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허스토리> 스틸컷

영화 <허스토리> 스틸컷 ⓒ (주)NEW 배급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부산과 일본을 오가며 관부재판을 벌인 위안부 할머니들의 실화를 다룬 영화로 당시의 현실과 이상 사이에서의 변화를 이야기하고 있다. 먼저 당시의 현실을 이야기하고자 한다. 그동안 한국 사회에서는 성범죄에 당한 여성들이 오히려 지탄과 멸시의 대상이 되어왔다. 병자호란 당시 오랑캐에게 끌려갔던 조선 여성들은 오랑캐들의 성 노리개 노릇을 했다는 이유로 손가락질을 당했다.

일본군 위안부 역시 마찬가지였다. 국가가 국민을 지켜주지 못해 강제로 끌려간 여성들은 해방 이후 '더럽다', '부끄러운 줄 알아라'라는 비난 때문에 숨어 살아야만 했다. 관부재판을 앞둔 당시 부산의 분위기도 다르지 않았다. 당시 일각에서는 위안부 피해 여성들을 '돈이 필요해 몸을 팔아먹은 여성'이라고 비난하기까지 했다.

 영화 <허스토리> 스틸컷

영화 <허스토리> 스틸컷 ⓒ (주)NEW 배급


문정숙 사장이 위안부 할머니들을 도와주는 결정을 했을 때 그녀는 두 가지 측면에서 고통을 겪는다. 첫 번째는 앞서 말했던 부산 사람들의 인식, 두 번째는 일본과의 관계다. 당시 부산은 일본과 교류가 활발했고 일본 관광객들이 수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였다. 문정숙 사장의 선택은 일본인들에게 반감을 사는 건 물론 경제적으로 일본에 의존하고 있는 부산사람들에게도 반감을 사기 충분했다. 그럼에도 그녀가 사비를 들여서 할머니들을 지원한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그녀가 바라보는 이상에 있다. 관광업을 하는 문 사장에게 위안부를 돕는 일은 경제적인 타격을 주는 행동이다. 그럼에도 그녀는 같은 여자니까, 씻을 수 없는 고통을 겪었으니까, 만약 내 주변사람이 이런 일을 겪었다면 절대 용서할 수 없으니까 현실에서 벗어나 이상을 꿈꾸며 연대를 시행한다. 이런 연대의 바탕은 휴머니즘이다. 휴머니즘의 본질은 인간다움이다. 개개인의 지식과 양심이 사회의 제도와 관습, 분위기가 아닌 인간이라는 본질을 향할 때 휴머니즘은 실현된다.

그녀는 이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 현실과의 타협을 포기한다. 협의가 아닌 승리를 원하는 태도를 징그럽다 말하는 변호사의 말에 주눅 들지 않으며 위안부 할머니들을 모욕하는 이들과 말다툼을 벌인다. 한 번이라도 주저하고 선택에 고민할 만도 하건만 카랑카랑한 경상도 사투리처럼 굳세게 자신의 이상을 밀고 나간다. 이런 문 사장의 고집과 아픈 몸을 이끌고 진실을 밝히고 사과를 받기 위한 할머니들의 노력, 일본 내에 깨어있는 양심들의 결집 덕분에 변화가 일어난다.

이후 위안부 피해자는 숨겨야 할 역사가 아니며 진실을 숨기려는 일본 정부에게 사과를 받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게 된다. 피해자를 탓하고 조용히 있으라 강요하던 기성세대의 분위기에서 벗어나 휴머니즘에 기반한 연대를 강조하는 새로운 목소리가 커지게 된 것이다. <허스토리>는 이런 목소리를 품고 관부 재판을 향한 할머니들을 '국가대표'라 칭하고 있다. 부끄러운 존재라 여겨졌던 그녀들을 진실을 위해 목소리를 낸 자랑스러운 존재로 변화시켰다.

감독은 이런 목소리의 힘을 위해 위안부 할머니들의 과거 장면을 넣는 등 자극을 통한 고통을 주기 보다는 할머니들의 진실 된 목소리를 담아내는 법정 장면에 힘을 주었다. 때론 담담하고 때론 격한 그 고백은 어떤 재현보다도 깊은 울림을 준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준모 시민기자의 개인 브런치와 블로그, 루나글로벌스타에도 게재되었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허스토리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