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이번스는 벌떼 불펜과 탄탄한 야수진의 힘을 앞세워 2007년부터 2012년까지 무려 6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다. 이는 해태 타이거즈와 현대 유니콘스, 삼성 라이온즈 등 왕조 시대를 보낸 그 어떤 팀들도 이루지 못한 KBO리그의 유일한 기록이다. 하지만 왕조 시대를 끝낸 SK는 2013년부터 작년까지 와일드카드로만 두 차례 가을야구의 향기를 맡았을 뿐 한국시리즈는커녕 준플레이오프조차 진출하지 못했다.

SK가 나름의 암흑기 아닌 암흑기를 보내던 시절, '선수 팔아 구단 운영한다'는 비아냥거림을 이겨내고 가을야구 단골손님으로 등장한 팀이 바로 넥센 히어로즈다. 넥센은 창단 6년째이던 2013년 처음으로 포스트시즌 무대를 밟으며 기존 팀들을 위협했고 2014년에는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했다. 넥센은 2015년과 2016년에도 앤디 밴 헤켄이라는 걸출한 좌완 에이스와 홈런군단을 앞세워 가을야구 진출에 성공했다.

작년 SK가 5위, 넥센이 7위에 머물면서 포스트시즌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던 양 팀은 올해 한국시리즈 티켓을 놓고 5전3선승제의 플레이오프에서 격돌한다. 올해도 233개의 팀 홈런을 기록하며 2년 연속 팀 홈런 1위를 차지한 리그 최고의 거포 군단 SK와 투타에서 끊임없이 젊은 영웅들이 등장하며 플레이오프까지 올라온 넥센. 과연 한 장뿐인 한국시리즈행 티켓을 거머쥐며 두산 베어스에게 도전장을 던질 팀은 어디일까.

10승 트로이카와 40홈런 듀오 거느린 SK
 
각오 밝히는 SK 박종훈 SK 와이번스 투수 박종훈(가운데)이 26일 오후 인천시 남구 그랜드오스티엄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 각오 밝히는 SK 박종훈 SK 와이번스 투수 박종훈(가운데)이 26일 오후 인천시 남구 그랜드오스티엄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 플레이오프 미디어데이'에서 각오를 밝히고 있다. ⓒ 연합뉴스

 
1위 두산과 무려 14.5경기 차이가 나긴 했지만 지난 시즌 75승으로 5위에 머물렀던 SK는 올해 78승을 거두며 2위로 플레이오프에 직행했다. 3년 연속 홈런왕을 노리던 간판타자 최정이 35홈런74타점으로 부진(?)했지만 제이미 로맥과 한동민으로 이어지는 '40홈런100타점 듀오'를 앞세운 장타력은 여전히 무시무시하다. FA를 앞둔 안방마님 이재원도 하위타선에 배치하기 아까운 성적을 올렸고 후반기 맹활약을 펼친 '짐승남' 김강민의 부활도 반갑다.

팀 평균자책점 1위(4.67)에 빛나는 마운드도 매우 견고했다. SK는 돌아온 에이스 김광현이 11승8패 평균자책점2.98로 위력적인 구위를 되찾았고 플레이오프에서도 팀의 운명을 짊어진 1차전 선발로 낙점했다. 믿음직한 외국인 에이스 메릴 켈리는 올해도 158.1이닝을 책임지며 12승을 올렸고 해마다 발전을 거듭하는 잠수함 박종훈도 데뷔 후 최다인 14승을 올리며 SK 선발진을 이끄는 투수로 성장했다. 
 
한동민, 천금과 같은 만루포 9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SK경기. 4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SK 한동민이 만루포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18.9.9

▲ 한동민, 천금과 같은 만루포 9일 오후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두산과 SK경기. 4회말 2사 만루 상황에서 SK 한동민이 만루포를 친 뒤 기뻐하고 있다. 2018.9.9 ⓒ SK와이번스/연합뉴스

 
다만 SK는 투타에서 한 가지씩 커다란 불안요소를 가지고 있다. 먼저 올 시즌 SK의 1번 타자로 맹활약한 '노토바이' 노수광의 부재다. 10월 초 새끼손가락 골절 부상으로 4주 진단을 받은 노수광은 플레이오프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했다. 1번 자리는 베테랑 김강민이 메워줄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스피드가 좋은 좌타자 김재현과 한 방을 갖춘 우타자 정의윤,김동엽 중 어떤 선수가 외야 한 자리를 채우게 될지 주목된다.

마운드에서는 외국인 선수 앙헬 산체스와 마무리 신재웅의 후반기 부진이 고민이다. 전반기에만 7승을 올렸던 산체스는 후반기 11경기에서 1승5패 ERA 8.78로 부진했다. 9월까지 1점대 평균자책점을 유지했던 신재웅도 시즌 마지막 4경기에서 3이닝6실점으로 크게 흔들렸다. 산체스와 신재웅 모두 외국인 투수와 마무리로서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큰 만큼 이들의 구위와 컨디션은 시리즈 전체에 큰 변수가 될 전망이다.

올 시즌이 끝나면 SK와의 2년 계약이 종료되는 트레이 힐만 감독은 아내와 부모님의 건강문제로 SK와 재계약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힐만 감독은 2016년 6위로 떨어졌던 SK를 2년 만에 정규 시즌 2위로 끌어 올린 사령탑이다. SK 선수들은 떠나는 힐만 감독에게 우승 반지를 선물로 주고 싶은 마음이 매우 강하다. 힐만 감독과의 멋진 이별을 위해 앞으로 7승이 필요한 SK는 우선 넥센을 상대로 3승을 먼저 거둬야 한다.

플레이오프에서 등장할 넥센의 다음 영웅은? 
 
넥센 '가자, 플레이오프로!'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과 한화의 4차전 경기.

경기를 5-2 승리로 마치며 플레이오프행을 확정지은 넥센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넥센 '가자, 플레이오프로!'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과 한화의 4차전 경기. 경기를 5-2 승리로 마치며 플레이오프행을 확정지은 넥센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를 꺾은 데 이어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은 한화 이글스마저 조기 탈락시켰다. 넥센이 5전 3선승제의 포스트시즌에서 승리를 거둔 것은 2014년 LG트윈스와의 플레이오프 이후 4년 만이다. 게다가 넥센의 승리는 상대의 실수와 자멸에 의해 거둔 운 좋은 승리가 아니라 투타에서 확실한 우위를 점하며 거둔 완승이었다.

루키 시절 김하성과의 경쟁에서 밀려 외야수로 변신한 임병욱은 준플레이오프 2차전에서 연타석 3점 홈런을 터트리는 등 4경기에서 11타수4안타(타율 .364) 2홈런8타점을 기록하며 시리즈 MVP에 선정됐다. 정강이 부상 이후 수비에서 부담을 느끼는 서건창과 경험이 적은 김혜성 대신 주전 2루수로 출전하고 있는 송성문도 준플레이오프에서 타율 .538(13타수7안타)의 맹타를 휘둘렀다. 

마운드에서는 단연 '안우진의 발견'이 최대수확이다. 올해 정규 시즌 2승4패1홀드 ERA 7.19에 그치며 신인티를 벗지 못했던 안우진은 준플레이오프 2경기에서 9이닝 동안 7피안타1볼넷10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하며 2승을 올렸다. 안우진은 넥센이 왜 자신에게 창단 후 최고 계약금(6억 원)을 안겼는지 가을야구의 대활약을 통해 증명하고 있다. 안우진의 호투가 플레이오프에서도 이어진다면 넥센은 가을야구에 커다란 무기 하나를 더 장착할 수 있다.
 
역투하는 안우진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과 한화의 4차전 경기.

안우진이 9회초 2아웃 상황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역투하는 안우진 23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프로야구 준플레이오프 넥센과 한화의 4차전 경기. 안우진이 9회초 2아웃 상황에서 공을 던지고 있다. ⓒ 연합뉴스

 
SK가 노수광의 부재에 고민하는 것처럼 넥센 역시 이정후의 부재가 큰 고민이다. 물론 넥센 외야에는 준플레이오프 4차전에서 결승타를 터트린 김규민을 비롯해 주전 경험이 많은 고종욱, 근성이 좋은 박정음 등 좌익수 수비가 가능한 외야수들이 즐비하다. 하지만 타율 3위(.355)에 빛나는 타격과 와일드카드 결정전부터 부상으로 교체되기 전까지 여러 번의 슈퍼캐치를 선보였던 감각적인 수비를 겸비한 이정후의 부재는 넥센에게는 분명 큰 전력 손실이다.

넥센은 1차전 선발 투수로 준플레이오프 3차전에서 7이닝 3실점을 기록했던 제이크 브리검이 등판할 예정이다. 해커가 올 시즌 SK를 상대로 2경기에서 1승1패 ERA 8.68로 부진한 반면에 브리검은 올 시즌 SK전에서 1승 ERA 3.60으로 준수한 성적을 올린 바 있다. 다만 준플레이오프 3차전 이후 휴식일이 4일 밖에 없었던 점은 높은 집중력이 필요한 단기전에서 변수로 작용할 수도 있다. 브리검이 1차전에서 퀄리티스타트 이상의 호투를 선보이며 팀을 승리로 이끈다면 넥센도 더 편안하게 시리즈를 끌고 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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