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방송된 MBC <MBC 스페셜>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24일 방송된 MBC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 MBC


사랑의 유효기간은 3년이라 했나? 죽고 못 살아서 한 이불을 덮고 나서는 내가 내 발등을 찍었다 하는 게 사랑이다. 그런데 50년을 한결같은 사랑이라니? 그게 가능한가? 그런데 가능하다. 왜? 용필 오빠니까.

최근 인기를 끌고 있는 OCN 드라마 <라이프 온 마스>는 1988년을 배경으로 한 작품이다. 드라마는 그 시대를 실감나게 재연하기 위해 그 시절의 음악을 등장시킨다. 그 중 하나가 바로 조용필의 '미지의 세계'이다. '이 순간을 영원히 /아름다운 마음으로 /미래를 만드는 /우리들의 푸른 꿈 /오오오 오오오'가 울려 퍼지는 88년도의 거리를 덥수룩한 머리를 하고 큼직한 점퍼를 입은 형사들이 질주한다. 그렇게 그 시절 대표적인 가수였던 조용필, 어느덧 그가 데뷔 50주년을 맞이했다. 그리고 그 곁엔 여전히 목 놓아 '오빠'를 부르며 그와 함께 나이 들고 있는 팬들이 있다. 스타의 존재 이유, 팬들이 존재하는 한 '스타'는 영원한 '현재형'이다. <MBC 스페셜>은 50년이 지나도 영원한 오빠, 조용필에 대해 이야기한다.

우리의 심금을 울리던 '용필오빠'

 24일 방송된 MBC <MBC 스페셜>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24일 방송된 MBC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 MBC


1975년 '돌아와요 부산항에'로 부터 시작하여, <창밖의 여자(1979)><모나리자(1988)><못 찾겠다 꾀꼬리(1982)><친구여(1983)><그대여><킬리만자로의 표범>< Q.(1989) ><이젠 그랬으면 좋겠네(1990)><여행을 떠나요(1985)><꿈(1991)><도시를 떠나서(1994)><hello(2013)>까지.

발표 연도에서도 보이듯이, 1980년대 거의 매해마다 조용필은 음반을 발표했고, 그가 발표한 음반 속의 곡들은 그 해 사람들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는 곡이 되곤 했다. 굳이 조용필의 화려한 수상 기록을 들춰내지 않아도, 80년대와 90년대를 살아온 사람들 중에 과연 한번이라도 조용필의 노래에 마음을 적시지 않은 사람이 있을까?

'그 언젠가 나를 위해 꽃다발을 전해주던(단발머리)' 그 소녀는 '잃어버린 꿈을 찾아(못 찾겠다 꾀꼬리)', '하이에나처럼 산기슭을 헤매(킬리만자로의 표범)'고, '화려한 도시를 여기저기 헤매다 초라한 문턱에서 뜨거운 눈물을' 흘리던 그 마음을 위로받았다. '누가 사랑을 아름답다 했는가'라며 우리의 실연을 대신 절규해 주었고, '타버린 그 잿 속에 숨어있는 불씨의 추억라며 지나간 옛사랑을 추억해 주었다.' 그리고 '꿈이었다고 생각하기엔 너무나도 아쉬움 남아'라며 함께 인생을 돌아보는 것도 빼놓지 않는다.

 24일 방송된 MBC <MBC 스페셜>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24일 방송된 MBC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 MBC


인생의 굽이굽이, 조용필은 그의 '노래'로 그 시대를 살아온 이들을 '위무'했다. 80년대에서 90년대 초반 조용필의 노래는 곧 그 시대의 노래였다. 치열한 경쟁의 도시에서의 삶을 가장 낭만적으로 처절하게 대변한 조용필이었다.

그리고 조용필의 노래로 위로받고 행복했던 이들은 여전히 '현재형'인 사랑으로 그의 존재를 증명한다. 대중문화의 별이 빛날 수 있는 건, 그 별을 바라봐 주는 이들의 존재 때문이다. 칠순이 넘어도 조용필이 영원한 오빠이자, 스타인 이유는 여전히 그를 빛내주는 팬들이 있기 때문이다. 다큐 <고마워요 조용필>은 50주년 스타의 기록을 그 '팬들'의 기록으로 역설한다.

'오빠'를 빛내준 팬들 

 24일 방송된 MBC <MBC 스페셜>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24일 방송된 MBC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 MBC


초등학교 5학년 때부터 용필 오빠를 좋아했다는 팬, 사춘기 시절 대책 없이 오빠의 집 앞에서 화장실도 가지 못하고 기다렸다는 팬, 조용필에 열광하는 부부, 아들 결혼식까지 팽개치고 용필오빠의 공연을 챙긴 팬까지. 공개 방송에서 오빠의 뺨을 닦아줬던 10년도 넘은 손수건은 이제 낡아 냄새도 희미해졌지만 여전히 소중한 보물이다. 어느덧 소녀에서 중년이 되었지만 그들은 그 시간 동안 용필오빠가 있었기에 자신의 고된 삶을 견딜 수 있었다고 입을 모아 말한다. 아버지가 돌아가셨을 때도, 아내(엄마)의 자리가 힘들었을 때도, 고단했던 신입사원 시절에도 그들은 늘 조용필의 노래로 위로받았다고 말한다.

50년의 역사를 가진 용필오빠 팬들의 위용은 이제는 어느덧 50년이 된 '팬'문화의 역사를 실감케 한다. 1969년 클리프 리차드 내한 공연부터 사회를 들썩이게 했던 팬들의 열렬한 응원은 그 역사가 깊다. 나훈아와 남진을 좋아했던 이들의 길고도 오랜 쟁투심은 유명했다. 용필 오빠의 '위대한' 소녀 부대들은 본격적인 팬문화의 '시발점'이라 할 수도 있다.

 24일 방송된 MBC <MBC 스페셜>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24일 방송된 MBC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 MBC


어쩌면 이제 다시 부활한 H.O.T.나, 젝스키스 팬들이 '선배님'하고 한 수 배워야 할 내공이지만, 세대별로 좋아하는 음악의 간극만큼이나 그들이 좋아하는 스타와 그 스타를 좋아하는 문화의 역사에 대한 '경의'는 박한 듯하다. 69세에 세상을 떠난 데이비드 보위는 경배하지만, 그 시절 우리와 동고동락했던 조용필의 50주년은 간과되었다. 낡은 구도심을 싹 갈아엎고 새 아파트를 세우듯이, 우리는 그렇게 새로운 문화에만 솔깃하다.

그런 가운데 팬클럽 연합으로 50주년 팬미팅을 추진하고, 칠순 나이가 무색하게 짱짱한 콘서트로 화답하는 조용필이 던지는 메시지가 묵직하다. 그저 건강하게 자신들과 함께 오래오래 무대에 있어달라는 팬들. 더 늦기 전에 나도 그 '별'의 콘서트 한번 가보고 싶다.

 24일 방송된 MBC <MBC 스페셜>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24일 방송된 MBC '고마워요 조용필' 편의 한 장면. ⓒ MBC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이정희 시민기자의 개인 블로그(http://5252-jh.tistory.com)와 <미디어스>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MBC스페셜- 고마워요 조용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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