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일 KIA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정훈이 팀 동료 진명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지난 3일 KIA전에서 끝내기 안타를 친 정훈이 팀 동료 진명호의 축하를 받고 있다. ⓒ 롯데 자이언츠


2010년 1군 데뷔 후 주로 2루수를 소화한 정훈은 수비 불안으로 많은 지적을 받은 선수다. 풀타임을 소화하던 14,15시즌 센터라인 내야수임을 감안하면 평균 이상의 타격을 보였음에도 확실한 주전감이라는 평가는 받지 못했다.

조원우 감독이 부임한 2016시즌 이후로는 수비뿐 아니라 강점이던 타격마저 삐걱거리기 시작했다. 장점이던 화끈한 방망이가 한풀 꺾인 정훈은 단점만 도드라지는 선수가 되고 말았다. 그는 결국 2루 주전에서 밀려나 3루수, 외야수 등 다른 포지션을 떠돌아야만 했고 1군 내 입지는 줄어만 갔다.

 정훈의 최근 7시즌 주요기록(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정훈의 최근 7시즌 주요기록(기록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팀에서 생각하는 정훈의 위치 역시 다르지 않았다. 2013시즌 이후 개막전 엔트리에 올랐던 정훈의 이름은 결국 올시즌 빠지고 말았다. 익숙했던 사직구장이 아닌 롯데 2군 연습장이 있는 김해 상동야구장에서 시즌을 시작해야 했다.

1군과 달리 퓨쳐스리그 선수들의 경기 환경은 열악하다. 야간 경기를 할 수 없는 사정 상 오후 1시면 경기가 개시되기 때문에 오전 일찍 연습을 실시한 뒤 오후의 따가운 햇볕을 맞으며 게임을 치러야만 한다.

프로에 막 입문한 신인급 선수들이면 몰라도 1군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정훈같은 30대 선수들이 버티기엔 쉽지 않은 환경이다. 퓨쳐스리그의 열악한 환경 뿐 아니라 1군에서 낙오했다는 상실감과도 싸워야 한다.

그래서인지 다시 1군 기회를 잡은 정훈은 예년과 다른 절실함을 보이고 있다. 지난달 29일 1군에 콜업된 정훈은 경기에 투입되는 순간마다 간절함이 묻어 있는 플레이를 보이고 있다.

그리고 지난 3일에는 KIA를 상대로 1승 1패를 주고받은 상황에서 맞이한 주중 3연전 마지막 경기, 1점차로 뒤지고 있던 9회 1아웃 1,2루 상황에서 상대 마무리 김세현을 상대로 우중간을 가르는 끝내기 적시타를 터뜨렸다. 정훈이 프로 데뷔 후 처음 기록한 끝내기 안타였다.

이에 탄력을 받았는지 4일 SK전에는 9회말 2사 대타로 등장해 마무리 투수 박정배를 상대로 솔로 홈런을 쏘아 올렸다. 비록 팀의 패배를 막을 수는 없었지만 최후의 순간까지 승부의 향방을 알 수 없게 만든 한 방이었다.

타석에서 만이 아니었다. 정훈은 대주자로 투입될 때에도 몸을 아끼지 않는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펼쳤다. 현재까지 올 시즌 6경기만을 소화한 정훈은 2개의 루를 훔쳐냈다.

팀 동료 나경민처럼 전문 대주자도 아닌 정훈이 대주자로 나왔다 도루실패나 주루사를 기록할 경우 후유증은 적지 않다. 간신히 얻어 낸 1군 기회가 순식간에 날아갈 수 있는 도박이다. 하지만 정훈은 두려움 없이 몸을 날렸고 그가 승부처에서 도루를 기록할 때마다 팀은 승리를 거뒀다.

 1군 생존을 위해 타격에서의 강점을 극대화해야 할 롯데 정훈

1군 생존을 위해 타격에서의 강점을 극대화해야 할 롯데 정훈 ⓒ 롯데 자이언츠


정훈은 수비에서 약점이 여전하고 타격에서 부진할 경우 2군행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올 시즌에도 3루수로 나왔을 당시 수비에서 불안한 모습을 노출했다. 때문에 좋은 타격을 보이고 있지만 선발 출장할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다.

하지만 2군에서 절치부심한 정훈은 매 순간 간절한 플레이로 존재감을 키우고 있다. 정훈의 간절함에 힘입은 롯데는 최근 위닝시리즈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극적인 역전타를 쳐낸 정훈의 기막힌 반전은 앞으로도 계속될 수 있을까? 돌아온 정훈의 생존 경쟁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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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록 참조: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KBO기록실, 스탯티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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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글: 이정민 / 김정학 기자) 본 기사는 스포츠전문지[케이비리포트]에서 제공하는 기사입니다. 기사 문의 및 스포츠 필진·웹툰작가 지원하기[ kbr@kbreport.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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