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의 4대 희극 중에 <한여름 밤의 꿈>이 있다. 요정의 숲에서 마법으로 모두 행복해지는 청춘의 사랑을 다룬 작품인데, 이 가을밤에 드넓은 정원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졌다.

매해 10월 '문화의 달'의 셋째 주 토요일인 '문화의 날'을 맞이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빈도시를 선정한다. 올해엔 전남 순천시가 행운의 주인공이 되었다. 문화체육관광부와 순천시가 주최, 문화의달행사추진위원회가 주관한 2018 문화의 달 행사가 국가정원과 시내 일대에서 19일부터 21일까지 열렸다.
 
순천만판타지 하이라이트 문화의 달 주빈도시인 순천의 국가정원에서 20일 열린 주제공연인 <순천만판타지>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기중기를 이용해 이동하는 커다란 달꽃에 매달린 남녀 무용수가 종이를 흩날리고 있다.

▲ 순천만판타지 하이라이트 문화의 달 주빈도시인 순천의 국가정원에서 20일 열린 주제공연인 <순천만판타지>의 하이라이트 장면이다. 기중기를 이용해 이동하는 커다란 달꽃에 매달린 남녀 무용수가 종이를 흩날리고 있다. ⓒ 배주연

 
도심에서는 호수공원, 순천역, 한옥글방에서 시민플래시몹, 인형극과 연주, 사물놀이 등 게릴라 공연이 펼쳐졌다. 그리고 이번 행사의 주된 장소이자 해외에도 알려진 순천만국가정원에서는 19일 달맞이, 20일 달오름, 21일은 달넘이 마당으로 나누어 매일 색다르게 진행을 했다. 고전과 현대, 한국전통과 해외, 목소리와 악기, 무용과 서커스, 토론과 브런치콘서트 등 폭넓게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관람객이 취향에 따라 골라 즐기는 재미가 있었다.

주무대인 잔디마당에서 저녁마다 음악과 춤이 어우러지는 야외공연이 펼쳐졌다. 그중 20일 달오름 마당의 공식행사로 주제 공연인 '순천만판타지'가 있었고 행사에는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김영록 전남도지사 등이 참석했다. 마치 '한가을 밤의 꿈'처럼 멋져서 관람객들이 열광했다.
 
관람객들 순천만국가정원 잔디마당에 열린 문화의 달 공연에 참석한 관람객들

▲ 관람객들 순천만국가정원 잔디마당에 열린 문화의 달 공연에 참석한 관람객들 ⓒ 배주연

 
20일 행사는 한국어와 영어, 수화 3가지 형태로 진행 설명이 이뤄졌다. 식전행사로 순천아고라 소속 200여 명의 시민들이 펼치는 공연 다음에 서울에서 유학하는 60개국 80여 명의 외국인 청년들인 '지구촌 청년 문화사절단'이 한복을 입고 한국무용, K팝, 팝송 등 글로벌 퍼포먼스를 펼쳤다. 이어 내빈들의 축하인사 후 주제공연과 초대가수의 축하공연이 있었다. 야외에 밤이라 시간이 갈수록 쌀쌀한 기온임에도 주최 측이 나눠준 무릎 담요와 핫팩에 벅찬 감동에 후끈 달아올라 마지막 공연까지 자리를 지키는 시민들이 대부분이었다.

특히 '순천만판타지'는 다른 공연과 달리 잔디마당에 설치된 무대를 벗어나, 호수와 뒤편 봉화언덕 및 관객석이 놓인 마당의 허공 등 국가정원 그 자체를 모두 무대로 활용했다. 달과 함께 평화롭게 살던 이들이 달을 훔치는 어부, 외부의 폭력 등을 겪으면서도 결국 활짝 핀 '달꽃'처럼 행복해진다는 이야기를, 웅장한 스케일의 뮤지컬처럼 담아냈다.
 
봉화언덕의 공연 순천만국가정원의 봉화언덕에서 20일 밤에 펼쳐진 <순천만판타지> 공연의 장면 일부이다.

▲ 봉화언덕의 공연 순천만국가정원의 봉화언덕에서 20일 밤에 펼쳐진 <순천만판타지> 공연의 장면 일부이다. ⓒ 배주연

 
잔디마당에 설치된 기중기를 이용해 대형 달 오브제가 천천히 관객석 위로 움직였고, 달과 연결된 와이어에 매달린 무용수가 선녀처럼 허공에서 춤을 추며 등장했다. 이어 서치라이트와 미디어파사드가 나선형 길로 이어진 봉화언덕 곳곳에 선 무용수들과 꼭대기에 있는 가수의 모습을 비췄다. "달에게 물어 본다, 그 슬픔을 이겨낸 이유" 등의 상황 자막이 잔디정원에 설치된 두 대의 대형스크린에 나타나며 이야기가 전개되었다. 호수에서는 배를 탄 어부가 등장했다.

마지막에 달이 다시 등장할 때는 둥근 달이 아니라, 연꽃처럼 개화한 상태로 꽃잎에 군데군데 설치된 황금빛 조명이 더해져 더욱 몽환적인 분위기를 연출했다. 이때 처음에 등장한 여인 이외에 삿갓을 쓴 남자도 함께 줄에 매달려 춤을 주었다. 클라이맥스에서 무용수는 은하수 별들이 지상에 쏟아진 듯 자잘한 종이를 흩날렸고, 동시에 봉화언덕에서는 불꽃이 터지며 화려함을 더했다.
 
연주하는 린나이 팝스오케스트라 20일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 축하공연에서 린나이 팝스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하고 있다.

▲ 연주하는 린나이 팝스오케스트라 20일 순천만국가정원에서 열린 축하공연에서 린나이 팝스오케스트라가 공연을 하고 있다. ⓒ 배주연

 
이는 허석 시장이 축사에서 말한 "햇빛에 바래면 역사, 달빛에 바래면 설화와 신화"라는 말을 떠올리게 했다. 김영록 도지사는 "전라남도에 예향, 의향, 미향 삼향이 있는데 그 중심에 순천"이라 찬미했고, 도종환 장관이 "아름다운 지역문화를 갖고 있는 순천시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여실하게 순천의 수준높은 미를 증명해주는 공연이었다.         

현장에서는 "끝내준다", "순천사람들 좋겠네", "저런 걸 어떻게 생각했나?" 등 감탄이 이어지며 휴대폰으로 촬영하는 이들이 많았다. 심지어 당일 모든 행사를 마친 후에 시민들이 화장실에서 대기하면서 공연에 대해 지인과 이야기를 할 정도였다.  

20일 밤에 허석 시장은 페이스북을 통해 내빈들과의 식사 사진과 더불어 "개막식 퍼포먼스는 장관님, 지사님도 극찬해"라며 소식을 전했다. 이에 시민들은 "이렇게 멋진 공연은 그 어디에서도 보지 못할 겁니다. 감동 그 자체", "문화와 교육의 르네상스를 만들어주세요", "새로운 순천이 영글어갑니다" 등 댓글을 남겼다.

한편, 축하공연은 가스렌지로 유명한 린나이에 진짜로 근무하는 직원들이 결성한 '린나이 팝스오케스트라'의 연주에 맞추어 여러 장르의 가수들이 노래를 불렀다. 팬덤싱어 스타인 곽동현이 솔로로 <걸어서 하늘까지>를 부르며 시작하여, 이어 테너 이동신과 <카루소>, 바리톤 박요셉과 <슬픈 베아트리체> 등을 함께 불렀다.
 
노래에 휴대폰 조명으로 화답하는 관객들 20일 순천만국가정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축하공연서 시민들이 가수의 열창에 휴대폰 조명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 노래에 휴대폰 조명으로 화답하는 관객들 20일 순천만국가정원 잔디마당에서 열린 축하공연서 시민들이 가수의 열창에 휴대폰 조명을 흔들며 화답하고 있다. ⓒ 배주연

 
객석에서 등장하여 무대로 향하여 깜짝 이벤트를 벌였다 "TV보다 더 이뻐"란 특급칭찬을 받은, 뮤지컬 홍지민은 당일 링거를 맞고 왔다는 말이 무색할 정도로 무대를 곳곳을 뛰어다니며 '말하는 대로', '내가 만약', '댄싱 퀸'을 열창했다. 이에 관객들이 열광하자 "23년에 잊지 못할 콘서트"라며, 싱글들을 매해 모아 10년 안에 개인 콘서트를 하겠다며 소망을 밝히며 크게 기뻐했다.

마지막으로 성악가 김동규가 '볼라레' 후에 본인의 가을 대표곡인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불러 분위기를 달달하게 만들자, 관객들이 휴대폰 조명으로 반겼다. 그리고 앵콜 요청에 직접 드럼을 연주하며 '싱 싱 싱'을 부르자, 일어서서 춤을 추며 화답했다. 끝으로 린나이 팝스오케스트라는  연주로 관객을 배웅하며 끝까지 무대를 지키며 '프로'의 매너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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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자어로 '좋아할, 호', '낭만, 랑', 사람을 뜻하는 접미사 '이'를 써서 호랑이. 호랑이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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