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또 골이다 2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 한국 세 번째 골을 넣은 이승우가 기뻐하고 있다.

▲ 이승우 또 골이다 2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 한국 세 번째 골을 넣은 이승우가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축구 종목에서 추가골의 가치가 얼마나 큰 것인가를 잘 가르쳐준 명경기였다. 손흥민을 왜 한국 축구의 에이스라고 일컫는가를 입증한 경기이기도 했다. 손흥민은 이날 빼어난 공격 기여도를 자랑했다. 특히 황의조가 손흥민의 슈퍼 어시스트 패스를 받아 결승골을 뽑아낸 덕분에 경기 전반에 걸쳐 크게 무리하지 않고 우리가 주도할 수 있었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23세 이하 한국 남자축구대표팀이 우리 시각으로 29일 오후 6시 인도네시아 파칸 사리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베트남과의 준결승전에서 한국 축구의 차세대 에이스로 떠오르는 이승우의 2득점 맹활약에 힘입어 3-1로 이겨 당당히 결승전에 먼저 올랐다.

이승우의 놀라운 집중력과 프로 의식

이란에 이어 우즈베키스탄이라는 까다로운 상대를 물리치고 올라온 준결승전은 초반부터 우리 선수들의 자신감이 드러났다. 베트남이 이번 아시안게임 유일한 무실점 팀으로 4강까지 올랐지만 공간을 효율적으로 파고들면 얼마든지 수비 라인을 무너뜨릴 수 있다는 것을 우리 선수들이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 자신감은 7분 만에 이승우 효과로 나타났다. 베트남 페널티 지역 안쪽에서 상대 수비수를 등지고 황의조가 공 다툼을 펼칠 때 이승우는 골 냄새를 직감하고 흐르는 공에 집중했다. 공을 자기 쪽으로 끌어놓은 이승우는 골문을 향해 돌아서면서 곧바로 왼발 슛을 날려 성공시켰다.

이승우의 슛 타이밍도 빨랐지만 흐르는 공을 예측하고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은 그의 공격 재능이 놀라웠다. 손흥민의 뒤를 이어 한국 축구의 대들보로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이 중요한 순간에 입증한 셈이다.

한국 축구 차세대 에이스를 확인시키는 이승우의 맹활약은 2-0으로 앞선 상태에서 이어진 후반전에도 빛났다. 55분에 천금의 추가골을 터뜨린 것이다. 그런데 그 순간이 자신이 넣은 첫 골과 흡사했다. 역습 드리블을 빠르게 전개한 것도 훌륭했지만 동료 골잡이 황희찬을 빛내기 위해 과감한 전진 패스를 넣어주었고 거기서 흐른 공을 특유의 집중력으로 달려들어가 오른발 바깥쪽으로 가볍게 차 넣은 것이다.

이승우의 골 순간만 보면 모르는 사람들은 쉬워 보이겠지만 실상은 많이 다르다. 결정력을 자랑할 만한 그 위치와 타이밍을 스스로 만들어내는 능력은 현 한국 축구의 에이스 손흥민의 실력과 견주어도 결코 모자라지 않는다고 할 수 있다. 두 선수의 역할이 분명히 다르지만 상대 수비수보다 반 박자 빠르게 결정타를 날릴 줄 아는 집중력과 프로 의식은 '이승우'라는 이름을 앞으로 더 빛나게 할 강점이다.

손흥민의 겸손한 리더십, 금메달을 기다린다

내가 바로 이승우 2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 이승우가 세 번째 골을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 내가 바로 이승우 29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 이승우가 세 번째 골을 성공한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중요한 순간마다 꼬박꼬박 골을 터뜨린 이승우의 활약도 놀라웠지만 주장 완장을 차고 몇 살 아래 아우들을 원팀(one team)으로 끌어모은 손흥민의 겸손한 리더십은 이번 준결승전에서도 역시 빛났다.

웬만한 공격수라면 동료보다 자신이 더 빛나는 자리에 올라서기 위해 골 욕심을 부린다. 상대 팀과의 경쟁 구도는 물론 같은 팀 안에서도 포지션이나 역할 경쟁을 펼치기 위해 보이지 않는 신경전을 펼치기도 하는 것이 축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 팀 주장 손흥민은 이번 대회에 임하며 가장 화려하게 빛나고 싶은 욕심은 멀찌감치 버린 듯했다. 무리한 드리블이나 슛을 시도하기보다는 더 좋은 위치로 뛰어들고 있는 동료들을 빛내기 위해 한 발 더 뛰고, 더 효율적인 공간을 파고들거나 멋진 패스로 어시스트를 기록하는 것들의 가치를 높이고 있는 것이다. 공격수에게 보기 드문 겸손한 리더십 바로 그것이다.

한국 축구 수준에 비해 한 단계 아래로 평가받는 베트남과의 준결승전이었지만 그들의 최근 상승세와 오랫동안 팀 플레이를 유지해 온 조직력을 감안하면 1골로는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 흐름이었다. 거기서 손흥민의 슈퍼 패스가 반짝반짝 빛나는 결승골을 도운 것이다.

28분, 수비형 미드필더 이진현의 역습 패스를 받은 손흥민은 몸 방향을 살짝 돌리면서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아웃사이드 패스를 넣어주었다. 이 순간 보는 이들이 탄성을 터뜨릴 정도로 완벽한 오프 사이드 라인 브레이킹이 이루어졌다. 손흥민의 패스 타이밍을 믿고 베트남 수비 뒤쪽 공간으로 빠져 들어간 황의조 앞에 아무도 없는 기막힌 어시스트가 이루어진 것이다.

이 멋진 기회에서 최고의 골잡이로 떠오른 황의조는 한치의 오차도 없는 완벽한 오른발 골을 터뜨렸다. 황의조 개인의 대회 9호골이자 한국 팀의 결승 진출을 확인시키는 순간이었고 사실상 득점왕 경쟁자가 이제 의미 없다는 것을 알리는 신호로 보였다.

손흥민의 슈퍼 패스, 황의조의 믿음직스러운 결정력 덕분에 박항서 매직으로 불리는 베트남의 상승세는 단번에 꺾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베트남은 포기하지 않고 따라붙었다. 70분에 후반전 교체 선수 나상호의 반칙으로 내준 위험 지역 프리킥이 화근이었지만 베트남 미드필더 쩐 민 브엉의 오른발 감아차기가 일품이었다. 부상을 딛고 다시 장갑을 낀 조현우 골키퍼가 자기 오른쪽으로 날아올랐지만 수비벽을 넘어 날아오는 공을 쳐내지 못했다.

역시 황의조! 3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득점하고 있다.

▲ 역시 황의조! 30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보고르 치비농의 파칸사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한국과 베트남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득점하고 있다. ⓒ 연합뉴스


베트남의 만회골이 점수 차를 더 이상 좁히지는 못했지만 분위기는 충분히 휘어잡을 수 있는 계기가 됐다. 그로부터 9분 뒤 교체 선수 응유엔 꽁 푸엉이 한국 페널티 지역 안에서 드리블로 두 선수를 따돌린 다음 날린 오른발 슛은 추격 가능성을 충분히 담고 있었다. 한국으로서는 응유엔 꽁 푸엉의 슛이 오른쪽으로 멀리 벗어난 것을 다행으로 여겨야 했다.

베트남은 88분에도 결정적인 득점 기회를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만들었다. 짧게 차 올린 공이 한국 수비수 머리를 스치며 넘어왔고 풀백 팜 쑤언 마인의 몸에 맞고 한국 골문으로 굴러왔다. 공 방향을 충분히 예측했다면 어김없는 베트남의 추가골이 될 만한 상황이었지만 팜 쑤언 마인의 몸에 맞은 공은 속도가 떨어져 골키퍼 조현우가 잡아낼 수 있었다.

금메달을 확실히 따내기 위해서라도 한국 선수들이 70분 이후에 보인 어설픈 수비 방법은 고쳐야 한다. 손흥민 대신 이시영을 들여보내 오른쪽 풀백으로 쓰고 그 자리에 있던 김문환을 왼쪽 측면 미드필더로 올렸지만 체력면에서 따라가지 못해 왼쪽 풀백 김진야와 자리를 바꾸는 조치까지 급하게 내려야 했고 이진현과 김정민이 맡은 중앙 미드필더로서의 경기 조절 능력은 의문 부호 그 자체였다.

가벼운 부상을 당한 이승우 대신 85분에 센터백 황현수까지 들어왔지만 엉덩이를 뒤로 빼기만 하는 어설픈 수비 라인은 베트남에게 위협적인 측면 크로스를 너무 쉽게 내줬으며 더 멀리 달아날 수 있는 역습 준비는 충분하지 않았다.

이제 우리 선수들은 이틀을 쉬고 9월 1일 오후 8시 30분에 일본과 금메달을 놓고 싸우게 되었기에 멋진 피날레를 위해서라도 작은 실수를 줄이는 경기 운영 요령을 확실하게 익혀야 할 것이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준결승 결과
- 8월 29일(수) 오후 6시, 파칸 사리 스타디움

★ 한국 3-1 베트남 [득점 : 이승우(7분), 황의조(28분,도움-손흥민), 이승우(55분) / 쩐 민 브엉(70분)]

◎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59분↔나상호)
AMF : 손흥민(72분↔이시영), 이승우(85분↔황현수), 황희찬
DMF : 이진현, 김정민
DF : 김진야, 조유빈, 김민재, 김문환
GK : 조현우
- 경고 : 손흥민(62분), 나상호(69분), 이시영(82분)

◇ 경기 주요 기록 비교
슛 : 한국 5개, 베트남 11개
유효 슛 : 한국 5개, 베트남 3개
점유율 : 한국 48%, 베트남 52%
코너킥 : 한국 1개, 베트남 4개
프리킥 : 한국 19개, 베트남 15개
오프사이드 : 한국 4개, 베트남 2개
경고 : 한국 3개, 베트남 2개

◇ 3, 4위전 결승전 일정
☆ 베트남 vs (일본-아랍에미리트 패자) 9월 1일(토) 오후 5시
☆ 한국 vs (일본-아랍에미리트 승자) 9월 1일(토) 오후 8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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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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