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의 한 장면

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의 한 장면 ⓒ FNC프로덕션


네이버TV 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이하 <스트리밍>)이 지난 25일 방영분 공개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네이버 V라이브 및 네이버 TV를 통해 지난 6월 18일부터 방송된 <스트리밍>은 예능 대세 송은이, 정형돈을 중심으로 각각 유명 음악 프로듀서를 섭외해 곡을 만들고 발표하기까지의 과정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역주행 인기곡 '좋니'의 작곡가 포스티노를 섭외한 송은이+박지선 팀, '작곡돌'로 각광받는 그룹 펜타곤 멤버 후이를 영입한 정형돈-유회승(엔플라잉) 팀은 음원 순위를 석권하겠다는 야침찬 꿈을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웹 예능이 그렇듯, 현실의 벽은 제법 높아 보였다. 이렇다 할 화제몰이와는 거리가 멀었고 인기 그룹 출연 방송분이 아니라면 높은 조회수를 기록하는 데 어려움도 겪었다.

기존 방송 예능과 큰 차이 없는 구성

 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의 한 장면

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의 한 장면 ⓒ FNC프로덕션


당초 모바일 웹 예능으로만 제작했던 2015년 tvN <신서유기> 시즌1, 지난해 SM과 미스틱이 공동 제작한 <눈덩이 프로젝트>, 미스틱이 제작해 시즌2까지 방송된 <빅픽처>, KBS <아이돌 드라마 공작단> 등이 모바일 웹 예능으로 관심을 모으긴 했지만 이를 제외하면 인기와 화제성 면에선 대부분 고전을 면치 못했다. <스트리밍>이 앞서 소개한 웹 예능 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한 건 우선 기존 방송 예능과 큰 차이를 보여주지 못했다는 데 있다.

이 프로그램은 송은이, 정형돈을 앞세워 노래 만드는 과정을 담는 '음악 작곡 예능'을 그려냈다. 문제는 이러한 형식의 예능이 지난 수년간 너무나 많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정형돈은 이미 MBC 에브리원 <형돈이와 대준이의 히트제조기> 시즌 1, 2와 <도니의 히트 제조기> , K스타 <돈 워리 뮤직> 등에서 아이돌 혹은 후배들과의 협업을 통한 곡 만들기를 보여줬다. 올해에도 KBS 2TV <건반 위의 하이에나>에서 MC이자 음악인으로 등장하기도 했다.

이렇다보니 프로그램 특성상 엇비슷한 장면이 자주 연출되고 이야기의 전개 역시 유사하게 흘러갈 수밖에 없는 환경이 조성된다.  이미 익숙한 내용의 콘텐츠로는 새로움을 추구하는 모바일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기엔 힘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방영 기간 도중 송은이, 박지선, 정형돈이 등장하는 기습 V라이브를 통해 변화를 주기도 했지만 이것만으론 큰 흐름을 바꾸는 건 쉬운 일이 아니었다.

회차가 쌓일 수록 떨어지는 제작 뒷심

 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의 한 장면

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의 한 장면 ⓒ FNC프로덕션


포스티노, 후이 등 프로듀서 외에도  송은이-정형돈의 소속사 동료 AOA, 엔플라잉을 비롯해 트와이스, 여자친구 등 대세 그룹들이 대거 초대손님으로 출연해 관심을 모았다. 그러나 중반 이후 회차에선 단순히 분량 채우기에 급급해 보여 아쉬움도 남겼다.

현직 아이돌 그룹에게 현재 작업 중인 노래의 데모곡을 들려주며 선택 받는 내용이 여러 회차에 걸쳐 방영되면서 정작 이 프로그램의 고정 출연자들이 사라지는 상황도 빚어졌다. 그리고 타이틀 곡 선정을 위한 각종 퀴즈, 게임 풀이 등 특별한 아이디어를 발견하기 어려운 장면들로만 마지막 2주 가량의 방영분을 채우는 등 무성의해 보이는 분량 늘리기는 웹 예능이라는 취지마저 무색하게 만들었다.

곡 만들기 작업기를 다뤘음에도 불구하고 작곡가와의 호흡은 초반 방영분 이후엔 딱히 찾아볼 수 없었다. 물론 송은이 박지선 팀은 작사에 어려움을 겪다가 직접 V라이브를 진행하며 시청자들의 의견을 수집하는 등 나름의 노력을 기울이기도 했다. 그러나 하나의 작업물을 만드는 프로듀싱 팀의 '케미스트리'는 그 어디에서도 느끼기 힘들었다. 재능 많은 예능인들과 다채로운 초대 손님을 모아놓고도 정작 이를 감당하지 못하는 모양새를 만들어선 곤란하지 않을까?

네이버 메인 링크 + 초대손님에 크게 좌우된 들쑥날쑥 조회수

 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의 한 장면

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의 한 장면 ⓒ FNC프로덕션


포털 사이트용 콘텐츠의 약점은 <스트리밍>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났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메인 페이지 혹은 연예 면에 섬네일 형태로 링크가 걸리면 몇만 회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할 수 있다. 반면 그렇지 않은 회차의 조회수는 턱없이 낮게 나타났다.

특히 17만 회 이상을 기록한 트와이스 편, 7만 회 이상을 보인 에이핑크 편 등 유명 아이돌 그룹이 초대손님으로 나온 경우가 아니라면 큰 조회수를 기대하기 어려웠다. 이는 네이버 V라이브 이용자 중 트와이스, 에이핑크 등을 팔로우한 사용자에게 해당 동영상이 노출되면서 접속 유입이 이뤄진 것이기 때문에 프로그램 자체의 힘과는 거리가 멀었다.

단순 아카이브 형식과 네이버 내부 노출 위주에 머물고 있는 네이버 TV 및 V라이브의 현재 운영 방식으로는 유튜브의 다양한 맞춤 제공에 눈이 높아진 이용자들을 사로잡기란 쉽지 않았다. 이는 이번 <스트리밍>을 통해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프로그램 제작사가 아닌, 독점 방영 중인 네이버가 풀어야 할 숙제다. 현재와 같은 기술 및 컨텐츠 제공 방식으론 요즘 같은 모바일 시대의 경쟁에서 무조건 뒤처질 수밖에 없지 않을까. 최근 들어 네이버가 관련 업체 투자를 통해 모바일 및 동영상 서비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여주곤 있지만 아직까진 대중들을 끌어 모으기엔 부족해 보인다.

유아(오마이걸)의 재발견... 새로운 '고막 여친'의 등장

 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의 한 장면

웹 예능 <개가수 프로듀서 스트리밍>의 한 장면 ⓒ FNC프로덕션


비록 프로그램은 아쉬움을 남겼지만 이를 통해 만들어진 2곡은 기대 이상의 내용을 담는 데 성공했다. 군 입대 예정인 강민혁(씨엔블루)이 부른 포스티노 작곡 '우리 둘이서'는 단촐한 악기 구성 속에 잔잔한 감성의 발라드로 꾸며졌다. 무더운 여름과는 거리가 먼 형식이지만 이와 대비되는 곡을 택한 송은이+박지선 팀의 기획이 토대가 되면서 의외의 결과물을 낳았다.

'Never', '에너제틱', '빛나리'의 공동 작곡으로 새롭게 주목받는 후이가 만든 타이틀곡 'This Stop Is'은 정형돈의 아이디어가 돋보인 작품이다. 종착역 없이 계속 원을 그리며 순환하는 서울 지하철 2호선을 소재로 사랑하는 남녀의 돌고 도는 마음을 그려냈다. 여기에 데이트 코스로 2호선 주요 역을 소개하는 실용성(?)까지 담은 가사로 재미까지 담아낸다.

특히 작곡자 후이와 함께 보컬로 참여한 유아(오마이걸)는 재발견이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남다른 존재감을 보여줬다. 오마이걸에선 안정감 있는 보컬 효정, 박력 있는 보컬 승희에 비해 유아는 담당하는 파트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었다. 그러나 비음 섞인 독특한 목소리 톤으로 강렬한 인상을 심어준 바 있었다. 이번 신곡 'This Stop Is'에선 늘어난 분량 만큼 보컬 실력자라는 걸 그를 잘 모를 법한 대중에게까지 각인시켰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김상화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blog.naver.com/jazzkid)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기사에 한해 중복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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