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투수진 보직 변경이 잦은 KIA 김기태 감독

올 시즌 투수진 보직 변경이 잦은 KIA 김기태 감독 ⓒ KIA 타이거즈


경기의 중요성을 모르는 이는 없었다. 상대에게 2승을 내주는 순간 6위에서 7위로 추락할 수 있는 시리즈에서 기선제압을 하고 싶은 것은 당연한 이야기다. 누구보다도 이를 확실하게 체감하고 있었을 사람이 바로 김기태 감독이지만, 끝내 쉽사리 납득할 수 없는 경기 운영으로 6위 수성에 실패했다.

KIA 타이거즈는 27일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삼성 라이온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연장 11회 승부 끝에 10-11로 패배했다. 패배도 패배이지만 선발 한승혁부터 유승철, 김윤동, 임기준, 윤석민, 고영창, 문경찬까지 무려 7명의 투수가 마운드를 밟고도 졌다는 게 더욱 아쉽다.

타선이 20안타 10득점으로 지원에 나섰고, 삼성 타선은 KIA 마운드를 상대로 24개의 안타와 11개의 사사구를 얻어내고도 경기를 어렵게 풀어갔다. 정상적인 흐름대로라면 KIA가 이기고도 남았지만, 삼성에게 승리를 헌납했다. 상대가 잘했다면 위안이라도 삼을 수 있는데, 그럴 수도 없는 경기였다.

납득하기 어려운 투수 운영, 패배를 자초했다

마운드가 이날 경기 패배의 원인을 제공했다. 조금 더 냉정하게 말하면, 마운드를 운영해야 하는 김기태 감독도 책임을 피할 수 없는 패배다. 선발 한승혁이 4회말 삼성 선두 타자 박해민에게 스트레이트 볼넷을 내준 직후 유승철이 마운드를 이어받으면서 불펜이 가동되기 시작했다. 3이닝 9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2실점으로 투구 내용이 좋지 않았던 점을 감안하면, 한승혁에게 긴 이닝을 맡기기 어렵다는 판단이었다.

두 번째로 올라온 유승철이 1이닝을 소화하면서 39구를 던졌고, 4피안타 2사사구 2탈삼진 3실점으로 추격의 빌미를 제공했다. 세 번째 투수 김윤동이 2이닝 1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무실점으로 비교적 깔끔하게 막았다. 표면적으로 봤을 때 크게 문제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네 번째 투수 임기준이 등판한 이후 불길한 기운이 엄습했다. 2이닝 동안 무려 58구를 던진 임기준은 6피안타 2사사구 1탈삼진 3실점을 기록, 동점을 허용했다. 이미 김윤동이 2이닝을 책임졌기 때문에 타이트한 상황에서 기용할 만한 투수가 없었다. 김윤동 카드를 경기 중반에 소진하고 세 점 차의 리드가 사라지면서 위기에 봉착한 것이다.

9회말과 10회말에 등판한 마무리 윤석민이 2이닝 2피안타 무사사구 1탈삼진 무실점으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고, 마침 11회초에 타선이 두 점을 뽑았다. 그런데 여기서 윤석민을 내리고 조금은 낯선 이름, 고영창이 여섯 번째 투수로 11회말 모습을 드러냈다.

진흥고와 연세대를 졸업해 2013년 6라운드 지명으로 프로에 입단한 고영창이 11회말에 등판했다. 당시 10-8로 KIA가 앞서가고 있었고, 정식 선수로 등록된 당일에 타이트한 상황에서 윤석민의 뒤를 이었다. 젊은 선수에게 등판 기회를 주는 것이 이상한 일은 아닌데, 그 상황에 따라선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다. '깜짝 선발 등판'이 아닌 이상 1군 첫 등판에서 막중한 임무를 책임지는 경우는 흔치 않다.

김기태 감독의 기대와 달리 부담감을 이겨내지 못한 고영창은 결국 올라오자마자 두 타자에게 안타를 내준 뒤 곧바로 문경찬으로 교체됐다. 문경찬은 첫 타자 이지영을 삼진으로 돌려세웠지만 김성훈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했고, 2사 만루에서는 구자욱에게 밀어내기 볼넷을 내줬다. 뒤이어 등장한 이원석의 타석에서는 문경찬이 공 한 개도 뿌리지 못하고 이원석의 보크 어필 이후 심판진이 이를 받아들여 3루 주자 김성훈의 득점으로 경기가 끝났다. KBO리그 역사상 5번째 끝내기 보크였다.

이미 예견됐던 일, 보직 파괴로 인한 후폭풍이 불어오기 시작했다

임창용이 선발로, 팻딘이 불펜으로 이동했다. 여기에 마무리를 맡고 있는 윤석민까지 포함하면 시즌 중에 보직을 변경한 투수가 적지 않은 편이다. 27일 경기에서 마운드에 오르지 않은 투수는 김세현, 양현종, 임창용, 팻딘, 헥터, 황인준 등 총 6명으로 불펜 자원인 팻딘과 김세현이 각각 25일과 26일 경기에서 등판해 4이닝, 3이닝 투구로 휴식이 필요했다.

KIA 마운드 운영을 가만히 지켜보면 49경기 남은 팀이 맞나 싶을 정도로 매 경기 포스트시즌을 방불케 한다. 팻딘, 김세현과 그 이외의 투수들이 조금이라도 많은 경기에 나서려면 투구수 및 이닝 관리가 이뤄져야 함에도 그러한 운영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결국 그렇게 되다보면 선발과 불펜, 마운드 전체에 과부하가 오는 것은 시간 문제다.

1군 경험이 전무한 투수에게 두 점 차 리드 상황을 맡기는 장면은 KIA의 현주소를 그대로 드러냈다고 봐도 무방하다. 타 팀에서 1군 데뷔전을 치른 투수들을 보더라도 이런 상황은 없었다. 이번주 1군에 올라온 최동현(두산)이나 강지광(SK)같은 경우 김태형, 힐만 감독이 일부러 점수 차가 좀 벌어진 이후에 등판 기회를 부여했다.

전반적인 투수 기용은 감독의 고유 권한임에도 KIA의 최근 행보를 봤을 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이런 식의 운영이 지속된다면 다소 곤란하다. 게다가 양현종-헥터 원투펀치의 위력도 이전보다 떨어졌다. 7위로 추락한 게 끝이 아닐 수 있다. 뒤에서 8위 롯데, 9위 kt가 바짝 추격하는 중이다.

어쩌면 김기태 감독의 실험은 아직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어느 누구도 김기태 감독이 선보일 카드를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현재 KIA가 마주한 위기는 단순히 경기력의 문제만이 아니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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