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 키퍼 다비드 데 헤아가 지난해 11월 6일 영국 런던 스탬퍼드 브리지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첼시와의 경기를 앞두고 준비운동을 하고 있는 모습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골 키퍼 다비드 데 헤아 ⓒ 연합뉴스/EPA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의 명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맨유는 20일(한국시간) 영국 브라이튼에 위치한 디 아메리칸 익스프레스 커뮤니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19시즌 잉글리시 프리미어리그(EPL) 2라운드 브라이튼 앤 호브 알비온과의 경기에서 2-3으로 패배했다. 맨유는 올 시즌 두 경기만에 리그 첫 패배를 당했다.

올시즌을 앞두고 맨유를 바라보는 전망은 그리 밝지 않았다. 취약 포지션에 대한 전력보강과 세대교체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은 데다, 조세 모리뉴 감독은 구단의 지원에 불만을 토로하며 선수단과도 불화설에 휩싸였다. 경쟁자들인 맨체스티 시티와 리버풀 등이 모두 알찬 전력 보강에 성공하며 우승 분위기를 끌어올린 것과 대조됐다. 맨유는 프리시즌부터 불안한 경기력을 보이며 올시즌에 대한 우려를 자아냈다.

그래도 개막전에서 레스터시티에 진땀승을 거두며 힘겹게 분위기를 끌어올리는 듯했지만 브라이튼과의 2라운드 경기 만에 맨유의 약점이 여실히 드러났다. 맨유는 지난 시즌 승격팀인 브라이튼에 사실상 경기 내내 밀렸다. 수비 진영에서 어이없는 실수가 이어지며 전반에만 세 골을 내줄 만큼 수비 조직력이 완전히 무너진 게 뼈아팠다. 맨유는 로멜로 루카쿠가 한 골을 만회했지만 전반을 1-3로 끌려간 채 마쳤다.

조세 모리뉴 감독은 후반 시작에 앞서 마커스 래쉬포드, 제시 린가드를 투입했고, 15분에는 마루앙 펠라이니까지 투입하여 분위기 전환을 노렸지만 경기 흐름은 좀처럼 바뀌지 않았다. 브라이튼이 수비적으로 내려앉으며 공격의 주도권은 맨유가 쥐기는 했지만 위협적인 찬스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 오히려 브라이튼의 강한 압박에 맨유는 후방에서의 빌드업에 어려움을 겪으며 단조로운 롱볼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졌다. 후반 경기 종료를 앞둔 49분에야 폴 포그바의 페널티킥 만회골이 나오기는 했지만 이미 승부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은 시점이었다.

브라이튼에 발목 잡힌 맨유, '모리뉴 위기론' 심화될 듯

맨유는 이날 패배로 단숨에 리그 순위 10위까지 떨어졌다. 라이벌 맨시티와 첼시, 토트넘 등이 쾌조의 2연승을 내달리며 순항하고 있는 것과 대조되는 결과다. 모리뉴 감독을 둘러싼 위기론도 더욱 심화될 전망이다.

맨유는 알렉스 퍼거슨 전 감독 시절만 하더라도 사실상 프리미어리그를 지배하는 최강팀이었고 유럽 무대에서도 손꼽히는 강호였다. 퍼거슨 감독은 1986년 맨유 지휘봉을 잡은 후 2013년 은퇴를 선언하기까지 27년간 프리미어리그 우승 13회, UEFA 챔피언스리그 우승 2회 등을 포함해 총 38회의 우승 트로피를 맨유에 선물했다. 심지어 은퇴를 선언한 2012/13시즌에도 리그 우승을 차지하며 명예롭게 물러났다. 그리고 이 우승은 지금까지도 맨유의 마지막 리그 우승 기록이 됐다.

'7-4-5-6-2' 퍼거슨 시대 이후 지난 5시즌간 맨유가 남긴 리그 순위 성적표다. 퍼거슨의 뒤를 이어 데이빗 모예스-루이 판 할-주제 모리뉴에 이르기까지 나름 유럽축구계에서 이름을 떨쳤다는 유명 감독들이 잇달아 지휘봉을 잡았지만 리그 우승은커녕 챔스 티켓이 주어지는 4위권 진입에 실패한 것만 3번이나 된다. 1990년대 이후 퍼거슨 감독 시절에는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장면이다. 재정적인 제약이 있었던 퍼거슨 감독 시절과 달리 후임 감독들은 하나같이 선수 영입에 막대한 지원을 받고도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성적을 냈을 뿐 아니라, 대부분 지루한 수비축구에 의존하며 공격적이고 화끈하던 맨유의 색깔마저 잃었다는 혹평을 피하지 못했다.

 2007년 7월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과 박지성이 20일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열리는 맨유와 서울FC의 친선경기에 앞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2007년 7월 20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퍼거슨 감독과 박지성이 20일 서울 상암월드컵구장에서 열리는 맨유와 서울FC의 친선경기에 앞서 프리미어리그 우승컵을 들고 경기장으로 들어서고 있다. ⓒ 연합뉴스


'우승청부사' 모리뉴 감독도 올시즌이 최대의 고비가 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맨유는 명가의 재건을 위하여 2016년 모리뉴 감독을 전격 영입했다. 첫 시즌에는 비록 리그에서는 부진했지만 유로파리그 우승으로 챔스 티켓을 따내는 데 성공했고 리그컵과 커뮤니티실드까지 오랜만에 3관왕에 성공하며 실리를 챙겼다.

지난 시즌에는 퍼거슨 감독 이후 최고성적이었던 리그 2위를 차지했지만 라이벌 맨시티의 돌풍에 밀려 우승에는 실패했다. 모리뉴 감독이 팀을 맡은 2년차에 컵대회 포함 단 한 개의 우승트로피로 들어올리지 못한 무관에 그친 것은 사상 최초였기에, 사실상 '실패한 시즌'이라는 평가가 더 많았다.

'3년차 부진 징크스' 모리뉴 감독, 올 시즌 맨유에선 어떨까

 EPL 첼시, 맨유에 1-0 승리 2017년 11월 5일

지난 2017년 11월 5일, 맨유와 첼시 경기 당시 모습 ⓒ EPA/연합뉴스


모리뉴 감독은 유럽 굴지의 명문클럽을 거치며 가는 팀마다 수많은 우승트로피를 들어올렸지만 최근 몇 년간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 2기에서 모두 3년을 넘기지 못하고 좋지 않은 성적으로 물러나며 지도력에 흠집을 남겼다. '모리뉴 3년차'라는 기묘한 징크스도 생겼다. 올시즌이 바로 맨유 사령탑으로 부임한 지도 3년차가 되는 시즌이다.

모리뉴 감독은 레알 마드리드와 첼시 시절 선수단 장악에 실패하며 주축 선수들 및 구단주와 갈등을 빚다가 불명예스럽게 퇴진해야 했다. 공교롭게도 올해 프리시즌 행보부터 모리뉴 감독과 맨유의 동거는 불안한 복선을 드리우고 있다. 모리뉴 감독은 5명 이상의 대형 선수 영입을 구단에 요청했지만 맨유가 이적시장에서 데려온 것은 프레드, 디오고 달롯, 리 그란트 정도였고, 사실상 즉시 전력감은 프레드가 유일했다. 최대 약점으로 꼽히는 중앙 수비라인에 전력보강이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은 브라이튼전 패배 포함 2경기에서 벌써 4실점을 내주는 불안한 수비력으로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벨기에 안더레흐트의 콘스탄트 반덴 스톡 스타디움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조제 무리뉴 감독 ⓒ EPA/ 연합뉴스


또한 모리뉴 감독은 구단의 지원에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불만을 토로하는가 하면 선수단과도 갈등을 빚는 듯한 모습으로 첼시-레알 시절의 3년차 행보를 재현하고 있다는 우려를 사고 있다. 이미 여름 이적시장이 마감했음에도 폴 포그바 등 모리뉴와 불화설에 휩싸인 주축 선수들이 조만간 팀을 떠날 수 있다는 전망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여론도 모리뉴에게 우호적이지 않다. 모리뉴 감독 부임 후 맨유가 선수 영입에 투자한 돈만 4억 3200만 유로(한화 약 5544억 원)에 이르는 데도 끊임없이 선수가 부족하다는 불평에 여론은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트레이드 마크였던 화려한 독설과 언론 플레이도 이제는 예전만큼의 영향력을 잃은 지 오래다. 펩 과르디올라(맨시티)-위르겐 클롭(리버풀)-마우리시오 포체티노(토트넘) 등 최근 역동적이고 공격적인 축구를 앞세워 성적과 재미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는 혁신적인 전술가 등이 등장하면서 모리뉴의 트레이드 마크였던 '선 수비 후 역습'의 실리축구는 점점 지루하고 낡은 전술이 되어가고 있다.

벌써부터 많은 축구전문가들은 올시즌이 맨유와 모리뉴가 함께하는 마지막 시즌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하고 있다. 맨유에게도 모리뉴에게도 '화려했던 시절'은 이제 역사 속의 과거가 되어가고 있는 듯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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