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호랑이는 역시 결정적 한 방을 날릴 줄 아는 승부사였다. 어웨이 팀 수원 블루윙즈가 축구 명가의 부활을 위해 마지막까지 안간힘을 썼지만 끝내 호랑이굴을 무너뜨리지는 못했다. 전반전에 만든 세트피스 두 골이 꽤 묵직한 결정타였던 것이다.

김도훈 감독이 이끌고 있는 울산 현대가 지난 10월 31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2018 FA(축구협회)컵 준결승전 수원 블루윙즈와의 홈 경기에서 2-1로 이겼다. 울산은 전남을 물리친 대구 FC와 홈&어웨이 결승전 두 경기를 치르면서 대회 2년 연속 우승을 노리게 되었다.

집중력 잃은 수원 상대로 세트 피스 2골 '울산'

일본 J리그 가시마 앤틀러스에 덜미를 잡히는 바람에 2018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결승전 문턱에서 분루를 삼킨 수원 블루윙즈는 이번에도 결승전을 코앞에 두고 발목을 잡혔다. 세트피스 수비 상황에서 위험 지역으로 달려드는 상대 선수들을 밀어내지 못한 것이 결정적인 원인이었다.

경기 시작 후 6분만에 좀 싱거운 듯한 골이 나왔다. 미드필드 오른쪽 측면에서 프리킥 기회를 얻은 홈팀 울산이 먼저 웃었다. 왼쪽 풀백 이명재가 올려준 세트피스 크로스를 수비수 리차드가 머리로 살짝 방향을 바꿔 그물을 흔든 것이다. 
 
수비하는 수원 선수들은 리차드의 오프 사이드 반칙을 주장했지만 VAR(비디오 판독 심판) 조언을 들은 김용우 주심은 휘슬을 길게 불며 득점을 확인시켜주었다. 프리킥이 골문 바로 앞으로 날아들 때 가장 위험한 자리로 달려드는 리차드를 따라붙는 수원 수비수는 아무도 없었다. 

수원의 세트피스 수비 불안은 32분에도 반복되었다. 울산의 왼쪽 코너킥을 한승규가 오른발로 감아올렸을 때 선취골 주인공 리차드를 따라붙는 수비수는 이번에도 전혀 보이지 않았다. 거기서 반대로 넘어온 공은 울산의 간판 골잡이 주니오가 비교적 손쉽게 발리 슛으로 성공시켰다. 베테랑이라 자부하는 수원 골키퍼 신화용조차 몸 한 번 제대로 날리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당한 골이었다. 

아무래도 수원 블루윙즈가 가시마 앤틀러스에 당한 AFC 챔피언스리그 준결승전 실패 충격이 꽤 큰 모양이었다. 그래도 후반전에는 수원의 자존심이 분명히 드러나기도 했다. 한동안 팀을 떠났다가 다시 돌아온 서정원 감독이 수비형 미드필더 조원희 대신 골잡이 박기동을 들여보내며 4-4-2 포메이션으로 전술 변화를 준 것이 맞아 떨어진 것이다. 

울산의 마지막 상대는 첫 결승 진출한 '대구 FC'

이 대회 우승 트로피를 차지하여 축구 명가의 부활을 외치고 싶은 수원 블루윙즈는 후반전 초반에 그 절실함을 경기력으로 충분히 증명했다. 전반전이 끝나기도 전에 왼쪽 풀백 홍철이 뜻밖의 부상으로 물러나는 악재까지 겹쳤지만 이대로 주저앉을 수원이 아니었다. 

56분, 서정원 감독의 후반전 선수 교체가 어떤 의미인가를 입증하는 귀중한 만회골이 터졌다. 박기동이 왼쪽 끝줄 바로 앞에서 부드럽게 드리블 방향을 바꾼 뒤 오른발 인사이드로 컷 백 크로스를 낮게 깔아주었고 이 공을 향해 미드필더 이종성이 달려들며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정확하게 왼쪽 구석으로 굴려넣었다. 

후반전 시작 후 얼마 지나지 않아서 터뜨린 만회골이었기에 호랑이굴은 더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울산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았다. 수비형 미드필더로 뛴 믹스와 박용우가 중심에 서서 수원 선수들과의 허리 싸움을 당당하게 펼친 덕분이었다. 

수원 블루윙즈는 83분에 이기제가 왼쪽에서 오른발로 감아올린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임상협이 헤더 슛으로 골을 노렸지만 울산 골키퍼 오승훈이 자기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잘 막아냈다. 

울산 벤치에서는 후반전 추가 시간에 공격형 미드필더 한승규를 빼고 경험 많은 왼발잡이 멀티 플레이어 박주호를 들여보내 종료 휘슬이 울릴 때까지 수비 집중력을 잃지 않은 덕분에 귀중한 승리를 지켜낼 수 있었다. 
 
같은 시각 광양전용구장에서 전남과 대구가 만났는데 어웨이 팀 대구 FC가 2-1로 이겨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FA컵 결승전에 오르는 감격을 누렸다. 국가대표 골키퍼 조현우가 든든히 골문을 지키고 있는 대구 FC는 결승 1차전을 울산 호랑이굴에서 치러야 한다. 하지만 2차전을 자신들의 홈인 대구 스타디움에서 뛸 수 있기에 사상 첫 우승을 노릴 수 있게 됐다.
   
2018 FA컵 준결승 결과(31일 오후 7시 30분, 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 울산 현대 2-1 수원 블루윙즈 [득점 : 리차드(6분,도움-이명재), 주니오(32분,도움-리차드) / 이종성(56분,도움-박기동)]

◎ 울산 선수들
FW : 주니오
AMF : 이근호(67분↔황일수), 한승규(90+2분↔박주호), 김인성
DMF : 믹스(80분↔이영재), 박용우
DF : 이명재, 임종은, 리차드, 김태환
GK : 오승훈
- 경고 : 50분 임종은

◎ 수원 선수들
FW : 데얀 다미아노비치
AMF : 염기훈, 김준형(68분↔김종우), 임상협
DMF : 조원희(46분↔박기동), 이종성
DF : 홍철(40분↔이기제), 곽광선, 조선진, 신세계
GK : 신화용

★ 전남 드래곤즈 1-2 대구 FC(10월 31일 오후 7시 30분, 광양전용구장)

◇ 결승전 순서(상세 일정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음)
1차전 ☆ 울산 현대 - 대구 FC(울산 문수월드컵경기장)
2차전 ☆ 대구 FC - 울산 현대(대구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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