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뛰던 당시의 제리 샌즈.

2012년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서 뛰던 당시의 제리 샌즈. ⓒ EPA/연합뉴스


넥센 히어로즈가 5위권 수성을 위해 비장의 카드를 또 한 번 썼다. KBO 리그에서는 팀당 최대 3명의 외국인 선수를 보유(투수 3명 또는 야수 3명은 금지)할 수 있고 경기에 2명 씩 출전시킬 수 있으며 한 시즌에 2장의 교체 카드를 활용할 수 있다. 그리고 넥센은 이 2장의 교체 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넥센은 7일 오후 외국인 타자 마이클 초이스를 웨이버 공시한 뒤, 대체 선수로 제리 샌즈와 계약을 체결했다. 연봉과 인센티브 등 총 금액은 10만 달러(한화 약 1억1200만 원)다. 다른 외국인 고액 연봉 선수들에 비해 금액이 적은데, 일단 올 시즌 남은 기간을 감안하여 계약한 금액이다.

초이스도 공교롭게 지난 해에 7월 29일 KBO리그 경기에 처음 출전했던 교체 카드였다. 지난 시즌에는 46경기 타율 0.307로 좋은 활약을 보이며 재계약을 이끌어냈지만 올 시즌에는 지난 해와 대비하여 만족스러운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96경기 타율 0.258에 17홈런 61타점에 그쳤고, 특히 득점권 타율 0.242에 그치며 클러치 히터로서 낙제점을 받았다. 게다가 후반기 11경기에서 타율 0.176에 그쳤던 것이 웨이버 공시의 결정적 계기가 됐다.

초이스의 대체 선수로 들어올 샌즈는 1987년 미국 뉴욕 주 출신으로 2008 신인드래프트 25라운드에서 로스앤젤레스 다저스에 지명되었던 선수다. 2011년 메이저리그에 데뷔했지만 한 팀에 자리 잡지는 못하고 탬파베이 레이스, 클리블랜드 인디언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마이너리그) 등을 거쳐 156경기 100안타 10홈런 57타점 36득점 타율 0.238을 기록했다.

7일에 계약했지만 샌즈의 팀 합류 시점은 아직 알 수 없다. 일단 샌즈는 취업 비자 발급이 이뤄져야 선수로 뛸 수 있기 때문에 비자 서류 심사를 위해 일본에 가야 한다. 아무리 빨라도 8월 중순에 팀 합류가 가능하여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 게임이 열리기 이전에는 실질적으로 팀에 기여할 기회가 없다. 아시안 게임 시기에 KBO리그는 경기가 없지만 KBO 퓨처스리그 경기는 열리기 때문에 샌즈는 퓨처스리그 경기에 최대한 많이 출전하며 경기 감각을 끌어올릴 예정이다.

3명 모두 새로운 선수로 시작했던 두산

홈런 친 파레디스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삼성 대 두산 경기. 2회 말 1사 두산 파레디스가 솔로 홈런을 친 후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8.3.25

▲ 홈런 친 파레디스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삼성 대 두산 경기. 2회 말 1사 두산 파레디스가 솔로 홈런을 친 후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8일까지 KBO리그 정규 시즌에 임했던 외국인 선수 30명 중 현재까지 리그에 남아있는 선수는 26명이다. 현재까지 두산 베어스와 한화 이글스 그리고 넥센 3팀이 외국인 선수 교체를 단행했고, 그 결과 4명의 선수가 교체됐다.

2015년과 2016년 2년 연속 한국 시리즈 챔피언을 달성했던 두산은 2017년 KIA 타이거즈에게 한 차례 한국 시리즈 챔피언을 내줬다. 이후 두산은 기존에 활약했던 외국인 선수들을 모두 교체했다. 2011년부터 무려 7년 동안 두산과 함께했던 베테랑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현 kt 위즈)와도 결별했다.

투수로는 롯데 자이언츠 출신의 조쉬 린드블럼과 새로운 외국인 투수 세스 후랭코프를 영입했던 두산은 지미 파레디스를 야수로 영입하여 시즌을 시작했다. 다양한 포지션의 수비가 가능하여 영입했던 선수인데, 선구안에 있어서 의구심이 드는 선수였다. 결국 파레디스는 올 시즌 2달만 뛰고 6월 1일 자로 웨이버 공시됐다.

파레디스의 대체 선수로 들어온 야수는 로스앤젤레스 다저스 출신으로 2017년까지 류현진과 한솥밥을 먹었던 외야수 스캇 반 슬라이크였다. 1986년 생으로 류현진보다 나이가 많았던 반 슬라이크는 2005 신인 드래프트에서 다저스에 지명된 선수였으나 2012년이 되어서야 메이저리그에 데뷔했다.

반 슬라이크는 유틸리티 플레이어로 나름 다저스에서 활약했으나 2017년 부상으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신시내티 레즈로 트레이드됐다. 그러나 트레이드 이후 부상으로 한 경기도 뛰지 못한 반 슬라이크는 2017년 시즌이 끝난 뒤 방출됐다.

2018년 마이애미 말린스와 마이너리그 계약을 체결하고 트리플A 경기에 출전하던 반 슬라이크는 두산의 스카우트에 의해 6월에 계약하게 됐다. 말린스는 뉴욕 양키스의 캡틴 출신이었던 데릭 지터가 구단 사장으로 취임한 뒤 긴축 재정에 들어가면서 지안카를로 스탠튼 등의 스타 플레이어들을 다른 팀에 넘기는 등 베테랑 선수들에게 기회가 많지 않은 상황이었고 결국 반 슬라이크는 두산의 러브콜을 받아들이게 됐다.

다만 반 슬라이크는 최근 몇 년 동안 부상 후유증으로 기여도가 크게 감소한 상태인데, 두산에 합류해서도 1군 경기보다 퓨처스리그 경기를 더 많이 나가고 있는 상황이다. 그나마 류현진과 함께 뛸 때의 괜찮은 이미지가 있었기 때문에 스카우트들의 주목을 많이 받았지만 그 시절의 반 슬라이크와 지금의 반 슬라이크는 너무 차이가 큰 모습이다. 반 슬라이크의 7일 경기까지 성적은 1군 6경기 타율 0.105에 2군 13경기 타율 0.250(3홈런)이다.

11년 만의 PS 노리는 한화, 투수 1명 교체 승부수

역투하는 샘슨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샘슨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샘슨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샘슨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7년을 마지막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 이력이 없는 한화는 2009년부터는 승률이 5할을 넘긴 적도 기억에 없을 정도였다. 이후 포스트 시즌 진출보다도 꼴찌 탈출 여부가 더 큰 관심을 받았던 시절도 있었으며, 김응용(현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장)이 감독을 맡았던 시절에도 꼴찌를 탈출하지 못했다. 김성근 전 감독이 부임해서 꼴찌는 탈출했지만 매 경기를 한국 시리즈 7차전 같이 치르면서 많은 사람들의 우려를 샀다.

결국 김성근 전 감독도 계약 기간 3년을 완전히 채우지 못하고 중도에 하차하게 됐다. 감독대행 체제로 2017년을 마무리한 한화는 한용덕 감독 체제로 2018년 시즌을 새롭게 시작했다. 그리고 한때 리그 2위까지 올라서는 놀라운 모습을 보인 한화는 7일 경기까지 정규 시즌 3위에 오르는 등 시즌 내내 놀라운 모습들을 보여주고 있다.

한화는 최근 몇 년 동안 장기적으로 뛰는 외국인 선수도 찾기 힘들 정도로 용병 잔혹사도 심했다. 2018년 시즌 역시 외국인 3명을 모두 교체하면서 시즌을 시작했는데, 2018년 개막을 맞이했던 외국인 선수는 키버스 샘슨과 제이슨 휠러(이상 투수) 그리고 제러드 호잉(야수) 3명이었다.

그러나 휠러는 KBO리그 스트라이크 존에 제대로 적응하지 못하고 결정구도 확실하지 않았으며 호투하는 경기에서도 득점 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했다. 결국 휠러는 파레디스에 이어 올 시즌 2번째로 방출된 외국인 선수가 되고 말았다.

휠러의 대체 선수로는 데이비드 헤일이 선택됐다. 사실 휠러가 심하게 부진했던 것은 아닌데, 예년보다 한화의 팀 성적이 뛰어났다 보니 팀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런 타이밍에 헤일이 양키스에서 양도 지명(Designed for Assignment) 공시되면서 한화가 바로 헤일 영입을 결정하고 휠러를 웨이버 공시하게 된 것이다.

헤일은 땅볼 유도형 투수로 선발로 많이 던졌던 마이너리그 시절에는 로테이션을 딱히 거른 일이 거의 없을 정도로 꾸준한 투수였다. 일단 KBO리그에 와서는 2경기 1승 무패 평균 자책점 2.25를 기록하며 나름 연착륙 과정을 거치고 있다. 다만 투구 패턴이 빠른 공과 체인지업에 주로 의존하고 굳이 브레이킹 볼을 사용한다면 아주 적은 확률로 슬라이더를 던지는 정도라 구종이 단순하다는 우려는 있다.

5위권 사수하려는 넥센, 2명 교체카드 모두 사용

7일 경기까지 110경기 54승 56패를 기록하고 있는 넥센은 올 시즌 2명의 교체카드를 모두 사용했다. 넥센은 지난 시즌에 활약했던 제이크 브리검(투수)과 마이클 초이스(야수)는 재계약했고, 한화에서 뛴 적이 있으나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토미 존 서저리)을 받으면서 팀을 떠나야 했던 에스밀 로저스를 영입하면서 3명의 외국인 선수를 구성했다.

넥센에서는 선수의 나이 문제로 그 동안 오래 활약했던 앤디 밴 헤켄과의 재계약을 포기했다. 그 대체 선수로 나름 KBO리그 경력이 좋았던 로저스를 데려온 것이다. 한화에서 나름 임팩트 있었던 만큼 로저스는 '몸만 건강하다면' 특급 용병 선수였다.

하지만 로저스는 넥센에서도 부상 악령을 떨쳐내지 못했다. 6월에 손가락 골절 부상을 당한 로저스는 시즌 막판까지 복귀가 어려웠고 이 때문에 넥센에서는 로저스의 방출을 결정하게 됐다. 로저스의 대체 선수로 선택된 선수는 놀랍게도 NC 다이노스의 첫 외국인 선수 3명(아담 윌크, 찰리 쉬렉) 중 하나였던 에릭 해커였다.

NC의 첫 외국인 선수로 5시즌 동안 NC에서만 뛰었던 해커는 NC와 결별하게 되면서 새로운 팀을 찾기 위해 꾸준히 개인운동에 전념했다. 하지만 몇 달 동안 새로운 팀을 찾지 못했던 해커는 6월에 넥센과 새롭게 계약하면서 KBO리그로 돌아오게 됐다.

2016년 팔꿈치 부상으로 경기 출전수가 줄었던 해커는 2017년부터 삼진보다는 맞춰 잡는 스타일로 변모했다. 나이도 있고 해서 NC에서 해커와 결별한 이후 넥센에 왔는데, 일단 해커는 넥센 합류 이후 6경기 1승 2패 평균 자책점 5.19로 아주 좋은 모습은 아니다. 1983년 생의 해커 본인이 자신의 소망대로 선수 생활을 좀 더 연장하고 싶다면 후반기에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일단 넥센이 교체 카드 2장을 모두 사용하게 되면서 올 시즌은 넥센에서 마무리할 수 있게 됐다.

취업 비자를 발급받는대로 넥센에 합류하게 될 샌즈 역시 반 슬라이크처럼 다저스 출신이다(1987년생). 그러나 샌즈는 거의 다저스에서만 뛰었던 반 슬라이크와는 다르게 여러 팀을 전전하다가 올해에는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산하 트리플A 팀인 새크라멘토 리버캣츠에서 뛰다가 넥센에 오게 됐다.

3강 7중 순위 판도, 사상 초유의 5위권 경쟁

7일 경기까지 KBO리그에서 승률 5할을 넘기고 있는 팀은 3팀에 불과하다. 두산이 69승 36패(0.657)로 1위를 굳건히 지키고 있으며, 2위 SK 와이번스가 9경기 차(59승 44패 0.573)로 뒤를 쫓고 있다. 전반기에 비해 페이스는 떨어졌지만 한화 역시 59승 48패(0.551)로 SK와 승수는 같지만 경기수 차이로 2경기 차의 승차를 보이며 3위를 지키고 있다.

4위 LG 트윈스(53승 1무 54패 0.495)부터는 승률 5할을 넘긴 팀이 없다. 5위 넥센이 54승 56패(0.491)를 기록하며 5할에 근접한 성적을 보이고는 있지만 1~3위 상위권 팀들을 따라가기에는 너무 무리가 있고, 현실적으로 포스트 시즌 진출에 목적을 둬야 하는 상황이다. 4위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1경기만 비겨도 되지만, 5위는 와일드 카드 결정전에서 2경기를 모두 이겨야 하는 큰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 4위와 5위 자리를 노리는 다른 팀들의 추격이 만만찮다. 지난 해까지 2년 연속 9위에 머물렀던 삼성 라이온즈가 51승 3무 54패(0.486)를 기록, 5위 넥센과 불과 반 경기 차로 순위 경쟁에 뛰어들었다. 삼성의 포스트 시즌 진출은 2015년 한국 시리즈 직행이 마지막이었다(당시 정규 시즌은 1위).

디펜딩 챔피언 KIA 타이거즈는 순위 경쟁에 있어서 다소 지친 모습이다. 48승 55패 승률 0.466으로 디펜딩 챔피언이라 하기에 뭔가 걸맞지는 않는 성적이지만 아직 5위권에 대한 희망은 있다. 4위 LG와의 승차는 3경기, 5위 넥센과의 승차는 2경기 반이다.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보이며 최하위로 시즌을 시작했던 롯데 자이언츠도 페이스를 점점 끌어올리며 분전하고 있다. 46승 2무 56패(0.451)로 8위에 안착한 롯데는 7위 KIA와 1경기 반 차다. 시즌 초반에 깜짝 상승세를 보였던 kt 위즈도 44승 2무 59패(0.427), 최하위 NC 다이노스도 43승 1무 64패(0.402)를 기록하며 모든 팀이 4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고 있다.

kt와 NC는 승차가 다소 크기는 하다. 하지만 다른 순위권과 최하위권의 승차가 예년보다 크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아직 시즌을 포기하기에는 이르다. 무려 7팀이 4할 대 승률권에서 경쟁하고 있는 만큼 모든 팀에게 가능성은 열려 있는 상태다.

이 때문에 외국인 선수 교체카드를 만지작거리는 팀들이 있다면 보다 빠른 결단이 필요한 시기다. 순위 경쟁에 대한 눈치 게임에서 각 팀들이 어떠한 결정과 행동을 보이게 될지 지켜보는 것도 순위 경쟁 판도를 지켜보는 재미 요소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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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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