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길의 아폴론> 포스터

<언덕길의 아폴론> 포스터 ⓒ (주)디스테이션


1966년 일본 나가사키 사세보. 고등학생 카오루(치넨 유리)는 이곳으로 전학을 온다. 자신을 도와주기 위해 말을 건 리츠코(고마츠 나나)를 보고 한눈에 반한다. 또 우연하게 학교 불량아 센타로(나카가와 타이시)를 알게 된다. 피아노를 칠 줄 아는 카오루는 리츠코네 레코드가게에 갔다가 이곳 지하에서 합주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드럼과 비트를 칠 줄 아는 센타로와 경쟁하듯 연주를 한다. 그러면서 카오루, 리츠코, 센타로는 서로를 알아가게 된다.

학창시절 우정과 사랑 앞에서 한 번도 고민 안 해 본 청춘들이 있을까. 타이밍을 놓친 사랑 표현에 상처를 주거나 뜻하지 않게 우정에 금이 가 싸우기도 했던 시절. 이제는 기억 속에만 담긴 그 시절. 일본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은 그 시절의 기억을 담았다. 이 작품은 사랑을 주로 담는 다른 청춘 영화와는 다르다. 학창시절 겪었던 옛 추억을 되살리는 데 중점을 뒀다. 사랑, 우정, 상처 등 다양한 감정을 그린 점도 흥미롭다.

그 시절은 어쩌면 자기감정에 좀 더 충실했던 시절이었을지 모른다. 의사 집안에서 의사가 되기 싫어하는 카오루는 센타로를 좋아하는 리츠코가 신경 쓰인다. 태어나자마자 부모에게 버림받은 센타로에게는 아무에게 말 못하는 아픔이 있다. 리츠코는 센타로가 해변에서 우연히 만난 유리카(마노 에리카)를 좋아하는 사실을 알게 되고 속상해한다. 이들을 치유하고 하나로 묶어주는 요인에는 음악이 있다. 피아노와 드럼을 치고 함께 들으면서 이들은 힘을 얻고 내면의 안정을 얻는다. 그래서 영화는 음악 연주 장면에 공을 들였다. 유리, 타이시는 수개월간 음악 연습에 매진했다.

1960년대 사세보를 그려내기 위해 충실했던 영화

 <언덕길의 아폴론>에서 센타로(나카가와 타이시)가 연주하는 모습

<언덕길의 아폴론>에서 센타로(나카가와 타이시)가 연주하는 모습 ⓒ (주)디스테이션


이 영화에는 1960년대 사세보를 보는 재미가 있다. 낡은 점포와 옛 거리를 재현하기 위해 영화를 오이타 현에 있는 쇼와 거리에서 촬영을 했다. 리츠코네 레코드점은 실제 전파상을 개조해 만들어 현실감이 짙다. 1960년대 사세보의 역사를 알면 영화를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항구 도시인 사세보에는 미군기지가 있다. 영화 속에서 센타로와 카오루가 도쿄에서 온 준이치(딘 후지오카) 형을 찾기 위해 술집을 찾았을 때 해군으로 보이는 미국인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유다. 주 배경으로 성당이 등장하는 것도 천주교 포교가 주로 이뤄진 나가사키의 한 모습이다.

준이치라는 인물은 도쿄에서 대학을 다니다 고향인 사세보로 돌아오는데 뭔가 비밀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알고 보면 그는 대학에서 학생운동을 하는 인물이다. 실제 1960년대는 일본에서 학생운동이 전성기를 맞이했을 때다. 영화에서 준이치와 센타로 카오루가 연주하는 모던 재즈음악은 영화 원작 만화의 작가인 코다마 유키의 의도다. 모던재즈는 194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형식으로 고교생이 연주해도 무리가 없다고 작가는 판단했다고 한다.

 <언덕길의 아폴론>의 스틸컷

<언덕길의 아폴론>의 스틸컷 ⓒ (주)디스테이션


다만, 이 영화는 '한 방'이 없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원작 주인공들을 그대로 갖다놓은 듯한 배우들을 보는 재미는 있다. 그러나 고교생들이 뭉치고 부딪히면서 얻어낸 감정을 그려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그러다보니 메인메뉴가 선명하게 기억나지 않을 수 있다. 작품 막판에는 청춘영화의 뻔한 공식이 등장해 어느 정도 예상 가능한 흐름으로 이어진다. 일본의 시대배경을 잘 모르면 학생운동을 한 준이치라는 인물의 등장이 쉽게 이해하기 쉽지 않다. 120분. 29일 개봉.

언덕길의 아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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