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 예민해도 괜찮아' 새내기들의 향연 배우 김영대, 김다예, 이유미, 홍서영, 나종찬이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스튜디오 온스타일 출범 1주년 및 디지털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CJ ENM 온스타일 채널의 디지털 컨텐츠를 전문 제작하는 스튜디오 온스타일이 선보이는 <좀 예민해도 괜찮아>는 스무살 새내기들이 캠퍼스 젠더 이슈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캠퍼스 로맨스 디지털드라마다. 12일 목요일 첫 방송.

▲ '좀 예민해도 괜찮아' 새내기들의 향연 배우 김영대, 김다예, 이유미, 홍서영, 나종찬이 12일 오전 서울 상암동의 한 호텔에서 열린 스튜디오 온스타일 출범 1주년 및 디지털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론칭 기자간담회에서 포토타임을 갖고 있다. CJ ENM 온스타일 채널의 디지털 컨텐츠를 전문 제작하는 스튜디오 온스타일이 선보이는 <좀 예민해도 괜찮아>는 스무살 새내기들이 캠퍼스 젠더 이슈를 겪으면서 성장하는 이야기를 다룬 캠퍼스 로맨스 디지털드라마다. 12일 목요일 첫 방송. ⓒ 이정민


드라마를 텔레비전에서만 방영하던 시대는 오래 전에 끝났다. 유튜브, SNS 등이 발달하면서 영상업계는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시장을 확보했다. 기존 텔레비전 시청자에 비해 낮은 연령대의 이용자들이 많은 점도 적극 반영했다. 무엇보다 소비자가 선택할 수 있는 콘텐츠의 폭이 넓어졌다는 점에서는 분명 긍정적인 변화다.

더 나아가, 고정된 채널에 소수의 드라마만 방송되던 텔레비전 시대를 넘어 이제는 더 많은 창작자들이 콘텐츠 제작에 뛰어들 수 있게 됐다. 창작자도 소비자도 상부상조할 수 있는 이 새로운 시장, 그 속에서 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는 시작됐다. 젊은 시청자 층을 타깃으로 한 이 드라마는 '젠더 이슈를 다룬 현실 청춘 로맨스물'로 차별화를 시도했다. 과연 이 드라마는 그 목적에 부합하는 내용을 담고 있을까?

젠더 이슈? 에피소드 제목부터 좀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유튜브 영상 리스트.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 유튜브 영상 리스트. ⓒ 스튜디오 온스타일


페미니즘과 이성애 로맨스물. 색다른 조합으로 승부수를 뒀다는 점에는 우선 박수를 쳐주고 싶었다. 그러나 영상을 보다 보면 박수보다는 정색하게 되는 장면이 많았다.

우선 서사를 파헤치기 앞서 제목에 주목해보자. 10분 내외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이뤄진 웹드라마는 시청자의 눈길을 끌기 위해 자극적인 제목이나 부제를 걸기도 한다. 지난 12일 첫 방송을 한 총 12부작짜리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에피소드별 제목을 보면 이 드라마가 페미니즘을 그저 이용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그때 그 말로만 듣던 엄청 딱딱한게...!', '스리슬쩍 스킨십 하고 새내기한테 치근덕대는 선배의 본심.avi'. 실제로 유튜브에 업로드 된 영상에 부제목으로 붙은 문구들이다.

내가 '젠더 이슈를 다룬 청춘 로맨스'를 보는 건지, 자극적인 제목으로 관음적인 호기심을 자극하는 영상을 보는 건지 헷갈릴 지경이다. '편의점 야간 알바가 위험한 이유', '남자가 동영상 찍고 싶은 이유'라니, 그 이유를 꼽자면 우리 사회 뿌리 깊은 '여성 혐오'가 아닐까.

그러나 이 드라마는 '편의점 야간 알바가 위험한 이유'를 제시하지 않았고, '동영상을 찍고 싶은 이유'로는 '여자 친구를 사랑하는 마음에' '사랑을 나누는 영상을 보고 있자면 더 흥분 되니까' '서로 만나지 못하는 때에 얼굴을 보기 위해서' 같은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댔다. 젠더 폭력을 '사랑'으로 포장하는 이 드라마에서 대체 어떤 페미니즘적 의의를 보아야 하는지 의문이다.

잘생긴 남자 주인공이면 합의없는 스킨십도 낭만적?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한 장면.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한 장면. ⓒ 스튜디오 온스타일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제작사 스튜디오 온스타일은 홍보 글에서 '여기에 캠퍼스하면 떠오르는 로맨스까지 볼 수 있다니 벌써부터 설레'라는 멘트를 남겼다. 그러나 드라마에서 보여주는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대표적으로 클럽 에피소드 편을 보자. 주인공 신혜(김다예 분)는 클럽에 갔다가 돈가스에 집착하는 '변태'에게서 도망치는 도중 주인공 도환(김영대 분)을 만난다. 도환에게 신혜는 안기고 그 덕에 '변태'로부터 벗어날 수 있게 된다. 도환 덕에 신혜가 위험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는 점, 남성의 위협을 다른 남성의 힘을 빌려야만 막아낼 수 있는 현실 자체가 우리 사회에서 여성의 지위를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근거가 된다.

그러나 드라마는 이 점을 비판적으로 담아내지 않는다. 외려 이를 '낭만적인 사랑'으로 그릴 뿐이다. 이후 '변태'는 사라지는데, 큰 키의 도환에게 푹 안긴 작은 키의 신혜는 그가 갔냐고 묻고, 도환은 신혜를 좋아하기에 '가지 않았다'고 거짓말하며 신혜를 안는다. 물론 신혜가 자신의 안전을 위해 안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녀가 합의한 것은 자신의 안전을 보호하기 위한 일이었다. 도환도 그 점을 알기에 '가지 않았다'고 거짓말 했으리라.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여성을 안는 남자 주인공을 보며 우리는 어떤 결말을 도출해야 할까?

차라리 클럽 에피소드를 다룰 거면 클럽 TPO(상황에 맞는 복장)라고 흔히 말하는 여성의 복장과 남성의 복장 차이를 다루는 것은 어땠을까. 영상에서 얼핏 봐도, 여성들은 짧고 몸매를 드러내는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었다. 반면 남성들은 특별히 '클럽 가는 옷'에 대한 구분이 없어 보였다. 입구에서부터 여성에게만 더 가혹하게 주어지는 '루키즘'과 '꾸밈 노동'으로 입장 여부가 좌지우지 되는 현실이다.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한 장면.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한 장면. ⓒ 스튜디오 온스타일


다른 에피소드를 볼까. '페미니스트' 캐릭터로 묘사되는 채아(홍서영 분)와 지호(나종찬 분)의 관계도 인상 깊다. 채아와 지호는 연인 관계로 그려진다. 지호가 먼저 고백을 했는데 그 과정에서 지호는 "내가 좋아하는 게 창피해?"라고 묻는다. 채아의 "어, 창피해"라는 대답에, 민망해 하던 지호는 "아, 그러면... 사랑해"라고 말하며 채아의 동의를 구하지 않은 채 볼에 입을 맞춘다. 거기서 채아는 화를 내기는 커녕 웃으며 "지호 많이 컸네"라고 장난을 친다. 채아는 "좋긴 한데 다음 번에는 물어보고 해라"라고 말했지만, 상황을 이해하긴 쉽지 않다. '채아가 페미니스트다'라는 점을 기계적으로 보여주는 것에 불과했기 때문. 이 에피소드에서 말하려는 진짜 메시지는 신혜의 내레이션이다.

"세상 모든 스킨십이 기분 나쁜 것은 아니다. 내가 마음이 가는 상대고, 상대도 진지하게 마음이 있다면 그걸 확인하는 스킨십은 설렘과 떨림으로 다가오게 된다."

애매하기 짝이 없다. 영상 속에서 지호는 채아의 마음을 한 번도 확인하지 않았다. 채아는 늘 지호를 장난스러운, 친한 친구로만 여겼고 지호의 고백을 듣기 싫어 동아리방에도 가지 않았던 인물이다. 채아가 지호에게 마음이 갔다는 설정은 흔히 유추하기 어렵다.

더군다나, 설령 마음이 있다고 해도 이건 문제적이다. 스킨십은 확인의 과정이 아니라, 확인 후에 이뤄져야 할 과정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앞서 신혜를 성희롱 한 남성들과 지호는 크게 다르지 않다. 상대방이 자신을 좋아할 수 있으리란 확신 하에 (그러나 상대의 마음을 직접 물어보지는 않았다) 무조건 몸부터 들이대는 것이 뭐가 다른가.

너무 쉽게 변하는 남성, 잘못의 원인은 여자에게 있다?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한 장면.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한 장면. ⓒ 스튜디오 온스타일


아무리 드라마고 허구의 이야기라지만 어느 정도 현실성에는 기반을 둬야 하지 않을까. 더군다나 젠더 문제라는 시의성 있는 주제를 드라마의 원동력으로 삼았고, '현실성 있는 청춘 로맨스'를 자처했다면 말이다.

드라마 속 남성들은 성 차별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남성들과는 거리가 멀어 보인다. 물론 그들은 무지하지만 여성들의 문제에 쉽게 공감하고 쉽게 변한다. 페미니스트 여자친구 채아의 "시간을 가지자"는 말을 듣고 지호는 그날 인터넷으로 페미니즘을 찾아본다. 그는 몇 가지 글을 읽고나서는, 쉽게 반성하고 각성한다. 그리고 채아를 찾아가 사과한다.

드라마에서 쉽게 변하고 반성하는 남성 캐릭터들을 보면, 이 사회에 성 차별 문제가 진짜 존재하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그만큼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지 못하다는 얘기다. 게다가 드라마는 은연 중에, 여성의 탓이라고 말한다.

가장 어이 없는 에피소드는 5회 '동영상 찍자는 남친'이다. 이 에피소드에서 한 남자는 여자친구가 싫다고 하는 데도 성관계 동영상을 찍자고 계속해서 조른다. 또한 채아와 신혜는 단호하게 거절하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예지(이유미 분)를 설득하기 위해 영상이 외부에 유출될 수 있는 상황을 가정해 설명한다. 그러나 방송된 장면들을 보면, 여태까지 동영상 유출은 '리벤지 포르노'로서의 목적이 아니라 부주의한 남성의 실수 정도로 축소된다. 예를 들면, 망가진 컴퓨터를 포맷도 하지 않고 버린 탓에 누군가가 주워가서, 같은.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한 장면.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한 장면. ⓒ 스튜디오 온스타일


그러면서 동시에 드라마는 문제의 원인이 여성에게 있다고 얘기하는 것처럼 연출한다. 정확히 말하자. 리벤지 포르노는 대부분 불법적으로 몰래 촬영되고 설령 여성들이 뒤늦게 알았다고 해도 쉽게 알리거나 고백할 수 없다. 이것은 여성이 선택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피해 여성들을 두렵게 하는 것은 여성 혐오적인 사회 탓이 크다. 이것은 개인적 각성이나 용기로 해결될 문제만은 아니다. 그러나 드라마는 예지의 입에서 "나 오빠도 너무 소중하지만 나도 너무 소중해", "한 번만 더 영상 찍자고 하면 헤어질 거야"라는 말을 뱉게 한다.

여태까지 리벤지 포르노 피해자들은 자신을 소중하게 여기지 않아서 혹은 저런 말을 하지 않아서 피해자가 됐을까? 일단 몰래 찍는 가해자들에게 어떻게 저렇게 말할 수 있었을까. 예지의 남자친구는 미리 물어봤으니 좀 나은 사람인 걸까? 그렇지 않다. 드라마의 태도는 심각한 2차 가해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예지의 말에, 동영상을 찍자고 하던 남자 친구는 예지를 안으며 미안하다고 사과한다. 이 또한 '너무 쉽게 변하는 남성'의 문제와도 맞아 떨어진다. 저렇게 쉽게 포기할 사람이 그토록 영상을 찍자고 강요했을까. 한국의 현실적인 상황을 고려해보면, 욕망을 버리는 대신 몰래 카메라를 설치하는 결과가 그려지는 것은 착각일까.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한 장면.

스튜디오 온스타일 웹드라마 <좀 예민해도 괜찮아>의 한 장면. ⓒ 스튜디오 온스타일


이 드라마는 젠더 이슈를 택한 만큼, 남성 캐릭터와 여성 캐릭터가 한국의 남성과 여성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하게 만든다. 쉽게 변하는 남성, 그 속에서 문제의 원인처럼 보여지는 여성. 이 드라마가 과연 한국의 성 차별 문제를 제대로 다루고 있는 걸까. 결과적으로 이 드라마는 젠더 이슈를 올바르게 다뤘다기 보다는, 시장적 전략의 일환이자 홍보 수단으로 이용한 것으로 보이기도 한다.

캐릭터 소개와 함께 드라마에 대한 개괄적인 정보를 주던 영상에서 신혜는 '젠더 사건을 겪으며 올바른 페미니스트로 성장하는 새내기'라고 나온다. 올바른 페미니스트, 대체 이 드라마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올바른 페미니즘'은 무엇일까? 로맨스와 함께 신혜라는 인물의 성장기를 다뤄내고자 한 이상, 신혜가 보여줄 '올바른 페미니스트'는 곧 이 드라마가 말하고자 하는 '올바른 페미니즘'을 추구하는 사람일 터. 그러나 한국의 젠더 이슈를 다뤘다고 보기엔 너무 엉성한 이 드라마가 어떻게 '올바른 페미니즘'을 정의할 수 있을까. 이 드라마의 야심찬 포부가 위험해 보이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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