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우, '다 비켜' 28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 이승우가 돌파하고 있다.

▲ 이승우, '다 비켜' 28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 이승우가 돌파하고 있다. ⓒ 연합뉴스


역시 역습 전술에 특화된 새내기들이었다. 이들은 신태용 감독에게 눈도장을 찍기에 충분한 활약을 펼쳤다. 이승우는 선발 멤버로 귀중한 선취골 어시스트를 기록했고, 문선민은 55분부터 교체 선수로 들어와 국가대표 선수 경험이 아주 오래된 베테랑처럼 침착하면서도 완벽한 추가골을 직접 터뜨린 것이라 더 놀라웠다.

신태용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남자 축구대표팀이 28일 오후 8시 대구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18 러시아 월드컵' 온두라스와의 평가전에서 26살 동갑내기 공격수 손흥민과 문선민의 멋진 골에 힘입어 2-0 완승을 거뒀다.

러시아 월드컵, 역습 전술이 왜 중요한가?

전반전 4-4-2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신태용호는 손흥민과 황희찬을 투톱으로 내세우고 점유율 높은 공격 축구를 펼쳤다. 하지만 전반전 공격 데이터가 말해주듯 쓸만한 유효 슛은 거의 없었다. 한국이 공 점유율을 압도하며 주로 공격하는 양상은 실제 러시아 월드컵 조별리그에서 만나는 상대 팀들(스웨덴, 멕시코, 독일)의 수준을 고려할 때 실현하기 어렵다.

본선 대비 평가전에서 우리가 정말로 살펴야 할 항목은 '빠르면서도 효율적인 역습 전술을 펼칠 수 있는가'와 '흔들리지 않는 수비 조직력을 경기 끝까지 유지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신태용 감독은 러시아로 데려갈 최종 엔트리를 신중하게 고르기 위해 이번에 두 명의 공격 자원을 깜짝 선발했다. 청소년대표팀 시절부터 차세대 에이스로 점찍어둔 이승우(헬라스 베로나 FC, 이탈리아)와 인천 유나이티드 FC의 신데렐라 문선민이 그 주인공이다.

그런데 이들 두 선수에게 첫 경기부터 놀라운 기회가 찾아왔다. 이승우가 스타팅 멤버로 나와서 왼쪽 측면 공격형 미드필더로 뛰었고 문선민의 교체 시간도 55분이면 비교적 이른 편이었다.

이들은 이제 한국 축구의 에이스로 자리잡은 손흥민과 함께 역습 전술의 핵심 자원이라는 사실을 A 매치 데뷔전이자 새로운 대표팀의 첫 번째 평가전에서 분명하게 보여주었다. 월드컵 본선에서 만날 상대 팀에게 뒤통수 한 방을 때릴 수 있는 비밀 요원 신분이라고 봐도 무방하다.

경기 시작 후 17분 만에 첫 번째 슛을 인상적으로 날린 이승우는 역습 기회에서 과감하면서도 빠른 드리블 실력을 자랑하며 온두라스 수비수 두 명 사이를 헤집고 다녔다. 그리고 이승우는 44분에도 미드필더 주세종의 역습 패스를 받아 가속도 드리블을 자랑하며 반 박자 빠른 오른발 슛을 또 시도했다. 이번에도 골문 안으로 뻗어가지는 못했지만 이승우의 역습 활용도가 어느 정도인가를 확실하게 보여준 장면이었다.

신데렐라 문선민의 놀라운 데뷔 골

문선민 '데뷔전 데뷔골이야' 28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 문선민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문선민 '데뷔전 데뷔골이야' 28일 오후 대구 스타디움에서 열린 대한민국 대 온두라스의 국가대표 축구 평가전. 문선민이 골을 넣은 뒤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이승우의 역습 전술 활용 가치는 60분에 터진 첫 골 순간에도 빛났다. 오른쪽 측면에서 풀백 고요한과 함께 과감한 압박을 펼친 이승우가 고요한의 가로채기를 받아 빠르게 공을 몰고들어간 덕분에 온두라스 수비수들의 시선이 한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었고 이승우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 앞 공간이 활짝 열린 것이다.

이 기회를 에이스 손흥민이 놓칠 리 없었다. 약 25미터 지점에서 손흥민의 과감한 왼발 중거리슛이 빨랫줄처럼 온두라스 골문 오른쪽 구석으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에스코바르 골키퍼가 방향을 잡았지만 손흥민의 발등에 실린 묵직한 공은 그물을 시원하게 흔들고 말았다.

72분에 이어진 왼쪽 측면 역습도 공간 침투와 속도, 침착한 마무리 모두 합격점이었다. 황희찬의 빠른 왼쪽 돌파가 이어지는 순간 후반전 교체 선수 문선민도 함께 달렸다. 동료의 역습 속도에 어울릴 수 있도록 빠르게 제2, 제3의 공간을 점유하는 동료가 필요한 순간을 문선민이 정확하게 알고 있었던 것이다.

황희찬이 왼쪽 끝줄 바로 앞까지 몰고 들어갈 때 문선민은 먼저 자기 왼손으로 온두라스 수비수 조니 레베론을 적극 밀어 공간을 확보했다. 이른바 컷백 크로스 순간 패스를 받는 선수가 확보해야 하는 최소한의 공간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말해주는 동작이었다. 이 동작 하나로 문선민은 황희찬의 패스를 자기가 원하는 방향으로 돌려놓을 수 있었고 더 놀라운 침착한 방향 전환 드리블 기술까지 완벽하게 구사하며 왼발 슛을 에스코바르 골키퍼 왼쪽 겨드랑이 사이로 정확하게 밀어넣을 수 있었던 것이다.

스웨덴 리그에서 프로 선수 경험을 쌓으며 그 실력을 인정받아 2017년부터 인천 유나이티드 FC 유니폼을 입은 문선민의 이 A 매치 데뷔골 장면만 놓고 보면 센츄리 클럽(A매치 100경기 이상)에 가입한 능구렁이로 보일 정도였다.

황희찬과의 역습 속도를 정확하게 맞추어 공간을 확보한 뒤 그 좁은 공간에서 공을 침착하게 다루며 부드럽게 밀어넣기를 성공시킨 문선민의 데뷔골은 손흥민의 가슴 뻥 뚫리는 선취골 못지 않게 훌륭한 것이었다.

동료 수비수나 골키퍼에게 백패스 할 때 어이없는 실수를 일으키는 불안한 수비 조직력을 제외하면 대체로 만족할만한 월드컵 대비 첫 번째 평가전이었다고 말할 수 있다.

오는 6월 1일 전주성에서 열릴 보스니아-헤르체고비나 대표팀과의 두 번째 평가전에서는 오늘과는 다른 경기 양상이 전개될 것이다. 그래도 이번 경기를 통해 첫 선을 보인 이승우와 문선민의 역습 전술 활용 가치를 확인한 것은 귀중한 소득이다. 러시아로 향하는 최종 23명의 명단에 그들의 빛나는 이름이 적혀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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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러시아월드컵 대비 평가전 결과(28일 오후 8시, 대구 스타디움)

★ 한국 2-0 온두라스 [득점 : 손흥민(60분,도움-이승우), 문선민(72분,도움-황희찬)]

◎ 한국 선수들
FW : 손흥민(77분↔김신욱), 황희찬
MF : 이승우(84분↔박주호), 정우영, 주세종, 이청용(55분↔문선민)
DF : 홍철(55분↔김민우), 김영권, 정승현(71분↔오반석), 고요한(77분↔이용)
GK : 조현우
- 경고 : 호르헤 클라로스(25분)
축구 월드컵 손흥민 신태용 문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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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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