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선발 차우찬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 LG의 경기. LG 선발 차우찬이 역투하고 있다. 2018.4.25

▲ LG 선발 차우찬 25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넥센과 LG의 경기. LG 선발 차우찬이 역투하고 있다. 2018.4.25 ⓒ 연합뉴스


지난 6월 11일 2018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할 야구 대표팀의 최종 엔트리가 발표된 이후 11명의 투수들의 행보가 엇갈리고 있다. 이용찬(두산), 박종훈(SK) 등은 비교적 순탄하게 경기를 소화하고 있는 반면 차우찬, 정찬헌(이상 LG), 최충연(삼성) 등 아쉬움을 남긴 투수도 적지 않다.

선동열 감독을 포함한 코칭스태프가 나름대로 고심 끝에 구성한 엔트리인 데다 이미 최종 확정됐다. 현재의 부진이 대회까지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지만 되도록 확실하게 준비하고 아시안게임에 출전해야 한다. 이는 투수뿐만 아니라 13명의 야수에게도 해당되는 이야기다. 평소보다 24명의 선수들에게 많은 관심이 쏠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엔트리 승선 이후 부진이 이어지는 모습에 대해선 팬들과 코칭스태프 모두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한 두 명이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AG 앞두고 기대보다 걱정이 큰 투수, 한 두 명이 아니다

우완 투수 가운데선 이용찬(두산)을 제외하면 임찬규, 정찬헌(이상 LG), 최충연(삼성) 세 명 모두 하락세다. 5월 한 달간 1점대의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던 최충연은 지난 달 11일 이후 9경기에 등판해 1홀드 2패 ERA 7.20으로 흔들렸다. 다만 9경기 내내 부진한 게 아니라 6월 13일 롯데전, 27일 한화전, 7월 7일 두산전 딱 세 경기에서 실점을 기록했다. 결국 관건은 기복을 줄이는 것이다.

오히려 최충연보다 좋지 않았던 투수는 임찬규와 정찬헌이다. 시즌 초반부터 LG 선발진에서 맹활약한 임찬규는 최근 4경기에서 1승 3패 ERA 14.54로 와르르 무너졌다. 다행인 점은 가장 최근에 등판했던 4일 NC전에서 7이닝 5피안타 2사사구 3탈삼진 3실점으로 승리 투수가 됐다는 점이다. 마무리로 나서고 있는 정찬헌은 9경기 1승 3세이브 ERA 7.71을 기록, 최충연과 마찬가지로 기복을 줄여야 한다.

역투하는 양현종 2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기아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양현종 2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기아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기아 선발 양현종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함덕주(두산), 차우찬(LG), 양현종(KIA), 정우람(한화) 등 네 명의 좌완 투수 중에서는 차우찬과 양현종의 기록이 눈에 띈다. 차우찬은 5경기에 등판해 1승 2패 ERA 5.58로 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양현종 또한 5경기 1승 3패 ERA 5.34로 주춤했다. 아무래도 긴 이닝을 책임져야 하는 투수들이기 때문에 아시안게임이 시작되기 전까지 이들의 반등은 더 중요할 수밖에 없다.

불펜으로 나설 것이 유력한 함덕주와 정우람은 앞선 두 투수보다 상황이 조금 낫다. 특히 정우람은 엔트리 발표 이후에도 7경기 1승 4세이브 ERA 1.42로 상승세를 이어나갔다. 함덕주는 9경기 1승 1패 4세이브 ERA 4.00으로 시즌 초반보다 안정감이 조금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체력적으로 관리가 필요해 보인다.

사이드암 투수들 중에서는 박치국, 임기영의 활약 여부에 의문부호가 붙어있다. 박치국은 13경기 2패 2홀드 1세이브 ERA 4.61, 임기영은 4경기 2승 1패 ERA 4.73로 아쉬움을 남겼다. 그나마 4경기 3승 1패 ERA 2.16로 흐름이 좋은 박종훈에게 기대가 모아진다. 지난 6일 한화전에서는 7.2이닝 4피안타 무사사구 6탈삼진 무실점으로 개인 최다 이닝을 소화했다. 현시점에서 컨디션이 가장 좋은 투수다.

오히려 AG 최종 엔트리 탈락한 투수들의 분전

11명의 투수들 가운데 컨디션이 좋은 투수를 찾아보기 어렵다. 그러다보니 엔트리 발표를 앞두고 승선할 가능성이 있었지만 아쉽게 탈락한 투수들의 활약이 부각될 수밖에 없다. 대표적인 예시가 될 수 있는 투수가 최원태(넥센), 고영표(kt)다.

최원태는 지난 5일 SK전에서 선발 등판해 6이닝 4피안타 1사사구 1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시즌 10승째를 따냈다. 국내 선발 투수들 가운데 올시즌 처음으로 10승 고지를 밟은 투수가 됐다. 5일 SK전을 포함해 엔트리 탈락 이후 5경기 4승 ERA 2.73으로 나무랄 데 없는 피칭을 선보였다.

최원태 못지않게 고영표의 투구도 나쁘지 않았다. 지난 7일 롯데전에서 7이닝 5피안타 4사사구 9탈삼진 1실점으로 시즌 5승째를 기록했다. 올 시즌 기록(17경기 5승 8패 ERA 4.46)도 나쁘지 않고 완투도 세 차례나 기록할 만큼 이닝 소화 능력은 이미 충분히 검증됐다. 6월 11일 이후 현재까지의 기록은 4경기 2승 1패 ERA 3.75다.

엔트리가 발표된 상황에서 굳이 엔트리에서 없는 선수들을 떠올릴 이유는 없다. 그럼에도 이들이 떠오르는 이유는 11명의 투수들보다 탈락한 몇몇 투수들의 호투가 두드러지기 때문이다. 대표팀에 차출된 투수들은 이들을 보면서 더욱 분발할 필요가 있다.

지난 몇 년간 국제대회에서 약한 마운드가 대표팀의 발목을 잡은 경우가 몇 차례 있었다. 그럴 때마다 좋은 투수를 발견하는 게 어렵다는 말이 여기저기서 나왔고, 올시즌도 주요 지표를 봤을 때 크게 사정이 다르지 않다. 언제쯤이면 이 고민이 해결될 수 있을 것이고, 아시안게임이 고민을 해결하는 시작점이 될 수 있을까. 그 어느 때보다 11명의 투수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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