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베어스의 안방마님 양의지는 올 시즌 4할을 넘나드는 타율과 .382의 득점권 타율, 46.7%의 도루 저지율, 영리한 투수 리드, 그리고 젊은 투수들을 이끄는 뛰어난 리더십으로 프로 데뷔 후 최고의 주가를 올리고 있다. 올 시즌이 끝나면 FA 자격을 얻는 양의지는 부상 같은 커다란 변수만 없다면 엄청난 '대박 계약'을 예약해 둔 상황이다(사실 양의지는 올해도 이미 6억 원을 받는 고액연봉선수다).

젊은 포수 중에는 LG 트윈스의 유강남이 눈에 띄는 발전 속도를 보이고 있다. 이미 작년 시즌부터 팀 내 최다인 17개의 홈런을 때렸던 유강남은 올해 32경기에서 타율 .313 8홈런 22타점을 기록하며 양석환과 함께 LG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치고 있다. 아직 수비에서는 경험이 더 필요하지만 이미 공격력 만큼은 완성형에 접어들었다고 해도 전혀 과장이 아니다.

잠실을 홈으로 쓰고 있는 두 포수가 워낙 돋보이는 활약을 하고 있다 보니 나머지 포수들은 상대적으로 활약이 미미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작년에 이어 올해도 독보적인 팀 홈런 1위(62개)를 달리고 있는 SK 와이번스에도 양의지나 유강남이 부럽지 않은 든든한 안방마님이 있다. 장타를 버리고 타율과 출루율을 선택해 비룡군단 하위타선의 첨병 역할을 하고 있는 이재원이 그 주인공이다.

'코리안 몬스터'를 포기하고 선택한 대형 포수 유망주

이재원 1타점 2루타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말 SK 공격 1사 2루 상황에서 SK 이재원이 좌중간 2루타를 치고 있다. 2루 주자 로맥은 홈인. 2018.4.24

▲ 이재원 1타점 2루타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말 SK 공격 1사 2루 상황에서 SK 이재원이 좌중간 2루타를 치고 있다. 2루 주자 로맥은 홈인. 2018.4.24 ⓒ 연합뉴스


SK는 2006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역대 가장 어리석은 선택을 한 구단으로 꼽힌다. 동산고의 좌완 류현진(LA다저스)을 거르고 인천고의 포수 이재원을 1차 지명으로 선택했기 때문이다. 류현진이 팔꿈치 수술 경력이 있고 SK가 바로 다음 해 류현진에 버금가는 평가를 받은 또 한 명의 특급 좌완 김광현을 지명할 수 있었기에 가능한 선택이었다(물론 류현진이 입단 첫 해부터 KBO리그를 지배하는 괴물 투수가 될 줄 알았다면 그런 선택은 하지 않았을 것이다).

입단 첫 해 KBO리그를 집어 삼킨 류현진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이재원도 타격에서 뛰어난 재능을 보이며 SK의 차세대 포수로 착실하게 성장했다. 특히 왼손 투수를 상대로 유독 강한 면모를 과시하며 대타 요원과 좌투수 전문 지명타자 요원으로 2006년부터 2009년까지 4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하기도 했다. 그리고 이재원이 상무에서 군복무를 하던 도중 대선배 박경완(SK 배터리 코치)은 은퇴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SK는 2012 시즌을 앞두고 FA 조인성(한화 이글스)을 영입하면서 박경완 시대 이후를 대비했고 이재원은 2013년까지 주전 자리를 확보하지 못한 채 대타 요원으로 나서는 경우가 많았다. 그렇게 기회를 엿보던 이재원은 조인성이 한화로 트레이드된 2014년 포수와 지명타자를 오가며 타율 .337 12홈런 83타점을 기록했다. 시즌 중반까지는 4할 타율을 넘봤을 정도로 엄청난 타격 솜씨를 뽐내며 프로 데뷔 9년 만에 마침내 잠재력을 폭발시킨 것이다.

2015년 SK의 중심타자로 활약하며 장타향상에 힘을 쏟은 이재원은 140경기에 출전해 타율 .282 17홈런100타점을 기록했다. 2013년 9경기, 2014년 61경기에서 포수 마스크를 썼던 이재원은 2015년 70경기에서 포수로 출전하며 안방마님으로서의 입지도 점점 넓혀 나갔다. 그리고 SK는 2015 시즌이 끝난 후 FA 자격을 얻은 포수 정상호(LG)와의 재계약을 포기하면서 다음 세대의 주전포수를 이재원으로 낙점했다.

이재원은 본격적인 주전포수가 된 2016년에도 130경기에 출전해 타율 .290 15홈런 64타점의 준수한 성적을 올리며 뛰어난 공격형 포수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하지만 이재원은 김민식(KIA타이거즈)까지 이적하며 더욱 어깨가 무거워진 작년 시즌 114경기에서 타율 .242 9홈런 42타점으로 프로 데뷔 후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SK의 안방에 마땅한 대안이 없었기에 이재원의 부진은 한 시즌 내내 더욱 도드라지게 나타났다.

이홍구 입대 후 커진 책임감, 공·수에서 최고의 활약

이재원 1타점 2루타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말 SK 공격 1사 2루 상황에서 SK 이재원이 좌중간 2루타를 치고 있다. 2루 주자 로맥은 홈인. 2018.4.24

▲ 이재원 1타점 2루타 24일 인천 SK행복드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인천 SK 와이번스와 서울 두산 베어스의 경기. 3회말 SK 공격 1사 2루 상황에서 SK 이재원이 좌중간 2루타를 치고 있다. 2루 주자 로맥은 홈인. 2018.4.24 ⓒ 연합뉴스


이재원은 작년 시즌 최악의 부진 속에서도 올해 연봉(3억5000만 원)이 동결됐다. SK로서도 백업포수 이홍구가 현역으로 입대한 상황에서 이재원 외에 마땅한 대안이 없는 만큼 주전 포수의 자존심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이재원은 비룡군단의 대체불가 주전 포수라는 책임감과 자존심 회복, 그리고 FA 대박이라는 세 가지 목표를 가지고 2018 시즌을 시작했다.

185cm 98kg의 당당한 체구를 가진 이재원은 2014년부터 2016년까지 3년 연속 두 자리 수 홈런을 기록했을 정도로 장타력을 겸비한 포수다. 하지만 홈런왕 최정을 비롯해 제이미 로맥, 김동엽, 한동민 같은 쟁쟁한 거포들이 즐비한 SK에서 이재원이 굳이 홈런을 노리는 타격을 할 필요는 없었다. 실제로 이재원은 작년 시즌 장타에 욕심을 부리다가 타율(.242)과 홈런(9개)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모두 놓쳤던 아픈 기억이 있다.

따라서 이재원은 올 시즌 포수 본연의 임무인 수비에 신경쓰며 타석에서는 장타보다는 단타와 출루에 집중하고 있다. 그 결과 이재원은 올해 34경기에 출전해 타율 .347(8위) 2홈런9타점 출루율 .463(2위)라는 뛰어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비록 시즌 타점은 9개에 불과하지만 이재원이 주로 하위타선에 배치돼 타점 기회가 적었을 뿐 득점권 타율은 .346로 결코 나쁘지 않다.

사실 이재원은 예전부터 공격형 포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이는 공격이 뛰어나다는 칭찬과 함께 수비가 불안하다는 비판의 뜻도 함께 포함돼 있다. 이재원은 올 시즌에도 3개의 실책과 3개의 패스드볼, 도루 저지율 25.8%로 아주 믿음직한 수비를 보여주진 못하고 있다. 하지만 10개 구단 포수 중에서 가장 많은 266이닝을 소화하며 흔들림 없이 SK의 안방을 지키고 있다. 포수는 건강하게 많은 이닝을 소화하는 자체로도 팀에 기여하는 바가 매우 큰 포지션이다.

이재원의 백업포수 이성우는 1981년생 노장으로 그와 동년배인 용덕한(고양 다이노스 배터리코치), 차일목(한화 이글스 재활군 코치) 등은 대부분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그렇다고 1군 경험이 전무한 1999년생 권기영에게 내년부터 당장 1군 안방을 맡길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직은 시기적으로 다소 이르지만 SK에서 이재원을 절실히 필요로 하고 이재원 또한 FA를 앞둔 시즌에 최고의 활약을 펼친다면 올 시즌이 끝나고 이재원에게 다가올 결론은 단 하나, 'FA대박' 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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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SK 와이번스 이재원 안방마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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