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월 18일에 방송된 쿨까당 '가짜뉴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에 출연해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을 발의했다.

지난 4월 18일에 방송된 쿨까당 '가짜뉴스로부터 나를 지키는 법'에 출연해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을 발의했다. ⓒ tvN 화면 캡처


지난 4월 tvN 프로그램 <쿨까당>에 출연했습니다. '정치 블로거'인 제가 방송에 출연하는 것 자체가 어색했지만, 주제가 '가짜 뉴스'라 고민 끝에 녹화에 참여했습니다. 방송 내용에 제가 주로 썼던 '가짜 뉴스', '언론 왜곡 보도', '오보' 등에 관한 자료가 포함돼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녹화를 끝냈습니다.

<쿨까당> 프로그램 마지막에는 출연자 한 명이 발의하고 싶은 법안을 소개하는 코너가 있습니다. 녹화에 참여한 진행자들 모두에게 '찬성표'를 받으면 실제로 국회에 제안한다고 합니다. 저 아이엠피터가 제안한 법안은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입니다. 다행히 공동 진행자들의 전원 일치 찬성을 받았습니다.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 광고 및 언론사 재취업 제한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은 오보를 낸 언론사는 광고와  지원금 등을 제약하고, 기자는 해임하고 언론계 재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은 오보를 낸 언론사는 광고와 지원금 등을 제약하고, 기자는 해임하고 언론계 재취업을 제한하는 내용으로 되어 있다. ⓒ tvN 화면 캡처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은 상식적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밖에 없는 과도한 오보를 낸 언론사와 기자에게 불이익을 주는 법안입니다. 세월호 참사 당일 일부 언론사는 '전원구조'라는 대형 오보를 냈습니다. 해경이 선실에 진입하지 않았음에도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는 기사를 내보낸 언론사도 있었습니다. 속보 경쟁에 몰린 언론사의 오보와 왜곡보도였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권력에 대한 비판, 견제 기능은 필요합니다. 그러나 거짓 기사와 오보에 대한 무거운 책임도 따라야 합니다. 언론의 오보와 왜곡 보도를 막기 위한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은 아래와 같습니다.

- 기자가 오보를 내면 언론사는 즉각 기자의 실명과 오보 내용을 밝힌다.
- 언론사는 정정 보도를 하되, 오보와 동일한 지면 크기와 배치 (1면 또는 메인 등)로 한다.
- 연간 오보 횟수가 적정선을 초과한 언론사는 언론진흥재단 지원금이나 신문진흥기금 등을 받지 못한다. 별도로 관공서의 후원을 받는 행사도 주최하지 못한다.
- 언론사는 오보를 낸 기자의 징계 내용을 반드시 공개한다.
- 언론사는 세 번 이상 오보를 낸 기자를 해임한다.
- 오보로 해임된 기자는 언론계 취업을 제한한다.

물론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에도 맹점은 있습니다. 실제로 이날 함께 출연했던 박아란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오보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이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을 수 있다'라며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습니다.

물론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에도 맹점은 있습니다. 이날 함께 출연했던 박아란 언론진흥재단 연구위원은 "오보의 기준을 어디에 둘 것이며,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소지도 있을 수 있다"라며 우려를 나타냈습니다.

언론의 자유와 권력 비판에 대한 감시 권한은 꼭 필요합니다. 그러나 언론이 오보와 왜곡보도에 대한 책임도 함께 해야 한다고 봅니다.

외국은 사장도 사퇴, 한국은 오보를 오타 수준으로 취급

 2012년 9월 1일 조선일보 1면,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라고 공개한 사진 속 남성(왼쪽)은 사건과 관계 없는 시민인 것으로 드러났다.

2012년 9월 1일 조선일보 1면,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라고 공개한 사진 속 남성(왼쪽)은 사건과 관계 없는 시민인 것으로 드러났다. ⓒ 조선일보 PDF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의 모순에도 불구하고, 법안을 발의한 배경 중 하나는 대다수의 한국 언론이 오보와 왜곡보도에 대해 제대로 된 책임을 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트럼프 관련 오보를 낸 미국 ABC방송은 담당 기자 브라이언 로스에 대해 1개월 정직 징계를 내렸습니다. 일본 니혼TV 사장은 허위 증언에 따른 단 한 건의 오보에 책임지고 사퇴를 했습니다.

정치인 성범죄 오보를 보도한 영국 공영방송 BBC 사장 조지 엔트위슬은 "방송국의 최고 편집권자로서 '뉴스나이트'가 보여준 용납할 수 없는 수준의(unacceptable) 언론 보도에 대해 책임지고 사퇴하는 것이 명예로운 것이라는 결정을 내렸다"라며 사퇴했습니다.

그러나 한국 언론 상황은 좀 다릅니다. 2012년 <조선일보>는 1면에 '나주 초등생 성폭행 사건의 피의자'라며 한 남성의 사진을 공개했습니다. 그러나 이 남성은 사건과 관계없는 평범한 시민이었습니다. 당시 조선일보는 자체 징계위원회를 열어 양상훈 편집국장에게 '경고' 징계를 내렸습니다.

과거 조선일보는 SBS의 장자연 '가짜편지 사건' 오보에 대해 "선진국 언론이라면 경영진이 사퇴할 일"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영국이나 일본에서는 이 정도 초대형 오보를 내면 경영진이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타사를 상대로는 이런 보도를 내보냈지만, 자사 '오보'에는 '경고'를 선택했을 뿐입니다.

이처럼 한국 언론은 오보를 '오타' 수준으로 취급합니다. 언론이 가진 책임과 의무를 게을리하고 있는 것입니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과 변하지 않은 언론

 노무현 대통령 시절, 언론은 그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왜곡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 때문에 무능하고 나쁜 대통령으로 묘사됐다.

노무현 대통령 시절, 언론은 그의 발언을 의도적으로 왜곡 보도했다. 노무현 대통령은 언론 때문에 무능하고 나쁜 대통령으로 묘사됐다. ⓒ 임병도


노무현 대통령과 관련된 자료를 찾아 글을 쓰면서 얼마나 언론이 그를 죽이려고 얼마나 갖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그동안 꾸준히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을 썼습니다.

정권이 바뀌었으니 언론도 새롭게 태어났을까요? 일부 변한 것도 있지만, 언론 내부에 존재하는 언론 권력과 문제점은 여전히 존재합니다.

JTBC의 '강경화 기획부동산'과 '노무현 초호화 요트'는 닮았다
기자에게 역사 공부가 필요한 이유
최저임금 망국론으로 문재인 정부 위협하는 '조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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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마이뉴스>에 글을 게재하면 글을 쓴 저 아이엠피터를 상근 기자로 생각해 '오마이뉴스 너나 잘해라'는 댓글이 달리기도 합니다. <오마이뉴스>가 난감할 수 있을 듯합니다. 시민기자가 타 언론사를 비판했는데, 욕은 오마이뉴스 기자들이 듣기 때문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미안합니다.

그러나 <오마이뉴스>는 언론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고 고민하는 걸 시민기자들을 통해 할 수 있다는 생각 때문인지, 언론 비평에 대한 기사를 오히려 환영하는 분위기입니다.

아이엠피터도 1인 미디어로 시민기자로 15년이 넘게 활동했기에 기사와 글에 대한 비판을 받습니다. 당연한 일입니다. 그래서 비판을 받거나 사실과 다른 내용을 올렸다는 것이 확인되면 기사를 수정하거나 잘못된 글에 대해 사과합니다.

지난해 6월 28일 아이엠피터는 '국민의당에 불리한 이유미 카톡 사진 수정해준 SBS'라는 글을 썼습니다. SBS가 이준서 전 최고위원과 이유미씨 간의 카톡 사진을 공개했는데 일부 사진이 국민의당에 유리한 이미지로 바뀌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글입니다.

이후 6월 30일 저녁에 글의 제목을 '대선 전날까지도 '문준용 의혹 조작 증거' 활용한 국민의당'으로 바꿨습니다. 글의 제목과 일부 소제목을 바꾼 이유는 SBS 기자가 해명 기사와 함께 카톡 전문을 공개했기 때문입니다.

아이엠피터는 SBS 기자의 후속 보도를 통해 '불리한 증거를 감추는 범죄 행위'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판단해, 제목을 수정하고 기사 보강을 통해 사과문을 게재했습니다. 또한 별도로 기자에게 이메일로 사과했습니다(SBS 기자에게 사과했습니다).

SBS 기자가 처음부터 '이준서-이유미 카카오톡 내용' 전문을 공개했다면, 아이엠피터 또한 '의혹 제기'를 할 필요는 없었다는 아쉬움은 남습니다. 한편으로는 전문공개를 통해 시민들이 알 수 있는 정보가 더 많아졌습니다. 그런데도 왜 아이엠피터는 사과를 했을까요?

아무리 언론이 엉망이 됐다고 해도 진실을 위해 열심히 뛰고 있는 일부 기자들의 노력을 폄훼해서는 안 되고, 그들을 지켜줘야 하기 때문입니다.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을 발의한 가장 큰 이유는 언론이 오보와 의도된 왜곡에 대해 잘못을 인정하고 바꿀 수 있도록 함께 고민하자는 의도에서입니다.

언론이 제 역할을 하는 시대가 오면 많은 변화가 있을 겁니다. 언론사 간부와 사장들이 삼성 사장에게 문자를 보낼 일도, 멀쩡한 대통령에게 '빨갱이'라고 색깔론을 입히는 보도도 사라질 것입니다.

'가짜 뉴스'와 '오보', '왜곡 보도'를 한 눈에 눈치챌 정도로 시민의 지적 수준은 높아졌습니다. 앞으로도 그들과 함께 언론을 감시하는 '아이엠피터'가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덧붙이는 글 이 글은 정치미디어 The 아이엠피터 (theimpeter.com)에도 실렸습니다.
오보 기자 삼진 아웃법 쿨까당 언론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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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립 언론 '아이엠피터뉴스'를 운영한다. 제주에 거주하며 육지를 오가며 취재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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