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L 맨시티, 첼시에 1-0 승리 지난 3월 4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첼시 FC와의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르로이 사네(오른쪽)가 공을 차고 있다.

▲ EPL 맨시티, 첼시에 1-0 승리 지난 3월 4일 영국 맨체스터 에티하드 스타디움에서 진행된 잉글리시 프리미어 리그 첼시 FC와의 경기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르로이 사네(오른쪽)가 공을 차고 있다. ⓒ 연합뉴스/EPA


디펜딩 챔피언의 수준은 확실히 달랐다. 월드컵 2연패에 도전하는 독일이 4일(한국 시각) 러시아 월드컵 본선에 나설 23인 최종명단을 발표했다. 토마스 뮐러, 제롬 보아텡, 마누엘 노이어(이상 바이에른 뮌헨), 메수트 외질(아스널), 토니 크로스(레알 마드리드), 마르코 로이스(도르트문트), 윌카이 귄도간(맨체스터 시티), 마르크 테어 슈테겐(바르셀로나) 등 국내 팬들에게도 친숙한 스타 선수들이 두루 이름을 올렸다.

이번 월드컵에서도 가장 유력한 우승후보이자, 한국과는 같은 조에서 경쟁하게될 독일의 전력은 국내 팬들에게도 큰 관심사였다. 예상대로 발탁된 선수들의 이름값도 화려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오히려 탈락한 선수들의 면면이다. 다른 국가 같으면 충분히 월드컵 최종명단에 포함되는 것은 물론이고 에이스급으로 나서도 이상하지 않을 선수들이 대거 탈락하는 이변이 나왔다. 그만큼 2, 3군까지 막강한 독일의 가공할 선수층을 보여주는 장면이다.

맨시티에서는 14골로 맹활약한 사네, 독일 대표팀에선

가장 눈에 띄는 이름은 역시 르로이 사네다. 올시즌 맨시티의 2선 공격수로 활약하며 소속팀의 리그 우승에 기여한 사네는 각종 대회에서 무려 14골 19도움을 기록하는 폭발력을 과시했다. 2017-2018 시즌 프리미어리그 영플레이어상도 수상했다.독일대표팀에서도 유로 2016 최종명단에 이름을 올리는 등 꾸준히 부름을 받으며 1차로 발표한 27인 월드컵 예비명단까지 생존했다.

하지만 요아힘 뢰브 독일 감독은 예상을 깨고 사네를 월드컵 최종명단에서 제외했다. 소속팀에서의 맹활약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대표팀에서 저조한 활약이 마지막 문턱을 남겨두고 발목을 잡았다. 사네는 독일 유니폼을 입고 총 12번의 A매치에서 무득점에 그치고 있다.

독일의 화려하다 못해 넘치는 2선 스쿼드도 사네에게는 운이 따르지 않았다. 사네의 주 포지션은 윙 포워드에서 뢰브 감독의 플랜A는 토마스 뮐러와 마르코 로이스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는 메수트 외질(아스널)이 있다. 사네는 사실상 백업멤버 경쟁에서도 율리안 브란트(레버쿠젠)-율리안 드락슬러(PSG)에게 밀렸다. 올시즌 개인기록에서는 사네보다 딱히 낫다고 하기 어렵지만 대표팀에서 오랫동안 호흡을 맞추며 좀더 검증된 선수들에게 기회가 돌아갔다.

또한 뢰브 감독은 이번 최종명단을 발표하면서 수비력 강화에 더 초점을 맞췄음을 밝힌 바 있다. 독일의 최종명단을 살펴보면 여러 포지션에서 활약할 수 있고 수비가담 능력을 갖춘 미드필더들을 다수 선발한 것이 눈에 띈다. 최종명단 발표직전 마지막 평가전이었던 오스트리아와의 경기에서 수비불안을 드러내며 1-2로 패한 것도 뢰브 감독의 결정에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

탈락한 멤버로만 꾸려도 8강은 가능? 독일의 막강 전력

뛰어난 실력에도 불구하고 아깝게 떨어진 선수는 사네만이 아니다. 부동의 독일 주전 수문장이었으나 최근 장기 부상에서 돌아온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가 복귀하자 레버쿠젠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베른트 레노가 탈락의 비운을 맛봤다. 프라이부르크에서 두 자릿수 득점을 올리며 깜짝 활약을 펼친 닐스 페터슨도 마리오 고메즈-티모 베르너가 버틴 공격수 경쟁의 벽을 넘지 못했다.

독일은 이보다 앞서 마리오 괴체와 산드로 바그너를 아예 예비 엔트리에서도 제외하는 강수를 두기도 했다. 괴체는 4년 전 브라질 월드컵 결승전에서 독일의 우승을 확정짓는 결승골의 주인공이었다. 하지만 잦은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바그너는 올시즌 뮌헨에서 12골을 터뜨리는 맹활약을 펼치고도 뢰브 감독의 선택을 받지 못했다. 바그너는 월드컵 탈락의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대표팀 은퇴를 선언해 현지에서 큰 논란이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이번 월드컵에 발탁되지못한 독일의 유명선수로는 안드레 쉬얼레(도르트문트), 엠레 찬(리버풀), 베네딕트 회베데스(유벤투스), 슈코드란 무스타피(아스널), 로리스 카리우스(리버풀), 라스 벤더(레버쿠젠)등이 있다. 축구팬들은 독일이 이번 월드컵 최종명단에서 탈락한 멤버들만으로 베스트11를 꾸려도 8강 이상은 가능할 것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가뜩이나 부족한 선수층에 믿었던 주축 선수들의 줄부상으로 베스트11조차 아직 확정짓지 못한 한국으로서는 월드컵에서 만나갈 독일의 풍부한 선수층이 그저 부러울 수밖에 없다.

한편으로 화려한 선수층을 자랑하는 독일도 최종 명단 발표를 전후하여 뢰브 감독의 선택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바르셀로나에서 좋은 활약을 펼친 테어 슈테겐 대신 장기부상에서 갓 돌아온 노이어의 주전 기용을 예약한 것이나, 사네-바그너의 탈락과 시즌 절반을 부상으로 날린 로이스의 발탁, 터키계 출신인 외질과 귄도간의 '국가 정체성 논란'까지 겹치며 4년전 우승 당시에 비하여 다소 분위기가 어수선한게 사실이다. 하지만 '세상에서 가장 쓸데없는 게 독일 대표팀 걱정'이라는 우스갯소리처럼 항상 국제대회에만 나오면 더 큰 저력을 발휘하는 독일의 힘은 일각의 자잘한 우려를 무색하게 만든다.

독일은 멕시코와 월드컵 첫 경기를 시작으로 스웨덴을 거쳐 한국과는 27일 조별리그 최종전에서 격돌한다. 엄청난 전력 차가 예상되지만 독일 역시 항상 완벽한 팀은 아니다. 그동안 월드컵 무대에서 한번도 전차군단을 넘지못했던 한국 축구가 러시아월드컵에서는 통쾌한 반란을 만들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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