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경기에서 득점하는 방법은 공격을 하는 팀의 선수가 1루와 2루, 3루 베이스를 돌아 홈 플레이트를 밟는 것이다. 타자의 타구를 상대 팀 수비수들이 처리하는 동안 공격하는 팀의 주자들은 전력을 다해 최대한 많이 달려 빠르게 홈으로 돌아와야 한다.

그러나 보통 이러한 과정에는 타구가 상대 수비수에게 잡혀 아웃이 되기도 하고, 안타가 되었어도 주자가 달리다 아웃되기도 한다. 이러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고 확실하게 득점할 수 있는 방법은 상대 팀 수비수가 아예 공을 잡을 수 없는 곳으로 홈런을 날리는 것이다.

확실하게 점수를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관중석으로 넘어갈 경우 관중들이 공을 잡을 수 있는 합법적인 수단이 되기도 하여 홈런이 터지는 순간은 관중들이 가장 열광하는 상황이기도 하다. 이승엽이 홈런 열풍을 몰고 왔을 때 잠자리채까지 등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1982년 대한민국의 프로야구 리그인 KBO리그가 시작하면서 2018년 현재 어느덧 37번째 시즌을 맞이하고 있다. 37번째 시즌을 맞이하는 동안 경기에서 나오는 홈런들은 팬들에게 팀이 승리하는 환희의 순간이 되기도 하고, 팀이 패하는 악몽의 순간이 되기도 했다.

KBO리그 37번째 시즌, 3만호 홈런 주인공 된 로맥

이재원 1타점 2루타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말 SK 공격 1사 2루 상황에서 SK 이재원이 좌중간 2루타를 치고 있다. 2루 주자 로맥은 홈인. 2018.4.24

▲ 이재원 1타점 2루타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말 SK 공격 1사 2루 상황에서 SK 이재원이 좌중간 2루타를 치고 있다. 2루 주자 로맥은 홈인. 2018.4.24 ⓒ 연합뉴스


37번째 시즌을 맞이하면서 담장을 넘어간 타구도 어느덧 3만 구가 넘게 됐다. 6월 9일까지 2만 9999호 홈런을 기록했던 KBO리그는 10일 경기에서 홈런이 터지면서 3만 호 홈런의 주인공이 탄생하게 됐다.

KBO리그 3만 호 홈런의 주인공은 외국인 타자 제이미 로맥(SK 와이번스)이다. 대전 동구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렸던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경기에서 1루수 겸 4번 타자로 선발 출전했는데, 2사 후 최정이 안타로 출루한 상황에서 로맥에게 기회가 왔다.

로맥은 한화의 선발투수 윤규진의 3구째 들어온 시속 143km짜리 빠른 공을 잡아 당겨 비거리 110m짜리 홈런을 작렬했다. 10일에 열린 5경기 중 가장 먼저 홈런이 터지면서(17:04) 로맥은 KBO리그 역사상 3만 번째 홈런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다. KBO리그 측에서는 로맥에게 특별 제작한 기념 트로피를 수여할 예정이다.

원래는 현장에서 역사적인 홈런 공을 잡은 관중이 그 공을 KBO리그에 기증할 경우 2019년 시즌 회원권 2장이나 디지털TV 등 600만 원 상당의 선물들을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이 홈런 공을 주운 관중은 없었다. 로맥의 타구가 담장을 넘어가서 원정 팀 불펜에 있는 그물 위로 떨어졌기 때문이었다. 일부 관중들이 손을 뻗어봤지만 소용없었고 결국 이벤트 선물의 주인공은 등장하지 않았다.

결국 로맥이 날린 홈런 공은 SK의 불펜포수 나카니시 카즈미가 주워서 SK 더그아웃에 전달했다. 각 경기장마다 KBO리그 관계자가 대기하고 있었고, 로맥은 이날 경기 첫 타석에 들어섰을 때 사용했던 배트와 장갑을 공과 함께 기증했다. 공과 배트 그리고 장갑은 서울 강남구에 있는 KBO리그 사옥 지하에 있는 아카이브 센터에 보관된다.

10일 경기에서 홈런은 로맥의 3만 호 홈런을 포함하여 총 6개의 홈런이 추가됐다. 대전 경기(SK 와이번스 VS 한화 이글스)에서 3개, 수원 경기(넥센 히어로즈 VS kt 위즈)에서 1개, 잠실 경기(NC 다이노스 VS 두산 베어스)에서 2개까지 총 6개의 홈런이 추가되며 통산 3만 5호 홈런까지 기록됐다.

LG 트윈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대구 경기에서는 홈런이 나오지 않았다. KIA 타이거즈와 롯데 자이언츠의 부산 경기는 우천으로 인해 4회말 1사에서 노 게임 선언되는 바람에 각종 경기 기록이 인정되지 않았다. 다만 경기가 중단되기 전까지 홈런이 나오진 않았다.

14분 늦었던 30001호 홈런 강백호, 부모님 앞에서 홈런 기록한 것에 만족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3회초 kt 선두타자 강백호가 타격하고 있다. 2018.3.25

25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kt 위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3회초 kt 선두타자 강백호가 타격하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이날 대전 경기에서 1회초부터 홈런이 나오는 바람에 이후에 홈런을 추가한 다섯 명의 타자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 중 가장 아쉬워했던 홈런의 주인공은 올 시즌 kt 위즈의 흥행에 크게 기여하고 있는 신인 타자 강백호였다.

강백호는 kt의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했으며 1번 타순에 배치됐다. KBO리그 데뷔전이었던 개막전 첫 타석에서 역대 최초로 고졸 신인 개막 첫 타석 홈런을 날렸던 만큼, 강백호에게는 다시 한 번 첫 타석 홈런으로 역사적인 기록을 세울 수 있는 의미있는 기회였다.

강백호는 1회말 kt의 공격이 시작된 첫 타석부터 넥센 히어로즈의 선발투수 한현희를 끈질기게 공략했다. 7구까지 가는 풀 카운트 접전 끝에 강백호는 7구 째 한현희가 던진 바깥쪽 슬라이더를 걷어 올려 경기장 가운데 담장을 넘기는 솔로 홈런을 날렸다.

그러나 강백호의 홈런은 로맥의 홈런보다 14분 늦은 기록이었다(17:18). 로맥은 10일 대전 경기에서 원정 팀 선수였기 때문에 먼저 공격할 수 있었다는 이점이 있었다. 강백호는 수원 경기에서 홈 팀의 1번타자이긴 했지만, 이날 1회부터 넥센이 2득점하느라 1회초 이닝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바람에 로맥보다 14분 늦어진 것이었다.

이날 수원 경기는 강백호 나름의 의미가 있었다. 구단 차원의 행사로 '강백호 데이'라는 이벤트를 마련한 경기였기 때문이었다. 이날 강백호 데이 행사에서는 강백호의 부모가 특별히 초대되었다. 경기 전 이벤트로는 팬 사인회가 있었으며 강백호의 아버지 강창열씨가 시구를, 어머니 정연주씨가 시타를 그리고 강백호가 시포를 맡았다.

그리고 본 경기에 들어가서 강백호는 자신의 부모가 보는 앞에서 다시 한 번 첫 타석 홈런을 날렸다. 비록 로맥보다 14분 늦은 홈런으로 아쉽게 KBO리그 3만 호 홈런이라는 역사적인 기록은 놓쳤으나, 가족과 함께한 이벤트 데이 경기에서 홈런을 날리며 가족들과 의미있는 날을 보냈다는 것에 만족하게 됐다.

KBO리그 첫 날부터 터졌던 홈런, 역사적인 홈런들은?

KBO리그는 1982년 3월 27일에 첫 번째 시즌 개막전을 치렀다. 그리고 개막전을 치렀던 첫 날부터 관중들을 열광의 도가니에 빠뜨린 홈런이 터졌다.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홈런을 날린 주인공은 삼성 라이온즈 창단 멤버였던 이만수(전 SK 와이번스 감독, 현 라오스 라오 J 브라더스 구단주)였다(허용 투수 MBC 청룡 유종겸).

KBO리그 역사상 첫 홈런이 나왔던 경기장은 서울 중구에 있었던 동대문운동장으로, 현재는 역사문화공원으로 바뀌었다. 잠실 종합운동장에 있는 야구장은 1982년에 세계야구선수권대회 경기장으로 활용되었기 때문에 당시 서울을 연고로 하는 MBC 청룡(현 LG 트윈스)이 임시 홈 구장을 동대문운동장으로 활용했다.

리그 첫 날부터 터진 홈런 타구가 1만 구가 적립되는 데까지는 17년의 시간이 걸렸다. KBO리그 통산 1만 호 홈런은 1999년 5월 9일 부산의 사직 야구장에서 나왔다. 당시 롯데 자이언츠에서 활약하던 외국인 타자 펠릭스 호세가 최상덕(당시 해태 타이거즈)을 상대로 홈런을 날리며 기념비적인 홈런을 적립했다.

통산 2만 호 홈런은 그로부터 10년 뒤에 나왔다. 1만 호 홈런에 이어 2만 호 홈런 역시 같은 사직 야구장에서 나왔는데, 이번에는 홈팀인 롯데가 아니라 원정 팀 선수가 홈런을 기록했다. 당시 선수로 활약하던 연경흠(당시 한화 이글스)이 롯데의 이정훈(현 원주고등학교 투수코치)을 상대로 홈런을 날렸다. 당시 연경흠은 1983년 생의 비교적 젊은 선수였으나, 고질적인 팔꿈치 통증으로 인하여 2013년까지만 뛰고 은퇴를 선언했다.

그리고 통산 3만호 홈런까지 9년이 걸렸다. 홈런이 1만 개가 적립되는 간격이 점점 짧아지는 이유로는 KBO리그 초창기에 비하여 선수들의 웨이트 트레이닝 관리와 타구의 발사 각도 등 타격 기술 등이 발달했으며, 각종 작전을 펼치는 스몰볼보다는 장타를 위주로 하는 빅볼이 발달한 KBO리그의 흐름도 이를 반영한다. 게다가 KBO리그는 최근 몇 년 동안 타고투저의 흐름이 이어지고 있어서 통산 4만 호 홈런이 나오는 데 걸리는 시간은 더 짧아질 것으로 보인다.

10일 경기에서 강백호가 14분 차이로 아쉬운 타이밍을 기록한 것처럼, 양준혁(현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 역시 9999호 홈런으로 아쉬운 타이밍을 기록한 적이 있었다. 1999년의 일이었는데, 송지만(당시 한화 이글스, 현 넥센 히어로즈 수비주루코치)이 그 해에 홈런을 날렸다가 홈 플레이트를 밟지 못하는 바람에 홈런이 인정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이 사건 때문에 이후 홈런을 날린 양준혁이 9999호, 호세가 1만호 홈런을 기록하게 됐다.

최다 경기 연속 홈런 부문에서는 KBO리그가 세계 기록을 갖고 있다. 이대호(현 롯데 자이언츠)가 2010년 8월 14일까지 9경기 연속 홈런 기록을 세우면서 이 부문 신기록을 세운 것이다. 메이저리그 최고 기록은 8경기(대일 롱, 돈 매팅리, 켄 그리피 주니어)이며 일본 최고 기록은 7경기이다. 최근에는 김재환(현 두산 베어스)이 7경기까지 연속 홈런 기록을 세웠다가 10일 경기에서 중단된 적이 있다.

가장 많은 홈런 기록을 보유한 이승엽

KBO리그에서 홈런과 관련하여 역사적인 기록을 가장 많이 남긴 선수는 이승엽(현 KBO리그 홍보대사)이다. 이승엽은 KBO리그 시절 삼성 라이온즈 한 팀에서만 467홈런을 날렸으며, 일본 시절 기록까지 합하면 626홈런으로 한국인 역대 최다 홈런을 기록한 타자가 됐다(장훈은 일본 리그에서 504홈런).

이승엽은 KBO리그 단일 시즌 최다 홈런(56홈런) 부문에서도 역대 1위(2003)와 2위(1999)를 기록하고 있다. 공동3위 기록은 2003년 심정수와 2015년 박병호(현 넥센 히어로즈)가 세운 53홈런이다. 박병호는 2014년에도 52홈런으로 이 부문 5위 기록까지 보유하고 있다.

고졸 신인으로서는 첫 시즌 개막전 첫 타석 홈런으로 강백호가 유일한 기록을 갖고 있지만, 안타깝게도 강백호(1999년 7월 29일 생)는 역대 최연소 홈런 기록은 갖고 있지 않다. 강백호가 홈런을 기록한 시점(2018년 3월 24일)은 18세 7개월 24일로 이 부문 5위권 밖이다.

최연소 홈런은 17세 11개월 20일 기록을 갖고 있는 홍현우(현 동강대학교 감독, 1972년 9월 28일 생)인데 홍현우는 동년배에 비해 1년 일찍 학교에 입학했기에 가능했던 기록이었다. 최연소 2위 기록은 18세 2개월 23일의 기록을 갖고 있는 최정(SK 와이번스, 1987년 2월 28일 생)인데, 최정 역시 2월생까지는 조기 입학이 가능했던 당시 입학 규정에 의해 생일이 1달 차이인 류현진(1987년 3월 25일 생)보다 프로 지명이 1년 빨랐기 때문에 달성한 기록이었다.

개인 통산 최연소 100홈런(1999년 5월 5일), 300홈런(2003년 6월 22일) 기록은 이승엽이 가지고 있다. 이전까지 세계 최연소 300홈런 기록은 알렉스 로드리게스(전 뉴욕 양키스, 은퇴)가 갖고 있었는데 이승엽이 300홈런까지는 최연소 기록을 경신했다. 다만 이승엽이 일본 진출 이후 홈런 증가 속도가 다소 느려지면서 개인 400홈런은 2006년이 되어서야 달성했다.

이승엽은 KBO리그 정규 시즌에서는 가장 많은 홈런을 기록했지만, 포스트 시즌에서는 홈런과 관련된 기록이 적은 편이다. 그러나 2002년 한국 시리즈 6차전에서 당시 리그 최고의 마무리투수 중 한 명이었던 이상훈(현 LG 트윈스 피칭 아카데미 원장)을 상대로 동점 3점 홈런을 기록하는 등 결정적인 순간 클러치 능력을 보였으며, 국가대표로 뛰었을 때 결정적인 상황마다 홈런을 통해 대표팀을 이끌었다.

이렇듯 역사를 함께 해 오면서 홈런은 야구에 있어서 중요한 재미 요소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자신이 응원하는 팀의 선수가 홈런을 날리면 더할 나위 없이 기쁜 반면, 상대 팀 선수가 홈런을 날리면 홈런을 허용한 투수에게는 기억하고 싶지 않은 순간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야구의 역사와 함께 울고 웃는 요소가 되고 있는 홈런과 관련된 기록이 앞으로 또 어떠한 기록으로 역사를 남기게 될지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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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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