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벤투 감독 입국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한국 축구대표팀 새 사령탑 벤투 감독 입국 한국 축구대표팀 사령탑에 선임된 파울루 벤투 전 포르투갈 대표팀 감독이 20일 오후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연합뉴스


파울로 벤투 신임 감독이 지휘할 대한민국 국가대표팀의 1기 명단이 발표됐다. 축구협회는 지난 27일 9월 A매치 소집 대상 선수 24명을 발표했다. 벤투호 1기 선수들은 9월 3일 파주 축구대표팀트레이닝센터(NFC)에 소집되어 7일 코스타리카, 11일 칠레와 평가전을 치른다.

전체적으로 러시아 월드컵에 나섰던 선수들이 여전히 주축을 이루고 있는 가운데 몇몇 새로운 얼굴들의 가세가 눈에 띈다. 부동의 에이스 손흥민(토트넘)을 비롯해 기성용(뉴캐슬), 조현우(대구), 김영권(광저우), 장현수(도쿄), 이승우(베로나), 정우영(알사드), 문선민(인천), 황희찬(잘츠부르크), 이용(전북), 홍철(상주), 이재성(홀슈타인), 윤영선(성남), 정승현(가시마), 주세종(아산), 김승규(고베), 김진현(세레소) 등 총 17명이 러시아 월드컵 멤버들이다.

다시 A대표팀 부름 받은 황의조·지동원

월드컵 멤버 중 벤투호 1기에 탈락한 멤버는 고요한(서울), 김민우(상주), 박주호(울산), 구자철(아우크스부르크), 김신욱(전북). 오반석(제주) 등 6명이다. 김민우를 제외하면 모두 30대에 접어든 선수들이다. 다만 구자철의 경우는 부상 때문에 제외됐다고 벤투 감독이 취임 기자회견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바 있다.

지동원(아우크스), 김민재(전북), 윤석영(서울), 남태희(알두하일), 황의조(감바) 등 5명은 오랜만에 대표팀에 복귀했다. 김민재는 러시아월드컵 승선도 유력했으나 대회 직전 부상으로 아쉽게 낙마했던 케이스다. 포지션 경쟁에서 밀려 신태용호에서는 그리 중용되지 못했던 지동원과 윤석영, 남태희, 황의조는 벤투호에서 재기의 기회를 잡았다. 특히 J리그 감바 오사카와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연일 눈부신 활약을 펼치며 재평가받고 있는 황의조의 상승세가 두드러진다.

황의조, 신들린 경기력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동점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황의조, 신들린 경기력 27일 오후(현지시간)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브카시의 패트리엇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AG) 남자 축구 8강 우즈베키스탄과의 경기에서 황의조가 동점골을 넣은 뒤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깜짝 발탁으로 A대표팀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린 선수는 미드필더 황인범(아산)과 수비수 김문환(부산)이다. 두 선수는 김학범 감독이 이끄는 아시안게임 대표팀에서도 활약 중이다. 벤투 감독은 취임 기자회견에서 성장 가능성이 보이는 젊은 선수들을 적극적으로 중용하여 세대교체를 시도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어서 황인범과 김문환이 A대표팀에서도 눈도장을 받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기존 대표팀 멤버중 가장 논란이 될만한 발탁은 역시 장현수다. 지난 러시아월드컵에서 한국이 허용한 실점에 모두 직간접적으로 관여하며 여론으로부터 어마어마한 비난을 받았던 장현수지만 놀랍게도 벤투호 1기에서도 살아남았다. 빌드업과 멀티 포지션 소화 능력이 돋보이는 장현수는 팬들 사이에서는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한 것과는 달리 홍명보-슈틸리케-고 이광종-신태용 감독에 이르기까지 여러 대표팀 감독들에게는 유독 사랑을 받고 있는 독특한 선수이기도 하다. 장현수가 월드컵의 트라우마를 이겨내고 벤투 감독의 눈도 사로잡을 수 있을지 주목되는 부분이다.

벤투 감독의 과제... 손흥민 컨디션 유지와 대안 마련

벤투호 1기 명단은 코칭스태프가 완전히 바뀐 이후 처음으로 소집되는 대표팀인 만큼 일단은 지난 월드컵과의 연속성과 안정감에 무게를 둔 것으로 보인다. 벤투 감독은 취임 이후 K리그 2경기를 직관하고 축구협회로부터 선수들에 관한 다양한 자료를 제공받았으나 아직 선수층을 폭넓게 파악하기에는 충분한 시간이 부족했다. 한편으로 큰 틀은 유지하면서도 가급적 성장 가능성이 있는 선수들, 혹은 재능은 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한동안 대표팀에서 멀어졌던 선수들을 다수 불러들이며 대표팀에 다시 경쟁구도의 긴장감을 입히려는 시도도 엿보인다.

벤투호는 짧게는 내년 열리는 2019 아시안컵, 길게는 4년 뒤 2022 카타르월드컵까지 장기적인 프로젝트를 대비하고 있다. 당장 대표팀을 둘러싼 몇 가지 중요한 현안에 대하여 결정을을 내려야 하는 것이 벤투 감독의 첫 번째 과제다.

일단 기성용-구자철 등 베테랑 선수들의 국가대표 은퇴 여부는 일단 잔류 쪽으로 가닥이 잡혀가고 있다. 러시아 월드컵 이후 대표팀 은퇴 가능성이 거론되던 두 선수는 일단 결정을 유보했다. 기성용은 벤투호 1기에 이름을 올렸고, 구자철은 부상 때문에 이번 대표팀 소집에서 제외되었지만 다음 A매치에는 승선할 가능성이 높다. 벤투 감독은 두 선수가 대표팀 전력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려할 때 은퇴를 만류할 것으로 보인다. 30대에 접어드는 기성용과 구자철은 현재로서 최소한 아시안컵까지는 대표팀과 동행할 것이 유력하지만 4년 뒤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까지 함께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에이스 손흥민의 '혹사' 문제도 우려를 자아내는 대목이다. 손흥민은 지난 러시아 월드컵 출전으로 비시즌에 휴식을 충분히 취하지 못한 데다, 시즌 개막 이후에는 아시안게임 와일드카드로 차출되어 병역혜택이 주어지는 금메달을 목표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내년 초 열리는 아시안컵까지 출전이 확실시된다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쉴틈 없는 강행군이다. 최근 손흥민과 재계약한 토트넘으로서도 시즌 내내 국제대회마다 주력 선수를 국가대표팀에 내줘야 하는 상황이 불만스러울 수밖에 없다.

손흥민 8강이다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2대 0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이 두 손을 들어 올린 채 기뻐하고 있다.

▲ 손흥민 8강이다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2대 0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이 두 손을 들어 올린 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손흥민의 이전 세대인 박지성은 만 30세의 젊은 나이에 혹사로 인한 부상과 피로 누적으로 비교적 일찍 대표팀 은퇴를 선언한 바 있다. 기성용과 구자철도 갓 30대를 바라보는 나이에 대표팀 은퇴를 고민했던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벤투 감독 입장에서는 갓 한국축구를 맡아 새롭게 팀을 만들어가야 하는 과정에서 평가전이라고 주축 선수인 손흥민을 제외하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손흥민이 철인은 아니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손흥민 같은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호하고 더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대안을 모색해야 할 필요도 있다.

한국축구의 색깔을 새롭게 정립하는 것도 시급하다. 한국축구는 2002 한일월드컵에서 네덜란드 출신 히딩크 감독이 정착시킨 '압박축구'를 바탕으로 전성기를 열었지만 2010년대 이후 점유율 축구의 유행을 받아들이는 과정에서 고유의 개성과 장점을 잃고 무색무취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벤투 감독의 영입을 주도한 김판곤 위원장은 '능동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이끌어줄 수 있는 지도자를 찾겠다는 의지를 밝혔고 그 적임자로 벤투 감독이 낙점됐다. 내년초 열리는 아시안컵이 벤투 감독의 첫 번째 시험무대다. 성적도 성적이지만 대표팀의 세대교체와 체질개선이라는 장기적인 관점에서 벤투호를 지켜봐야 할 필요가 있다. 지난 월드컵 독일전에서 보여준 강한 투쟁심과 단단한 수비-빠른 역습으로 대표되는 한국축구 고유의 색깔과, 아직 베일에 가려져 있는 벤투 감독의 축구철학이 얼마나 조화를 이룰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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