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한국시각)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진행된 일본과 폴란드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폴란드의 라팔 쿠르자와(오른쪽)와 일본 히로키 사카이(가운데)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

28일(한국시각) 러시아 볼고그라드에서 진행된 일본과 폴란드의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폴란드의 라팔 쿠르자와(오른쪽)와 일본 히로키 사카이(가운데)가 경기에 임하고 있다. ⓒ 연합뉴스/EPA


지난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 출전한 아시아 팀들은 본선에서 3무 9패의 성적을 기록하며 단 한 팀도 16강에 오르지 못하는 불명예를 안았다. 그리고 4년이 지난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선 아시아 5팀은 호주를 제외한 모든 팀이 1승씩 챙기며 지난 대회와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16강 진출 팀도 나왔다. 그 주인공은 일본이다. 일본은 폴란드와의 경기에서 0-1의 패배를 기록했으나 동시간에 열린 콜롬비아와 세네갈의 경기에서 콜롬비아가 세네갈을 1-0으로 물리치며 세네갈과 승점, 골득실, 다득점, 상대전적에서 모두 동률을 이뤘으나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세네갈에 앞서며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본선에서는 일본 특유의 아기자기한 패스플레이에 탄탄한 수비, 베테랑들이 중심이 된 노련한 경기운영, 체력싸움에서의 우위 등이 뒷받침돼 선전했다. 그러나 콜롬비아전에서 경기시작 3분 만에 콜롬비아의 카를로스 산체스 선수가 핸드볼 파울로 인해 퇴장 당하며 일본은 수적 우위를 점했다. 또 마지막 폴란드전에선 패했지만 페어플레이 점수에서 앞서는 등 행운까지 곁들여 16강 진출에 성공했다.

그런데 경기를 들여다 보면 페어플레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물론 콜롬비아가 세네갈에 앞선 상황에서 무리하기 보단 안정적인 경기 운영을 하고자 했을 수 있다. 그러나 월드컵이란 무대에서 끝까지 최선을 다하기보단 자기진영에서 볼을 돌리는 소극적인 경기 운영은 팬들에게 야유를 받기에 충분했다.

일본을 살린 가와시마 골키퍼의 2차례 선방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르는 일본과 마지막까지 질 수 없다는 폴란드의 대결에서, 일본이 다소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였다. 그럼에도 폴란드의 역습은 인상적이었다. 레반도프스키를 중심으로 쿠자와 지엘린스키, 그로시츠키가 나선 폴란드의 공격은 90분 동안 일본의 골문을 위협했지만 이때마다 가와시마 골키퍼의 선방이 나왔다.

첫 번째는 전반 31분 폴란드의 역습상황에서 오른쪽 측면에서 올라온 크로스를 폴란드의 그로시츠키가 헤딩슛으로 연결했지만 가와시마 골키퍼의 선방이 나오면서 득점으로 연결되지 못했다. 그로시츠키의 헤딩슛은 골라인을 넘은 것처럼 보였지만 골라인 판독 결과 볼이 골 라인을 완전히 넘지 못해 득점으로 인정되지 못했다.

두 번째는 0-1로 뒤진 후반 35분에 나왔다. 오른쪽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한 폴란드는 그로시츠키가 오른쪽에서 낮게 올려준 크로스가 일본의 수비수 마키노의 발을 맞고 골문 쪽으로 향하자 이를 가와시마 골키퍼가 막아 추가실점의 위기를 넘겼다. 이때는 콜롬비아가 세네갈에 1-0으로 앞선 상황이었기에 만약 이 상황에서 마키노의 자책골로 연결됬다면 일본의 16강 진출은 수포로 끝났을 것이다.

지난 콜롬비아전에서 퀸테로의 낮게 깔린 프리킥을 처리하지 못해 실점을 내준 데다 세네갈전에선 펀칭미스로 실점을 내주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던 가와시마 골키퍼였지만 폴란드전에선 결정적인 선방을 선보이며 일본의 16강 진출에 큰 역할을 했다.

세트피스에서 강점보인 폴란드, 아쉬웠던 레반도프스키의 침묵

폴란드가 이번 월드컵에서 기록한 득점은 단 2득점. 이 두 골 모두 세트피스 상황에서 넣은 득점이었다. 세네갈과의 경기에서 0-2로 뒤진 종료 직전에 세트피스로 만회골을 기록한 폴란드는 일본과의 경기에서도 세트피스로 선제 결승골을 터뜨렸다. 후반 13분 페널티 아크 왼쪽 바깥쪽에서 얻은 프리킥을 폴란드의 쿠자와가 올려줬고 이 볼을 베드나레크가 득점으로 연결시키며 결승골을 터뜨렸다.

선제골을 기록한 폴란드로선 일본이 라인을 올리면 그것을 역이용해 장점인 역습을 통해 추가 득점을 노릴 수 있는 상황이었다. 또 폴란드에는 확실한 해결사인 레반도프스키도 존재했다. 하지만 레반도프스키는 끝내 침묵을 지켰다. 1-0으로 앞선 후반 28분 수비에서부터 이어진 역습 상황에서 그로시츠키가 올려준볼이 레반도프스키에게 향했고 레반도프스키가 시도한 슈팅은 아쉽게도 골대를 넘어가며 추가득점으로 이어지지 못했다.

이 골이 들어갔으면 일본은 그대로 탈락할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이 득점 기회가 무산된 것은 H조 전체 흐름을 바꾸고 말았다. 이 기회가 무위로 끝나자마자 콜롬비아의 선제골이 터졌고 이 상황을 전해들은 일본은 눈에 보이게 지키려고 하는 모습을 보였다. 무리하게 공격하기 보단 자기진영에서 짧게 패스를 주고 받으며 시간을 허비했다. 폴란드 역시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무리하기보단 압박을 하지 않은 채 자리를 지키는 데 중점을 뒀다.

결국 레반도프스키가 득점기회를 놓친 것이 결과적으로 일본을 16강으로 이끌었다. 그리고 레반도프스키는 마지막일지 모르는 이번 월드컵에서 단 한 골도 기록하지 못한 채 일정을 마무리했다.

선발 6명 바꿨던 일본, 16강에선 어떤 모습일까?

비기기만 해도 16강에 오를 수 있었던 일본은 지난 콜롬비아와 세네갈전과 달리 선발 라인업 절반에 해당하는 6명의 선수를 바꾸는 모험을 감행했다. 쇼지 겐을 비롯해 하세베 마코토, 카가와 신지, 이누이 다카하시, 오사코 유야, 하라구치 겐키등이 폴란드전 선발에서 빠졌다. 이는 1, 2차전 모두 활약하며 체력적으로 떨어졌기에 가능한 선발 라인업의 변화였지만 어쩌면 이는 16강전을 바라본 니시노 감독의 '선견지명'이라 볼 수도 있었다.

사실 일본이 16강 진출에 실패했다면 니시노 감독의 이 결단은 실패한 용병술이었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일본이 16강에 진출하면서 주축 선수들의 체력을 유지할 수 있게 된 셈이다. 일본이 이번 월드컵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수 있었던 데는 일본 특유의 패스플레이가 살아난 점과 노련한 경기운영이 뒷받침 됐지만, 무엇보다 체력싸움에서 안정적이었기 때문이라 볼 수 있다.

일본이 16강에서 만날 상대는 벨기에 혹은 잉글랜드로서 만만치 않은 상대임에는 틀림없다. 폴란드전에서 선발 6명을 바꾸는 용단을 보인 니시노 감독의 결정은 16강전에서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관심이 모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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