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가 2018년 6월 30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8년 월드컵 16강 이후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경기는 프랑스가 아르헨티나를 4-3으로 이겼다.

아르헨티나의 리오넬 메시(28·아르헨티나)가 2018년 6월 30일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2018년 월드컵 16강 이후 경기장을 떠나고 있다. 이날 경기는 프랑스가 아르헨티나를 4-3으로 이겼다. ⓒ 연합뉴스/EPA


메시가 이끄는 아르헨티나의 황금세대가 쓸쓸히 월드컵 무대에서 퇴장했다.

31일 오후 11시(한국시각) 러시아 카잔에 위치한 카잔 아레나에서 펼쳐진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16강전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에 경기에서 아르헨티나가 3-4로 패하며 일찌감치 집으로 향하게 됐다.

16강 최고의 빅매치답게 경기는 시작과 동시에 뜨겁게 달아올랐다. 경험에서 앞서는 아르헨티나는 주로 공을 소유하면서 공격을 전개했고, 젊고 빠른 자원들이 즐비한 프랑스는 속도로 맞불을 놨다.

경기 초반부터 프랑스의 스피드가 아르헨티나를 뒤흔들었다. 주인공은 킬리안 음바페. 이제 만 19세의 어린 공격수는 폭발적인 속도로 아르헨티나 수비진을 유린했다. 전반 10분 하프라인 한참 뒤부터 질주를 시작한 음바페는 엄청난 속도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했고 결국 페널티킥을 얻어냈다. 페널티킥은 앙투안 그리즈만이 깔끔하게 마무리하면서 프랑스가 기선을 잡았다.

지지부진한 공격이 계속되던 아르헨티나는 앙헬 디마리아가 전반 40분 시도한 중거리 슈팅이 환상적인 궤적을 그리면서 골망을 가르며 한숨을 돌렸다. 운도 따랐다. 후반 2분 리오넬 메시가 때린 슈팅이 동료 가브리엘 메르카도의 발에 맞고 들어가면서 순식간에 역전에 성공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의 운은 거기까지였다. 아르헨티나의 느린 수비진과 중원은 시간이 흐를수록 프랑스의 공격을 제어하지 못했다. 결국 측면과 수비 뒷공간을 계속해서 프랑스에 내준 아르헨티나는 후반 11분 벤자민 파바드에게 동점골을 허용했고, 7분 뒤에는 음바페의 개인 전술에 완전히 당하며 역전을 허용했다. 후반 23분 음바페가 다시 한번 추가골을 넣으면서 사실상 아르헨티나는 침몰했다. 후반 추가 시간 메시의 크로스를 세르히오 아구에로가 헤더로 연결하며 마지막까지 불꽃을 태웠지만 심판의 경기 종료 휘슬을 울렸다.

이날 패배로 아르헨티나 황금 세대의 월드컵 도전기에는 마침표가 찍혔다. 지난 10년간의 도전이 실패로 마감되는 순간이었다. 2005년 네덜란드에서 열린 U-20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메시의 맹활약 속에 우승을 차지했다. 3년 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올림픽에서도 이 세대는 가볍게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연령별 대표팀 우승을 석권한 황금 세대에게 아르헨티나 국민들은 1986년 이후 끊긴 월드컵 우승의 재현을 갈망했다.

그러나 황금세대의 도전은 항상 2% 모자랐다. 그들이 처음으로 중심이 되어 참가한 2010년 남아공 월드컵에서 아르헨티나는 허정무 감독이 이끄는 한국을 4-1로 대파하는 등 조별리그에서는 순항했지만, 8강전에서 독일에게 무려 0-4로 대패하며 도전을 조기에 마감했다.

4년 전 브라질에서 열린 월드컵에서도 독일에게 발목을 잡혔다. 알레한드로 사베야 감독이 메시의 능력을 극대화 시키면서 24년 만에 결승전 무대를 밟았지만, 연장전 터진 마리오 괴체의 멋진 발리 슈팅에 무너졌다. 황금세대 선수들의 나이가 대부분 선수로서 절정기였기에 아르헨티나 입장에서는 더더욱 아쉬운 패배였다.

월드컵은 고사하고 코파 아메리카에서도 아르헨티나의 황금세대는 항상 2인자였다. 2007년 대회를 시작으로 2015년과 2016년에 있었던 코파 아메리카에서 모두 준우승의 쓴맛을 봤다. 결승전 직전까지는 압도적인 퍼포먼스를 보였지만, 유독 결승전에서는 답답한 모습을 보이며 단 한 개의 메이저 트로피도 따내지 못했다.

황금세대가 아직 완전히 해체된 것은 아니지만 메시를 비롯해서 다수의 선수가 은퇴를 선언했다가 번복한 경험이 있다. 극도의 부담감 속에 플레이를 해왔던 황금세대 선수들은 몸도 마음도 지쳤다. 내년에 브라질에서 열리는 코파 아메리카 대회에 과연 이들이 참가 의사를 내비칠지 의문이다.

깊은 수렁에 빠진 '라 알비셀레스테(아르헨티나 대표팀 애칭)' 군단이다. 이제 황금세대는 동력을 잃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들의 뒤를 받쳐 주어야 할 신예들은 전무한 상태다. 파울로 디발라 정도가 눈에 띄지만 메시도 얻어내지 못한 타이틀을 디발라 개인에게 기대는 것은 무리다.

이날 경기에서도 이 점은 여실히 드러났다. 프랑스는 베테랑 혹은 빅클럽 주전 멤버들이 중심을 잡고 음바페 등 젊고 빠른 자원들이 팀에 활력을 불어넣었다. 반면 아르헨티나는 황금세대만 제 역할을 했을 뿐 젊은 선수들은 실수를 연발하며 경기의 맥만 끊었다. 현재도 미래도 아르헨티나의 완벽한 패배였다.

프랑스전 패배로 아르헨티나의 황금세대는 역사의 뒤안길 접어들었다. 그들의 한을 풀어줄 인재도 보이지 않는다. 어쩌면 아르헨티나 축구의 암흑기 시작을 우리 모두 목도한 것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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