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한국야구학회 봄 학술대회에 참석한 정운찬 KBO 커미셔너는 "2014년부터 보유 한도가 바뀌면서 (팀마다) 외국인 타자를 한 명씩 보유하게 됐다. 이는 중심타자 한 명이 하위 타자 한 명을 대체하는 효과를 가져올 수 있지 않겠나. 이 제도 도입 이후 리그 공격력 강화는 필연적이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014년부터 타고투저 현상이 심화됐고 외국인 타자들이 팀과 리그에 미치는 영향이 커졌다고 보는 시선이 많다.

올 시즌에도 외국인 타자가 활약하는 팀이 대체적으로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제라드 호잉(한화), 제이미 로맥(SK), 로저 버나디나(KIA) 등이 그 주인공이다. 물론 다린 러프(삼성)처럼 팀 성적과는 무관하게 홀로 고군분투하고 있는 타자도 있다.

반면, 팀 성적을 떠나 외국인 타자로서 제 몫을 하지 못하는 타자들의 고민은 점점 커졌다. 지난해에 이어 올시즌에도 KBO리그 무대를 밟은 앤디 번즈(롯데), 멜 로하스 주니어(kt)가 그렇다. 더욱 심각한 상황에 놓인 선수, 지미 파레디스(두산)의 경우 엔트리 말소 이후 존재감 자체가 사라졌다.

팀은 갈 길이 급한데... 도움 못 주는 번즈-로하스

 계속된 부진으로 1군 엔트리에서 말소된 앤디 번즈

앤디 번즈. ⓒ 롯데 자이언츠


시즌 초반 최하위까지 처진 롯데는 13일 kt전 승리로 공동 4위까지 뛰어올랐다. 두 달도 채 되지 않는 시간 동안 빠르게 추격에 성공하며 하위권에서 탈출, 순식간에 중위권 경쟁에 뛰어들었다. 현재 1군 엔트리에 없는 송승준, 박세웅, 조정훈, 박진형까지 가세한다면 좀 더 여유로운 마운드 운영이 가능할 전망이다.

타자들도 타격감을 끌어올렸고, 신본기와 이병규 등 팬들의 기대감이 크지 않았던 타자들도 이따금씩 자신의 존재감을 알렸다. 딱 한 가지의 고민, 번즈의 부활 여부가 롯데 타선의 마지막 퍼즐조각이다. 10개 구단에서 하위 타선 OPS가 가장 낮은 롯데에게 번즈의 부진은 다소 뼈아프다.

번즈는 15일 현재 30경기 동안 113타수 27안타(3홈런) 타율 0.239로 지난해(타율 0.303 15홈런)의 활약을 이어가지 못하고 있다. 득점권 타율 0.216으로 중요한 순간마다 찬물을 끼얹기도 한다. 출루율이 0.277에 그쳐 루상에 나가는 것조차 어려운 게 번즈의 현실이다. 지난 10일 LG전에서 오랜만에 홈런포를 가동했지만 홈런 1개만으로는 만족할 수 없다.

상위권에서 시즌 초반을 맞이하다가 8위까지 추락한 kt도 같은 고민을 안고 있다. 40경기 161타수 41안타(10홈런) 타율 0.255로 번즈보다는 상황이 낫지만, 로하스 또한 지난해보다 위력이 떨어졌다. 4월까지 9개의 홈런을 기록하던 방망이가 5월에 들어 다소 식었다. 9경기 동안 타율 0.273, 홈런은 단 1개에 불과하다.

문제는 외국인 타자의 부진에도 끄떡없는 롯데와 달리 kt 타선에서는 대부분의 타자들이 침묵에 빠졌다는 것이다. 한때 4할이 넘는 타율을 기록했던 유한준, '특급 신인' 강백호 등 팀의 상승세를 이끌었던 타자들의 부진이 팀의 패배로 연결되는 경우가 많다. 로하스의 부활이 절실한 이유이다.

존재감 사라진 파레디스, 두산의 인내심은 어디까지

홈런 친 파레디스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삼성 대 두산 경기. 2회 말 1사 두산 파레디스가 솔로 홈런을 친 후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8.3.25

▲ 홈런 친 파레디스 25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리그 삼성 대 두산 경기. 2회 말 1사 두산 파레디스가 솔로 홈런을 친 후 주루코치와 하이파이브를 하며 그라운드를 돌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올해 처음으로 KBO리그 무대를 밟은 파레디스는 1군보다 퓨처스리그에서 머무르는 기간이 더 많았다. 두산이 다른 팀들보다 탄탄한 야수진을 갖춘 팀이라 그의 공백이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기대에 미치지 못한 파레디스의 행보는 실망스러웠다.

1군에서 14경기에 출전에 44타수 7안타(1홈런) 타율 0.159로 10개 구단 외국인 타자들 가운데 가장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지난 달 8일 NC전 이후 2군행 통보를 받은 이후 4월 19일 한화전에서 복귀했으나 이튿날 KIA전 이후 1군에서 타석에 들어서지 못했다. 충분히 재정비할 시간을 주었는데도 달라진 게 없었다.

그렇다고 해서 퓨처스리그에서 만족할 만한 기록을 남긴 것도 아니다. 15경기에서 60타수 16안타(2홈런) 타율 0.267로 좀처럼 타격감을 끌어올리지 못했다. 그 사이 김태형 감독의 전력 구상 속에서 파레디스는 사라졌고, 기존 야수들이 활약하고 있는 상황에서 굳이 파레디스를 올릴 이유가 없었다.

다만 SK, 한화 등 최근 흐름이 좋은 팀들이 외국인 타자로 인한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파레디스에게도 '마지막 기회'가 찾아올 가능성이 있다. 두산으로선 최고의 야수진을 보유했지만 외국인 타자 효과를 누리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 아쉬움이 남는다.

두 차례의 2군 말소로 기대감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이다. 또 한 번의 기회도 살리지 못한다면 그 땐 두산도 결단을 내려야 한다. 김재환, 오재일 등 주축 타자들의 타격 페이스가 떨어져 있는 타선 사정을 고려하면, 외국인 타자의 빈 자리가 조금씩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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