격수들도 '고효율'을 자랑한다. 이번 시즌 적은 기회에도 불구하고 많은 득점을 잡아내고 있는 유럽 축구의 '명사수'들을 만나본다.

# 파코 알카세르(7골/13슈팅, 보루시아 도르트문트) 

FC 바르셀로나에서 자리를 잃은 파코 알카세르는 올 시즌 '꿀벌 군단' 독일 분데스리가의 보루시아 도르트문트로 임대 이적을 떠났다. 신의 한수였다. 바르셀로나에서 좀처럼 어깨를 펴지 못했던 알카세르는 자신의 천재성을 도르트문트에서 유감없이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 4경기에 나선 알카세르는 7골을 성공시키며 분데스리가 득점 순위 꼭대기에 위치 중이다. 지난 시즌 바르셀로나 유니폼을 입고 리그에서만 단 4골을 터뜨린 선수와 동일 인물이 맞나 싶을 정도다.
 
 스페인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의 리오넬 메시와 파코

스페인 프로축구팀 FC바르셀로나 시절의 파코(오른쪽) ⓒ EPA/연합뉴스


알카세르의 출장 시간을 보면 그의 기록은 놀라움을 넘어 '엽기적인' 수준이다. 알카세르는 4경기(선발 1경기)에서 단 127분을 뛰는 데 그쳤음에도 골을 무려 7골을 넣었다. 18분당 1골씩을 성공시키는 놀라운 득점 감각이다.

알카세르는 4경기에서 슈팅은 13개를 때렸는데 그 중 7개가 유효 슈팅으로 연결됐다. 7개의 유효 슈팅은 전부 상대의 골망을 갈랐다. 알카세르의 유효 슈팅은 곧 골이었다. 스페인이 기대하던 젊은 공격수가 독일에서 대폭발하고 있다.

# 크리스티안 스투아니(8골/17슈팅, 지로나FC)

이번 시즌 호날두가 떠난 스페인 라리가의 득점왕은 메시의 무혈입성이 예상됐다. 하지만 시즌 초반 라리가 득점 수위를 차지한 선수는 지로나FC의 공격수 크리스티안 스투아니다.

우루과이에서 온 만 32세의 스투아니는 특유의 침착함과 위치 선정 능력으로 골을 양산하고 있다. 스투아니는 이번 시즌 리그 9경기에 출장해 8골을 만들어냈다. 스투아니는 단 17개의 슈팅으로 8골을 엮어냈다. 메시와 수아레스가 40개 가까운 슈팅을 시도해 7골을 뽑아낸 것과 비교하면 엄청난 효율성이다.

지난 시즌에도 지로나 최다 득점자(21골)였던 스투아니는 이번 시즌에도 홀로 지로나의 최전방을 책임지고 있다. 지로나가 이번 시즌 터뜨린 12골 중 그의 득점이 차지하는 비중은 65%가 넘는다. 스투아니의 존재감은 지로나가 전임 감독 파블로 마친을 세비야FC로 떠나보냈음에도 라리가 중위권을 유지하고 있는 결정적 이유다.

# 글랜 머레이(6골/14슈팅,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

이번 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EPL) 득점왕을 노리는 슈퍼스타들의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하다. 에당 아자르, 피에르 오바메양, 사디오 마네 등 빠른 발과 폭발력을 가진 선수들이 EPL 정복을 노리고 있다.

그래서 이들과 정반대로 경기를 풀어가는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 FC의 공격수 글랜 머레이의 약진은 인상적이다. 올해로 만 35세의 노장 머레이는 나이가 무색한 에너지와 적극성으로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느리지만 뛰어난 공중볼 능력과 패널티 박스 안에서 여우 같은 움직임이 머레이를 빛내고 있다.

이번 시즌 리그 10경기에 모두 출장한 머레이는 6골을 넣었다. 브라이튼이 리그 넣은 총 11골 중 절반 이상을 책임진 머레이다. 효율성도 상당하다. 단 14개의 슈팅을 시도해 6번이나 상대에게 치명상을 입혔다. 맨체스터 시티의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6골을 위해 46번의 슈팅을 소비한 점을 감안하면 더욱 놀라운 정확도다.

브라이튼의 사정을 고려하면 머레이의 득점 기록은 더욱 찬사를 받아 마땅하다. 스포츠통계 전문 사이트 'sofascore'에 따르면 브라이튼의 EPL 경기당 평균 점유율은 35.4%로 리그 19위다. 경기당 성공한 패스 횟수는 225개로 리그 18위에 그쳤다.

즉, 머레이는 득점 경쟁자들보다 공은 만지는 횟수가 현저히 적고 공격 기회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허나 머레이는 소수의 역습 찬스를 기가 막히게 살리고 있다. 불리한 상황에서도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고 있는 머레이는 현 시점 EPL 최고의 명사수다.    

# 요비치&헬러(7골/15슈팅&6골/15슈팅,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크)

신기한 현상이다. 알카세르가 이끌고 있는 고도의 효율성 축구가 분데스리가의 전염됐다. 현재 분데스리가 득점 10위 안에 위치하고 있는 선수 중 20개 이상의 슈팅을 시도한 선수는 단 2명에 불과하다. 

많은 공격수들이 알카세르에 버금가는 슈팅 적중도를 보여주고 있다. 그 중 눈에 띄는 선수는 아인트라흐트 프랑크푸르크의 전진을 이끌고 있는 루카 요비치와 세바스티안 헬러다. 두 선수 모두 이번 시즌 리그에서 15개의 슈팅을 시도해 각각 7골과 6골을 기록 중이다.

요비치의 경우 8라운드 포르투나 뒤셀도르프와 경기에서 5골을 작렬시켰다. 이날 경기에서 요비치는 단 6개의 슈팅으로 5골을 뽑아내는 괴력을 발휘했다. 아크로바틱한 슈팅과 타점 높은 헤더 능력을 장착한 만 20세의 요비치는 분데스리가가 주목하고 있는 어린 킬러다.

한 경기에 골을 몰아 넣은 요비치와 달리 헬러는 꾸준한 슈팅 정확도를 뽐내고 있다. 6골을 5경기에 나눠서 집어 넣은 헬러다. 190cm에 달하는 큰 신장으로 공중을 지배하는 헬러는 덩치에 어울리지 않는 섬세한 발 기술도 장착했다. 6골과 더불어 그가 지금까지 기록한 5개의 도움이 그의 능력을 증명한다. 이번 시즌 헬러의 공격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능력은 적어도 지금까지는 메시에 버금 갈 정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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