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흥민 8강이다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2대 0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이 두 손을 들어 올린 채 기뻐하고 있다.

▲ 손흥민 8강이다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2대 0 한국의 승리로 경기가 끝난 후 손흥민이 두 손을 들어 올린 채 기뻐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의 8강 대진표가 완성됐다. '쌀딩크' 박항서 감독이 이끄는 베트남 대표팀이 16강에서 바레인을 꺾고 역대 최초로 8강에 진출했고 일본은 한국에게 조별리그 패배를 안긴 말레이시아에게 진땀승을 거뒀다. 중국과 7골을 주고 받는 난타전을 펼친 사우디 아라비아도 8강행 티켓을 따냈고 방글라데시를 꺾은 북한은 인도네시아를 승부차기로 누른 아랍에미리트와 8강에서 격돌한다.

8강전 최고의 빅매치는 역시 한국과 우즈베키스탄의 경기다. 조별리그에서 말레이시아에게 일격을 당하며 조2위에 머물렀던 한국은 16강에서 이란을 2-0으로 격파하며 분위기를 끌어 올렸다. 우즈베키스탄은 조별리그부터 16강까지 이번 대회 4경기에서 13득점 무실점이라는 완벽한 성적으로 8강에 진출했다. 대진운이 비교적 수월하기도 했지만 이번 대회 우즈베키스탄이 보여주고 있는 경기력은 우승후보로 꼽기에 손색이 없다.

이미 이란을 넘은 한국은 우즈베키스탄이라는 또 하나의 고비를 넘기면 금메달에 더욱 가까이 갈 수 있다. 그리고 한국에게는 아시안게임 금메달이라는 목표 외에도 우즈베키스탄을 반드시 꺾어야 할 두 가지 이유가 더 있다. 지난 24년에 걸쳐 우즈베키스탄에게 당했던 두 번의 패배를 이번 기회를 통해 되갚아 줘야 하기 때문이다.

경기 지배하다가 단 한 번의 유효슈팅에 당한 충격적인 패배

아시안게임 축구에 나이제한이 없었던 지난 1994년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 한국은 미국월드컵에서 스페인과 비기고 독일과 대등한 승부를 펼쳤던 A대표팀 정예 멤버를 파견했다. 그리고 '숙적' 일본과의 8강전에서 황선홍의 멀티골에 힘입어 3-2로 짜릿한 승리를 거뒀다. 적지에서 일본에게 펠레 스코어로 승리를 거둔 한국은 1986년 서울 올림픽 이후 8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이 가까워 지는 듯 했다.

하지만 한일전 승리의 달콤함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국은 준결승에서 아시안게임에 첫 출전한 중앙아시아의 우즈베키스탄을 만났다. 구소련에서 독립해 우즈베키스탄이라는 이름으로 국제 경기에 출전한 지 2년도 채 되지 않는 신생팀이다. 3연속 월드컵 출전에 빛나는 '아시아의 호랑이' 한국에게는 전혀 어려운 상대가 아니었다.

실제로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전은 한국의 일방적인 우세로 진행됐다. 하지만 한국의 슛은 번번이 우즈베키스탄 골키퍼의 선방에 막혔고 후반 우즈베키스탄이 때린 첫 유효슈팅은 차상광 골키퍼의 다리 사이로 빠져 나가면서 그대로 결승골이 됐다. 이날 한국은 볼점유율 80%-20%, 슈팅 28-2, 유효슈팅 15-1이라는 압도적인 경기를 펼치고도 0-1로 패하며 결승 진출에 실패했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준결승 패배의 충격으로 3-4위전에서도 쿠웨이트에게 1-2로 패하며 노메달로 대회를 마쳤다. 반면에 한국을 꺾고 결승에 진출한 우즈베키스탄은 결승에서 중국을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미국 월드컵 이후 최인영의 뒤를 이어 대표팀의 주전 골키퍼로 떠올랐던 차상광 골키퍼는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을 끝으로 더 이상 대표팀에 선발되지 못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부분은 히로시마 아시안게임에서의 충격적인 패배가 한국 축구에게 '우즈베키스탄 트라우마'로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의 역대 A매치 맞대결에서 10승4무1패로 일방적인 우위를 지키고 있다. 또한 한국이 2002년 한일월드컵 4강과 2010년 남아공월드컵 16강이라는 성과를 올리는 동안 우즈베키스탄은 아직 한 번도 월드컵 본선 무대를 밟지 못했다.

7개월 전에 당한 연장전 1-4 패배 설욕하고 준결승 갈까

김진야 돌파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김진야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김진야 돌파 23일 오후(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자와바랏주 치카랑의 위바와 묵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열린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축구 16강 한국과 이란의 경기. 한국 김진야가 드리블을 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국은 우즈베키스탄과 A대표팀 맞대결에서는 물론이고 만 23세 이하 연령별 대표팀 맞대결에서도 7승1무1패로 앞서 있다. 하지만 우즈베키스탄에게 당한 유일한 1패가 불과 7개월 전에 당했던 패배였다. 그래도 연장까지 가는 접전이었다고 자위하기엔 연장전 1-4는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 스코어다.

한국은 지난 1월 중국에서 개최한 U-23 아시아 축구 선수권애 출전했다(베트남이 준우승으로 돌풍을 일으켰던 바로 그 대회다). 사실 상금도 없었고 올림픽 지역 예선을 한참 앞두고 열린 대회였기 때문에 많은 팀들이 올림픽 예선을 대비해 만21세 이하의 젊은 선수들을 위주로 대표팀을 구성했다. 한국 역시 이승우, 황희찬, 백승호 등 유럽파 주요 선수들을 제외한 채 K리그 선수들 위주로 대표팀을 꾸렸다.

조별리그에서 2승1무로 8강에 오른 한국은 8강에서 말레이시아를 2-1로 꺾고 준결승에 진출해 우즈베키스탄을 만났다. 전반32분 우즈베키스탄에게 선제골을 내준 한국은 후반 12분 황현수가 헤더골로 동점을 만들었지만 15분 후 장윤호가 경고누적으로 퇴장을 당했다. 한국은 수적 열세로 우즈베키스탄에 맞서다가 연장전에서 체력이 급격이 떨어졌다. 결국 연장 30분 동안 무려 세 골을 허용한 한국은 국제 대회에서 좀처럼 보기 힘든 연장전 1-4 패배를 당했다.

물론 당시의 대표팀과 지금의 대표팀을 직접 비교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 당시엔 손흥민, 황의조 같은 와일드카드도 없었고 이승우,황 희찬 같은 주요 유럽파들도 출전하지 않았으며 황인범, 김진야, 김민재 등 김학범호의 핵심 선수들도 없었다. 하지만 준결승에서 퇴장을 당했던 장윤호를 비롯한 5명의 선수는 7개월 전 중국 현지에서 우즈베키스탄에게 뼈 아픈 패배를 당했던 아픈 기억이 남아 있다.

한국은 이란과의 16강전에서 주전 골키퍼 조현우가 무릎 부상을 당해 8강 출전이 불투명한 상태다. 7개월 전 우즈베키스탄전에서 후보 골키퍼로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 봤던 송범근 골키퍼가 드디어 실력을 발휘할 좋은 기회가 왔다. 유럽형 피지컬을 자랑하는 우즈베키스탄의 기세가 만만치 않지만 한국에게도 우즈베키스탄에게 절대 지지 말아야 할 확실한 이유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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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 남자축구 김학범호 8강 우즈베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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