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시각)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진행된 일본과 폴란드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폴란드의 라팔 쿠르자와(오른쪽)와 일본 히로키 사카이(가운데)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

28일(한국시각)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진행된 일본과 폴란드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폴란드의 라팔 쿠르자와(오른쪽)와 일본 히로키 사카이(가운데)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톱시드'를 배정 받은 폴란드가 조별리그 꼴찌로 대회를 마감했다. H조 최강자로 평가 받았던 폴란드는 32년 만에 16강에 진출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지만, 부끄러운 경기력과 태도 끝에 쓸쓸히 퇴장했다.

지난 28일 오후 11시 러시아 볼고그라드 아레나에서 열린 2018 FIFA 러시아 월드컵 H조 조별리그 3차전 폴란드와 일본의 경기에서 폴란드가 1-0 신승을 거뒀다. 1, 2차전에서 연패를 당하며 일찌감치 16강행이 좌절되었던 폴란드는 마지막 경기에서 대회 첫 승을 신고하며 표면상 유종의 미를 거뒀다.

이날 경기는 일본의 '볼 돌리기' 행위로 논란이 됐다. 일본은 폴란드에게 지고 있었음에도 1-0으로 승부가 끝나면 경쟁자 세네갈에게 '페어 플레이 점수'에서 앞서 16강 진출이 가능했다. 때문에 일본은 후반 종료 휘슬이 울리기 10분 전부터 공격 자체를 아예 시도하지 않았다. 결국 같은 시간에 열렸던 콜롬비아와 세네갈의 경기가 일본이 원하던대로 1-0 콜롬비아의 승리로 끝나면서 일본은 8년 만의 16강행 티켓을 거머쥐게 됐다.

전 세계적인 비판이 쏟아졌다. 영국의 공영방송 BBC에 출연한 축구 전문가들은 이날 경기에 대해 일제히 "페어플레이 정신을 망각한 수치스러운 경기"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MBC 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인 안정환도 "이럴거면 차라리 한국과 독일의 경기를 재방송하는게 나았을 것"이라고 일본의 플레이를 목소리 높여 비난했다.

'더티 플레이'로 '페어 플레이' 점수를 유지해 일본이 득을 본 아이러니한 상황이 발생했다. 일부에서는 '룰'에 어긋나는 플레이가 아니였는데 무슨 상관이냐는 반응도 있다. 하지만 페어 플레이는 단순히 룰을 지키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진실된 마음으로 최선을 다해서 경기에 임하는 것이 페어 플레이의 중요한 덕목이다. 이날 경기에서 보여준 일본의 행위는 무승부를 기록하면 함께 16강에 갈 수 있었는 데도 최선을 다한 세네갈과 콜롬비아를 무시하는 행동이었다.

'톱시드' 자격 없었던 폴란드, 부끄러워 해야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열린 세네갈과 폴란드의 H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세네갈의 알프레드 은디아예를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열린 세네갈과 폴란드의 H조 조별리그 1차전 경기 모습. 폴란드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가 세네갈의 알프레드 은디아예를 상대로 공을 다투고 있다. ⓒ EPA/연합뉴스


폴란드의 플레이도 비판받아 마땅하다. 비겨도 16강에 가는 일본과 달리 이미 탈락이 확정된 폴란드였지만 마지막 불꽃을 태워야 할 명분은 충분했다. 폴란드는 이번 대회를 '톱시드' 자격으로 참여했다. 지난 월드컵 성적과 관계없이 오로지 FIFA 랭킹 순위로 톱시드를 배정한 결과 조 추첨 당시 FIFA 랭킹 6위였던 폴란드가 톱시드 혜택을 받게 되었다. 폴란드는 톱시드로 배정된 이점을 톡톡히 봤다. 조 추첨에서 껄끄러운 상대를 대부분 피했다.

그러나 폴란드는 무기력했다. 조별리그 1차전에서 16년 만에 월드컵에 참가한 세네갈에게 1-2로 패했고, 2차전 콜롬비아와 경기에서는 힘 한 번 제대로 쓰지 못하고 0-3으로 완패했다. 단 두 경기 만에 소위 말하는 '광탈(광속 탈락)'을 당했다.

조기 탈락의 굴욕을 만회하기 위해서는 일본전에서 승리는 물론이고 다득점 경기를 해서 체면을 세울 필요가 있었다. 허나 폴란드는 월드컵에 첫 줄전하는 국가처럼 승리에만 매몰되었다. 후반 15분 얀 베드나레크가 선제 골을 넣으며 폴란드가 앞서 갔지만 공격 의지는 이내 수그러들었다. 일본이 노골적으로 공을 돌림에도 마치 일본의 16강 진출을 바라는 듯이 폴란드 선수들은 멀뚱히 돌아가는 공을 보고만 있었다.

세계적인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비롯해 그제고슈 크리호비악, 보이첵 슈체스니 등을 보유하고도 1-0 승리에 만족하는 모습은 대회 그 어떤 참가국보다 볼품 없었다. 자국 축구에 대한 자부심은 실종되었고 월드컵에 임하는 태도도 낙제점이었다. 일본의 행동에 장단을 맞춘 폴란드의 행동은 경기장을 찾은 관중 뿐만 아니라 1970~80년대의 영광 재현을 고대하는 폴란드 축구 팬들을 무시하는 처사였다. 폴란드는 1승을 거뒀음에도 이번 대회을 통해 처음으로 월드컵에 참가한 아이슬란드, 파나마와 마찬가지로 조 최하위로 다음 대회를 기약하게 됐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폴란드 일본 부끄러운 경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