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삼성 선수들이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가시마와 원정경기에서 2-3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수원 삼성 선수들이 3일 일본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AFC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가시마와 원정경기에서 2-3으로 패한 뒤 아쉬워하고 있다. ⓒ 연합뉴스/한국프로축구연맹

 
수원삼성블루윙즈(이하 수원)는 전반 초반 2득점으로 신바람을 냈지만 후반전 수비벽이 무너지면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수원은 3일 일본 이바라키현 가시마 가시마 스타디움에서 펼쳐진 AFC 챔피언스리그 4강 1차전 가시마 앤틀러스(이하 가시마)에게 2대3 역전패를 허용했다. 전반 2분 우치다의 자책골과 전반 6분 데얀의 추가골로 2점 차의 리드를 잡은 수원이지만, 전반 21분 장호익의 자책골과 후반 39분 세르징요의 동점골, 후반 48분 우치다의 역전골을 엮어낸 가시마가 승리를 따냈다.

수원은 지난 8강전에서 같은 K리그 팀인 전북현대모터스를 천신만고 끝에 누르고 올라왔다. 1차전 원정에서 3대0의 대승으로 유리한 고지를 선점했으나, 2차전 수비가 무너지며 위기에 몰렸다. 만약 수문장 신화용의 페널티킥 선방이 없었더라면 이번 4강 진출은 불가능했다. 수원의 부진은 리그에서도 이어졌다. 승점 쌓기에 어려움을 겪으며 순탄할 것으로 보였던 상위 스플릿 진출도 안갯속이 됐다. 그나마 직전 31라운드 울산현대프로축구단과의 경기에서 사리치가 멀티골을 기록하며 5경기 연속 무득점을 깬 것에 만족해야 했다.

리그와 FA컵, AFC 챔피언스리그를 병행하는 강행군 속에서 위기를 맞은 수원이기에 반드시 분위기 반전이 필요했다. 선수들도 이번 경기를 앞두고 투혼을 다짐했다. 팀의 주포 데얀은 "100%를 쏟고 후회를 하지 않으면, 다른 역사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커리어에서 몇몇 기회를 놓쳤고, 잡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는 정말 놓치고 싶지 않다"며 결승에 대한 욕심을 숨기지 않았고, 부상에서 돌아온 염기훈도 "한·일전이기에 더욱 의지가 불타오른다"고 밝혔다.

수원의 투지가 만들어낸 전반 초반 득점

선수들의 투지는 전반 초반부터 그라운드에 나타났다. 그리고 전반 2분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선제골이 터졌다. 코너킥 상황에서 염기훈이 날카로운 킥을 올렸고, 혼전 상황에서 우치다의 몸을 맞은 공이 골 라인을 넘어갔다. 수원은 자신들이 자랑하는 세트피스 상황에서 득점을 하면서 일찌감치 기세를 잡았고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그리고 전반 6분 가시마의 골망은 한 번 더 흔들렸다. 이번에는 데얀이었다. 임상협이 수비 실수를 유도해 낸 후, 데얀이 정확한 슈팅을 자랑했다. 각도가 여의치 않았지만 그의 센스를 볼 수 있었던 아름다운 득점이었다.

그리고 수원 공격에서 가장 눈에 띈 선수는 단연 임상협이었다. 임상협의 수원 내 평가는 좋지 못했다. 지난 겨울 이적 시장에서 영입된 이후 시즌 초반 반짝 활약을 보여줬지만 이후 경기들에서 좀처럼 힘을 쓰지 못했다. 최근에는 안일한 플레이로 팬들의 비판까지도 감수해야 했다. 어쩌면 마지막 기회가 될 수 있는 이번 경기에서 그는 자신의 모든 것을 쏟아냈다. 이날 수원이 터뜨린 2골 모두에 그가 관여한 것을 고려해보면 그의 활약은 실로 대단했다. 과감한 돌파와 집중력 있는 슈팅으로 가시마의 왼쪽 라인을 끈질기게 괴롭혔다. 후반전에는 염기훈과 스위칭을 가져가며 왕성한 활동량을 보여주기도 한 그는 후반 25분 한의권과 교체될 때까지 자신의 임무를 완수했다.
 
전반전까지의 수원 수비수들의 압박도 좋았다. 수원의 초반 2득점은 초반부터 상대를 강하게 밀어붙인 끝에 얻어낸 성과물이었다. 수원은 전방 압박에 힘을 싣기보다는 미드필드진에서 강한 압박을 시도했다. 높은 위치에서 압박을 펼치게 된다면 라인 간 간격이 넓어질 위험을 고려해 촘촘한 간격 유지를 지속했다. 실제로 가시마 중원 미드필더들은 공을 잡으면 2선 미드필더나 윙 포워드로 패스를 잇지 못하고 다시 후방으로 내리는 패스를 이어갈 수밖에 없었다. 조성진의 수비형 미드필더 변신도 이에 한몫 더했다. 주 포지션이 센터백인 그가 더 높은 위치에서 플레이함에 따라 단단한 수비 라인을 형성할 수 있었다.

스코어 상 우위를 점하자 수원은 가시마를 더욱 거칠게 몰아붙였다. 수원에는 이날 경고 트러블에 걸려있는 선수들이 많았다. 조성진, 장호익, 박종우 등 총 8명이 그 대상자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원 선수들은 몸싸움을 피하지 않았다. 상대 공격수에 대한 강한 압박은 물론, 몸을 던지는 허슬 플레이도 불사했다. 박종우는 전반 14분 코너킥 상황에서 상대 수비수와 강하게 부딪히며 기싸움에서 밀리지 않는 모습을 보여준 데 이어, 전반 25분에는 깔끔한 태클로 공격권을 탈취했다. 공중볼 경합을 즐겨 하지 않는 데얀도 이날만큼은 달랐다.

가시마의 파상 공세에 결국 뚫린 수원의 수비벽

수원은 최상의 전반전을 보냈다. 전반 21분 장호익의 자책골이 있었지만, 좋은 경기력을 가져갔다는 평이었다. 문제는 후반전이었다. 후반전으로 접어들면서 수원 선수들의 발걸음이 점차 느려졌다. 우선 침투해 들어오는 가시마 공격수에 대한 마킹이 원활히 이뤄지지 못했다. 라인 간의 간격이 점차 벌어지자 가시마 1선과 2선 사이의 공간이 발생하기 시작했고, 가시마 미드필더들의 전진 패스가 전반전보다 원활하게 돌아갔다. 이로 인해 가시마는 후반 중반으로 넘어가면서 쉽게 주도권을 쥐고 경기를 풀어나갈 수 있었다. 득점을 위해 활동량을 늘려가며 수원 수비를 압박했고 여러 차례 득점 기회들을 만들어갔다.

이에 더해 수비 집중력 부족이 기름을 끼얹었다. 사실 수원의 수비 집중력 부족은 고질적인 문제였다. 경기를 잘 풀어가고도 후반 막판만 되면 실점을 허용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었다. 이번 경기도 마찬가지였다. 후반 30분 내·외로 수원 수비수들의 패스, 클리어링 미스가 눈에 띄게 늘어났다. 후반 추가시간에 허용한 역전골도 조금만 신경을 썼더라면 먹히지 않아도 될 실점이었다. 구자룡이 수비 과정에서 쓰러지고 공이 바운드되어 우치다의 슈팅으로 연결되기 전 걷어낼 시간이 충분했으나, 모두 수비에 관여하지 않았다.

이병근 감독 대행의 교체 판단도 아쉬움으로 남았다. 사실 수원은 후반전 수비 쪽의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됐다. 양측 풀백인 장호익과 이기제가 1대1 매치업 상황에서 열세를 보여줬을 뿐만 아니라 침투해 들어가는 공격수에 대한 마킹도 전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흐름이 계속된다면 곽광선과 구자룡, 센터백 라인마저 함께 무너질 공산이 높았다. 하지만 이병근 감독 대행의 선택은 한의권이었다. 물론 한의권의 뛰어난 스피드로 상대 수비 뒷공간을 노리겠다는 의중이었겠으나, 그러기 위해서는 수원의 수비 안정이 우선적이었다. 가시마의 공세가 계속되자 수원은 수비수 최성근과 양상민을 차례로 투입했지만, 이미 주도권은 가시마로 넘어간 이후였다.

이제 수원은 24일 자신들의 안방인 빅버드로 돌아온다. 1차전에서 승기를 잡았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지만 마냥 비관적이지 않다. 이날 수원이 기록한 원정 2득점은 그들에게 큰 힘으로 다가올지도 모른다. 이병근 감독 대행도 "경기 후 원정에서 귀중한 득점을 올린 것은 의미가 크다고 생각한다. 선수들이 전반처럼 원 팀이 되어서 뛴다면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2차전에서도 잘 되었던 부분을 계속 살리고 후반에 부족했던 점을 보완해서 반드시 승리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수비 불안이 지속된다면 2차전 결과는 1차전보다 암울할 공산이 높다. 남은 3주 동안 수비 안정화 부분에 많은 공을 들여야 하는 수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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