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센은 최근 그라운드 안팎에서 팬들을 실망스럽게 만들었다. 구단을 이끌어야 하는 대표의 일탈부터 팀의 주전 포수와 마무리 투수가 성폭행 혐의에 연루되는 등 구단과 선수를 응원했던 팬들로서는 배신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한창 정규시즌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선수들에게도 좋지 않은 소식이다.

연이은 악재에도 불구하고 30일 현재 6위에 위치한 넥센은 55경기 27승 28패 승률 0.491로 선전하는 중이다. 4위 LG와의 승차는 단 한 경기 차에 불과해 언제든지 4위 탈환이 가능하다. 어느 한 팀이 치고 나가지 못하고 있는 만큼 넥센에게도 충분히 기회가 있다.

그렇다면 넥센이 버틸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신구조화' 선수들이 스스로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

박병호가 서건창이 빠진 4월부터 고비가 찾아왔다. 주축 야수들이 줄부상을 당하면서 그 공백을 쉽게 메우기가 어려웠다. 특히 팬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은 4번 타자 박병호의 존재감은 그 어떤 타자도 대체할 수 없었다. 다른 팀들과 비교했을 때 타선의 무게감이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얼마 지나지 않아 고종욱, 이정후, 김하성까지 부상을 입고 전력에서 이탈했다. 주전 야수가 무려 다섯 명이나 부상으로 빠지게 된 것은 찾아보기 드문 일이다. 선수마다 경과나 상태가 다르지만 장정석 감독은 장기간 동안 베스트 라인업을 꾸릴 수 없게 됐다.

그때, 선수들이 힘을 뭉쳤다. 김규민, 송성문, 김혜성 등 젊은 야수들이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하자 김민성, 이택근 등 기존에 활약하던 주전급 야수들까지 힘을 보탰다. 그 중에서도 김규민은 5월에만 타율 0.398 19타점을 기록하며 팀 공격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29일 광주 KIA전에서도 1번 타자로 선발 출전해 3타수 2안타 1타점 2득점으로 승리에 앞장섰다.

마운드에서는 선발 투수들이 어느 한 명 이탈하지 않고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LG와 함께 QS 리그 공동 1위(30회)로 대부분의 투수들이 많은 이닝을 던지고 있고, 특히 지난해 두 자릿수 승수를 기록했던 최원태의 공은 여전히 위력적이다.

논란의 안우진, 프로무대 데뷔 넥센 히어로즈의 2018시즌 1차 지명 신인 안우진이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13-2로 크게 앞선 9회초 등판하며 프로 데뷔 무대에선 안우진은 했던 1이닝 17구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휘문고를 졸업한 안우진은 넥센과 계약금 6억원에 계약했지만 고교 시절 학교 폭력에 가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구단으로부터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23일로 징계가 해제된 안우진은 25일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2018.5.26

▲ 논란의 안우진, 프로무대 데뷔 넥센 히어로즈의 2018시즌 1차 지명 신인 안우진이 지난 25일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롯데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 역투하고 있다. 13-2로 크게 앞선 9회초 등판하며 프로 데뷔 무대에선 안우진은 했던 1이닝 17구 1피안타 1볼넷 무실점을 기록했다. 휘문고를 졸업한 안우진은 넥센과 계약금 6억원에 계약했지만 고교 시절 학교 폭력에 가담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나며 구단으로부터 50경기 출장 정지 징계를 받았다. 지난 23일로 징계가 해제된 안우진은 25일 처음으로 1군 엔트리에 등록했다. ⓒ 넥센히어로즈/연합뉴스


이보근, 김상수가 고군분투하는 불펜에는 '신인' 안우진이 가세했다. 안우진 또한 논란의 중심에 섰던 인물 중 한 명으로서 팬들의 비난을 피해갈 수 없고, 평생 잘못을 잊어선 안 된다. 구단 자체 징계가 끝난 만큼 경기에 나서는 게 제도적으로 문제가 없기 때문에 당분간 경기에 나서면서 실전 감각을 더 쌓을 가능성이 높다. 전력에 플러스가 될 수 있는 요인이다.

이처럼 넥센의 투-타를 살펴봤을 때 한 두 명의 선수가 팀을 이끌기보다는 어린 선수들과 경험 있는 선수들이 함께 위기를 헤쳐나가고 있다는 느낌을 준다. 팀이 어려울수록 하나로 뭉치는 모습은 전혀 나쁠 게 없다.

열심히 뛰고 있는 선수들과 응원하는 팬들은 죄가 없다

조금 안타까운 것은, 구성원 일부의 잘못으로 인해 구단 이미지가 실추된 것은 물론이고 모든 선수들이 부담감을 떠안고 경기에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도 그저 사건이 발생한 팀에 소속됐다는 것만으로도 이들에게는 큰 짐이다.

한국 야구 전체가 타격을 받았지만 그 가운데서도 넥센 선수들과 팬들이 가장 큰 피해자다. 선수들은 묵묵히 해야 할 일을 했고, 팬들도 그저 선수들이 다치지 않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으로 응원을 보냈을 뿐이다. 누가 이들의 허탈함을 책임질 수 있을까.

아직 시즌이 많이 남았고, 순위 경쟁의 뜨거운 분위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 결국 연패에 빠지는 팀이 대열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 베스트 전력만큼이나 선수들의 컨디션과 사기가 유지돼야 하는 이유가 분명하다.

언제, 어떤 사안이 수면 위로 올라올지 모른다. 특히 최근 불거진 '트레이드 이면 계약'과 관련해서는 이제 시작에 불과할 뿐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오고 있다. 선수들은 지금과 같은 흐름을 유지할 수 있을까. 가장 좋은 시나리오는 더 이상 잡음 없이 남은 시즌을 소화하는 것이지만, 이를 기대하기에는 어려워 보이는 게 사실이다.

침울함 속 훈련하는 넥센 선수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등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넥센 선수들이 23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 침울함 속 훈련하는 넥센 선수들 프로야구 넥센 히어로즈 구단 포수 박동원과 마무리 투수 조상우 등 2명이 성폭행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는 가운데 넥센 선수들이 지난 23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SK 와이번스와 경기를 앞두고 몸을 풀고 있다. ⓒ 연합뉴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프로야구 넥센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양식보다는 정갈한 한정식 같은 글을 담아내겠습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