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에브리바디 노우즈>의 포스터.

영화 <에브리바디 노우즈>의 포스터. ⓒ Memento Films Production


이란 출신의 명장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에브리바디 노우즈>가 제71회 칸 영화제의 문을 열었다. 부부인 페넬로페 크루즈와 하비에르 바르뎀이 함께 출연해 주목받은 이 영화는 스릴러의 탈을 쓴 가족드라마다.

스페인 이베리아 반도의 한 마을, 로라(페넬로페 크루즈) 가족은 여동생 안나(인마 케스타)의 결혼식을 축하하기 위해 아르헨티나에서 날아온다. 고향 식구들은 오랜만에 고향을 찾은 그와 그의 가족을 환영하고 마을은 축제 분위기에 빠진다. 그런데 정작 결혼식 행사 중 로라의 딸 이레네(클라라 캄프라)가 괴한에 납치당하면서 축제는 곧 절망의 순간으로 바뀐다.

로라와 옛 연인 관계였지만 지금은 친구가 된 파코(하비에르 바르뎀)가 이레네의 행방을 찾기 위해 힘을 보탠다. 파코는 이 과정에서 이레네의 비밀을 알게 되고, 아내 비아(바르바라 레니에)의 관계도 틀어진다. 이웃들이 서로가 범인이라고 의심하는 가운데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던 관계들 몇 가지가 밝혀지며 이야기는 심리극으로 전환된다.

사람과 관계의 본질을 파고든 영화 <에드리바디 노우즈>

 영화 <에브리바디 노우즈>의 한 장면.

영화 <에브리바디 노우즈>의 한 장면. ⓒ Memento Films Production


영화는 딸의 행방을 찾는 로라와 그의 가족의 시선을 중심으로 서로 간 얽힌 관계, 그리고 사람들이 저마다 가진 비밀의 속성을 파헤친다. 즉, 딸을 납치한 범인을 추적하는 형식이 아니라 그 사건을 동력 삼아 사람과 관계의 본질을 파고든 영화로 볼 수 있다. 나와 상대만이 알고 있다고 생각한 일들이 사실은 누군가 알고 있던 것이었고, 그 암묵적인 비밀을 나름 소중하게 지켜주었기에 관계가 유지되고 있다는 사실. 어쩌면 인정하기 싫지만 인생사에서 일부 인정할 수밖에 없는 진실일 것이다.

정열적인 스페인 특유의 분위기와 낙관성이 하나의 사건으로 반전되는 식인데 사건 자체에 매몰되지 않고 감독이 하고자 했던 질문을 힘 있게 밀고 나간 게 이 영화의 장점이다. 그간 <세일즈맨>(칸영화제 각본상),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 등으로 이미 사람의 본질에 대해 꾸준히 파고들었던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의 특징이 잘 담겨 있다.

아쉬가르 파라디 감독은 제19회 부산국제영화제 뉴커런츠 심사위원장을 맡은 바 있고, 그의 데뷔작 <사막의 춤>이 부산영화제에서 소개돼 뉴커런츠 상을 받는 등 한국과 인연이 깊다. 사실상 부산영화제가 아시아 영화계에 소개한 감독이라고 볼 수 있다. 그는 이미 여러 차례 언론을 통해 "영화로 해답을 제시하는 것보다 질문하도록 하는 게 중요하다"며 그간 이란 영화계를 대표했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등 선배 감독과는 다른 질감의 작품을 만들어 왔다.

한편 8일 오후(현지시간) 뤼미에르 대극장 상영과 동시에 드뷔시 극장에서 진행된 언론 시사회에선 영화가 끝난 후 일부 기자들이 박수를 치기도 했다. 

 영화 <에브리바디 노우즈>의 한 장면.

영화 <에브리바디 노우즈>의 한 장면. ⓒ Memento Films Production


평점 : ★★★☆(3.5/5)


칸영화제 개막작 에브리바디 노우즈 페넬로페 크루즈 하비에르 바르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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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메가3같은 글을 쓰고 싶다. 될까? 결국 세상을 바꾸는 건 보통의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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