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시연을 하고 있다.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시연을 하고 있다. ⓒ 서정준


"우리의 삶에 어떻게 이 작품이 들어올 수 있을까 했는데 대본을 읽을수록 지금 우리와 80년 전의 인물들이 큰 차이가 없어보였다. 그래서 인물들의 삶을 좀 더 자세히 보여주면 관객들이 각 인물들에게 감정이입하며 극을 보지 않을까 싶었다." (연출 박지혜)

지난 7월 27일 오후 서울 종로구 혜화동 TOM 1관에서 연극 <생쥐와 인간>의 프레스콜이 열렸다. 연극 <생쥐와 인간>은 1937년 브로드웨이에서 초연된 작품으로 노벨문학상과 퓰리처상을 받은 작가 존 스타인벡이 직접 쓴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미국 대공황시대 1930년대 미국의 시골 목장을 배경으로 '조지'와 '레니', 두 노동자의 아름다운 우정, 그것을 짓누르는 참혹한 현실을 '생쥐'와 '인간'에 빗대 이야기하는 작품이다.

인간의 양면성 보여주는 연출, 인종차별 요소는 제거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시연을 하고 있다.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시연을 하고 있다. ⓒ 서정준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시연을 하고 있다.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시연을 하고 있다. ⓒ 서정준


이번 한국 공연은 정식 라이선스 공연으로 한국 시장에 맞게 흑인과 백인의 인종차별적 요소가 제거됐다. 제작은 이지연 프로듀서와 박지혜 연출이 맡았다. 또 성경 음악감독이 작곡까지 맡아 장면별 테마 음악을 라이브로 연주해 극의 감동을 더한다. 배우들은 대학로를 주름잡는 인기 배우들이 출동했다. 조지 역에 문태유, 신주협, 이우종, 레니 역에 최대훈, 임병근, 양승리, 컬리부인 손지윤, 백은혜, 컬리/슬림 역에 육현욱, 김지휘, 캔디/칼슨 역에 최정수, 김대곤이 출연한다.

박지혜 연출은 "브로드웨이 원작은 3시간짜리 작품으로 한국에 넘어오며 어떻게 한국 시장에 맞춰 각색할까 고민했다. 그래서 작가가 보여주는 강렬한 대비를 활용하자는 생각에 캔디와 컬슨, 컬리와 슬림을 1인 2역으로 만들어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주려 했다. 또 바뀐 점은 원작에서 '크로스'라는 장애를 가진 흑인 마구간 지기가 나오는데 국내에선 흑인에 대한 인종차별적인 정서가 없기 때문에 인물을 빼고 한국정서에 맞춰 변화를 주며 원작의 의도를 최대한 살리려고 했다"고 이번 프로덕션의 차별점을 설명했다.

박 연출은 또 "TOM 1관은 객석에서 무대를 내려다보는 구조인데 옆 벽의 나무 구조가 눈에 많이 들어왔다. 그래서 극장과 비슷한 컬러의 대나무살로 무대를 만들었다. 작은 세상, 케이지 속에 갇혀있는 느낌을 주고자 소도구, 대도구 역시 마찬가지로 만들어 직선적인 의미를 살렸고 바닥에는 원두콩을 깔아서 이것들에 의해 생겨나는 자연스러운 능선들로 직선적인 무대가 주는 답답함을 완화했다"고 무대 연출의 포인트를 덧붙였다.

한편, 연극 <생쥐와 인간>은 묵직한 작품성과 함께 새로운 시도가 눈에 띈다. 그간 무게감 있는 배역을 많이 맡아온 배우 임병근의 연기 변신이다. 임병근은 뮤지컬 <시라노> <마마돈크라이> 등에서 강렬하고 선 굵은 연기로 관객들과 만난 배우다. 그런 그가 몸은 다 컸지만 마음은 아이처럼 순수한 '레니'를 맡아 절묘한 연기로 웃음을 자아낸다.

레니는 성장이 멈춘 아이, 내면의 상처도 엿보였으면...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시연을 하고 있다.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하이라이트 시연을 하고 있다. ⓒ 서정준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극 <생쥐와 인간> 프레스콜 현장에서 배우들이 기자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 서정준


임병근은 "아마 처음 맡아본 스타일의 캐릭터다. 대본 읽었을 때 너무 좋아서 다른 생각은 없었고 제 짧은 연기 인생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 서슴없이 '레니'를 연기하게 됐다. 개인적으로 '레니'를 연기할 때마다 가장 감사드리고 싶은 사람은 바로 제 딸이다. 제 '레니'의 7~80%는 딸에게서 왔다(웃음). 제가 생각하는 '레니'는 성장이 멈춘 아이였고, 그렇기에 21개월 된 제 딸의 모습을 관찰하며 레니와 맞닿은 지점을 찾아냈다. 그 날것의 모습을 무대화하는 과정은 어려웠지만, '레니'가 단순하게 '바보'처럼 보이는 게 아니라 안의 아픈 상처가 보였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며 이번 연기 변신이 단순히 코믹함만을 드러내고자 하는 게 아니란 점을 강조했다.

또 최정수와 김대곤이 함께 캔디/칼슨 1인 2역에 캐스팅된 것도 이례적이다. 김대곤은 재치있는 멀티 역할을 맡아 극의 긴장감을 조절하는 모습을 많이 보여준 반면, 최정수는 <신과 함께-저승 편>의 '해원맥', <꾿빠이, 이상>의 이상, <노서아 가비>의 고종 등 진지한 역할을 많이 해온 배우다. 두 사람이 함께 작품을 하는 것도 처음이고, 같은 역할을 하는 것도 처음이다.

이에 대해 김대곤은 "(최)정수 형님과 전부터 친분은 있었는데 언제나 같이 작품해보나 했는데 이렇게 기회가 빨리 올 줄 몰랐다. 형님은 차분하고 저는 들뜬 편이라 서로 성격에 영향도 받고 있다. 저는 그동안 멀티 역할도 많이 해왔지만 이번에는 1인 2역이어도 멀티맨이 아니라 두 역할 모두 이야기가 확실하고 캐릭터가 뚜렷해서 함께하며 조언해주시는 부분이 도움이 됐다. 건장한 청년과 노인을 빨리 빨리 바꿔야 해서 지금도 계속 연습 중이다"라고 <생쥐와 인간>에 참여하는 소감을 전했다.

최정수는 "대곤 배우는 유쾌하면서도 진지할 때 섬세함도 갖춘 연기 잘하는 배우다. 제가 많이 배울 게 있겠다고 생각했다. 나이는 제가 더 많아도 같이 걸어가는 동료로서 큰 도움이 된 시간이었다. '캔디'의 강아지를 죽이는 '칼슨'의 태도. 정말 하찮게 생각하는 모습을 정말 잘하더라. 그렇게 해서 '캔디'의 불쌍함을 더욱 부각시키고 인물에 입체감을 부여하는 모습에 공부가 됐다. 앞으로도 같이 연기하고 싶다"며 "김대곤 배우와의 연기가 큰 시너지를 발휘했다"고 밝혔다.

연극 <생쥐와 인간>은 10월 14일까지 대학로 TOM 1관에서 공연된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서정준 시민기자의 브런치(https://brunch.co.kr/@twoasone/)에도 실립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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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문화, 연극/뮤지컬 전문 기자. 취재/사진/영상 전 부문을 다룹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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