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침에 관심 멀어진 제주

한국 프로축구에 가장 오랜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명문 구단이면서도 전북 현대, FC 서울, 수원 삼성,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와 관심도에서 차이를 보이는 팀이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제주 유나이티드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1982년 유공 코끼리 축구단이라는 명칭으로 할렐루야(해체)에 이어 두 번째 프로축구단으로 창단됐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1983년 한국 프로축구 원년 수퍼리그에 서울, 인천, 경기 지방을 연고로 하여 참가했으니 그야말로 프로축구 터줏대감이다.

이 만큼 프로축구 전통 명문 구단인 제주 유나이티드가 배출한 선수 면면도 화려하다. 그 중 1989년 시즌 정규리그 우승을 달성한 노수진, 황보관, 최윤겸, 테드 등은 대표적인 선수로 손꼽힌다. 하지만 제주 유나이드는 오랜 역사 속에서 부침도 심했다. 1996년 정부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지방 축구 활성화라는 명분으로 강제 시행한 정책으로 연고지를 서울에서 경기도 부천으로 옮겼고, 팀 명칭도 부천 유공으로 개명했다. 하지만 당시 홈 구장은 서울 목동운동장을 사용하는 아이러니를 겪었다.

 지난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 대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 2 대 1 상황에서 제주 이창민이 동점골을 넣고 있다.

지난 2017년 11월 19일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K리그 클래식 ‘FC서울 대 제주 유나이티드’ 경기. 2-1 상황에서 제주 이창민이 동점골을 넣고 있다. ⓒ 연합뉴스


제주 유나이티드 부침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1년 만인 1997년 모기업인 유공의 사명 변경으로 팀 명칭도 부천 SK로 변경하며 홈 구장도 비로소 부천종합운동장을 사용하며 진정한 부천시대 개막을 알렸다. 그러나 제주 유나이티드의 부침은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모기업인 SK 에너지가 2006년 예고 없이 한국프로축구연맹의 연고지 승인을 받고 제주도로 연고지 이전을 확정했다. 이에 클럽 명칭을 현재의 명칭인 제주 유나이티드로 변경하기에 이르러 바야흐로 제주도에도 프로축구 시대를 열게 됐다.

이 같은 제주 유나이티드의 부침은 제주로 연고지를 이전한 후 한동안 후유증에 시달리며 2006년 13위, 2007년 11위, 2008년 10위(총 팀수 14개팀), 2009년 14위(총 팀수 15개팀)를 기록하며 K리그 순위는 하위권을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제주 유나이티드는 2010년 시즌 K리그 준우승이라는 깜짝 변신의 성적을 거두며 2006년 제주로 연고지 이전 후 가장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이를 발판으로 2011년과 2017년 두 번에 걸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에 출전해 2017년 ACL에서는 16강을 달성하는 성과를 거두기도 했다.

이런 제주 유나이티드에게는 제주도라는 지역 특수성으로 명문팀답지 않게 팬들로부터 관심 밖에 밀려나 있는 것이 사실이다. 또한 기존의 명문팀인 전북 현대, FC 서울, 수원 삼성, 울산 현대, 포항 스틸러스와 경쟁에서도 한발 물러나 있는 느낌이 강하다. 그렇지만 제주 유나이티드는 소리 소문 없이 전통 명문으로서 탄탄한 팀 전력을 갖추고 있어, 기존의 명문 팀들에게는 위협적인 팀으로 그 밖에 팀들에게는 꼭 꺾어야 할 상대로 군림하고 있다.

최고의 득점포 경쟁 45분

다시 말해 제주 유나이티드는 강팀에게도 약팀에게도 모두 강팀으로서의 면모를 갖추고 있다. 2016년 K리그1(클래식) 3위 성적과 2017년 준우승 성적이 이를 잘 뒷받침 해주고 있다. 2018년 시즌도 그 예외는 아니어서 11라운드가 끝난 현재 제주 유나이티드는 5승 2무 4패 승점 17점으로 리그 순위표에 4위를 기록하고 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11라운드에서  최근 3경기를 통하여 1승 1무 1패로 승리가 필요했던 강원 FC를 2일 홈으로 불러들여 제주월드컵경기장에서 맞대결을 펼쳤다. 반면 제주 유나이티드는 최근 5경기에서 전북 현대에게 당한 단 한 차례의 패배(0-1)를 제외하고 4승을 거둬 상승세에 있었다.

이에 경기 전 승부의 추는 제주 유나이티드 쪽으로 기울었다. 제주 유나이티드는 이를 증명이라도 하듯 경기시작 5분 만에 하프라인 부근에서의 얼리 크로스를 마그노(30)가 강원 스리백 배후 공간을 파고들며 절묘하게 왼발 트랩핑 후 오른발 인사이드로 마수걸이 첫 골을 터뜨렸다. 이는 크로스-트랩핑-슈팅의 3박자가 딱 맞아 떨어진 기분좋은 골이었지만 한편으로 강원 FC 스리톱의 순간적인 방심이 불러온 실점이기도 했다. 예기치 않게 허를 찔린 강원 FC는 12분 페널티에어리어 외곽 측면 프리킥을 이태호(27)가 헤딩으로 연결 빠른 시간안에 경기에 균형을 맞추는데 성공했다.

경기는 잘될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11라운드에서 맞불은 제주 유나이티드와 강원 FC는 그 중 어느 경기보다 잘되는 경기였다.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플레이는 곧 효율적인 경기력으로 나타나 제주 유나이티드는 19분 마그노가 강원 FC의 오른쪽 측면을 허물어 뜨리는 드리블에 이은 환상적인 슈팅으로 역전골을 뽑아냈다. 그렇지만 제주 유나이티드는 하프라인 부근에서 공격 빌드업 중 안일한 패스가 차단되며 역습을 허용, 제리치(27)가 측면 크로스에 의한 기막힌 헤더로 제주 유나이티드 골망을 흔들어 경기는 다시 원점으로 돌아갔다.

이 때까지만 해도 K리그1 전체 10라운드까지의 경기에서 제주 유나이티드와 강원 FC 가 펼친 플레이와 득점은 군더더기 하나 없는 그야말로 깔끔하고 박진감 넘치는 최고의 득점이었고 경기력이었다. 이 같은 경기력에 의한 득점포가 26분 마그노에 의해 또 터졌다. 마그노는 강원 FC 오른쪽 측면에서 강원 FC 4명의 수비를 농락하는 2대1 월패스로 3번째 골을 기록 해트트릭을 완성하며 승리에 기대감을 높였다. 하지만 강원 FC는 주저앉지 않았고 40분 이번에는 정승용(27)이 골에어리어 내에서 순간적인 배후 침투에 의한 마무리 골로 경기를 믿기지 않게 원점으로 돌려놨다.

'영양 만점' 경기력... 제주가 역전패했지만

 강원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제주 마그노

강원전에서 해트트릭을 기록한 제주 마그노 ⓒ 프로축구연맹


축구는 전.후반 90분 경기지만 제주 유나이티드와 강원 FC 경기는 90분이 너무 짧게 느껴진 흥미로운 경기였다. 양 팀에게서 불필요한 백패스, 휭패스는 찾아보기 어려웠고 상호 몸싸움과 태클은 정상적인 정도였다. 이런 가운데 속공은 신속하여 효율성이 있었으며 전체적인 경기 컨셉은 적극적인 축구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플레이뿐이었다. 이 같은 영양만점 경기로 제주 유나이티드는 전반과 같은 경기력을 후반전에도 이어갔다. 하지만, 오히려 후반 32분 수비 실수에 의한 디에고(27)의 크로스를 막는 데 실패하며 제리치에게 또다시 역전골을 허용하고 말았다.

제리치에 대한 맨투맨 마크에 심혈을 기울였던 제주 유나이티드로서는 실로 뼈아픈 역전골이었고 다시 한번 수비 실수가 한스러운 실점이었다. 제리치의 역전골에 더욱 공격에 포인트를 둔 공격을 시도하던 제주 유나이티드는 32분 절호의 동점 기회를 맞았지만 강원 골키퍼 이범영(29)의 슈퍼 세이브로 무산되어 땅을 쳤다. 이에 조성환(48) 감독은 후반 38분 마지막 승부수 카드를 꺼냈고 그 카드는 U-20 대표팀을 거친 신예 194cm의 정태욱(21) 기용에 의한 포스트 플레이였다. 그동안 제주 유나이티드로서는 한 번도 시도해 보지 않은 정태욱 카드에 의한 포스트 플레이는 크로스 정확성이 떨어져 효과를 보지 못했며, 오히려 경기종료 추가시간 디에고가 수비 3명을 농락하는 골을 지켜보며 3-5 역전패를 당하고 말았다.

제주 유나이티드에게는 강원 FC에게 당한 역전패가 아쉽고 그 여운 또한 한동안 가시지 않을 수 있다. 하지만 그보다는 제주 유나이티드에게는 강원 FC에게 당한 역전패가 12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에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이는 강원 FC전에서 보여준 영양만점 경기력에 의한 마그노의 활화산 같이 폭발한 득점포와 찌아구(30)의 볼 관리능력과 움직임이 돋보였기 때문이다 여기에 조직적으로 이루어지는 팀 플레이도 강팀으로서 전연 손색이 없어 안일함과 실수에 의한 플레이를 되풀이하지 않는다면, 제주 유나이티드는 강원 FC 역전패에 대한 아쉬움과 여운을 털어내고 얼마든지 희망을 노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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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감독 35년 역임 현.스포탈코리아 편집위원&축구칼럼위원 현.대자보 축구칼럼위원 현. 인터넷 신문 신문고 축구칼럼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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