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의 기회라도 거기서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결승전에 오르는 팀과 그렇지 못한 팀이 갈라진다. 후반전 추가 시간 뮌헨은 매섭게 홈 팀 골문을 노렸지만 끝내 웃지 못했다. 축구장의 덤 5분이 꽤 길게 보이지만 그토록 바라는 1골은 생각보다 쉽지 않은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들이 포기하지 않은 덕분에 또 하나의 명경기로 기억되는 축구 페이지가 한 장 적혔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디펜딩 챔피언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2일 오전 3시 45분 마드리드에 있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FC 바이에른 뮌헨(독일)과의 홈 경기에서 골잡이 카림 벤제마의 믿음직스러운 2골 마무리 덕분에 2-2로 비겨 1, 2차전 합산 점수 4-3으로 결승전에 먼저 올랐다.

시작 후 163초만에 뮌헨의 역전 가능성 열리다

지난 주 목요일 뮌헨에서 열린 1차전에서 1-2로 아쉽게 패한 바이에른 뮌헨은 어웨이 골 우대 규정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경기 시작부터 공격에 모든 것을 쏟아부어야 했다.

거짓말처럼 뮌헨의 바람은 매우 이른 시간 득점으로 이루어졌다. 쿠네이트 카키르(터키) 주심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고 딱 163초만에 조슈아 키미히의 골이 터진 것이다. 오른쪽 측면 크로스가 날카로웠고 이를 걷어내려던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 세르히오 라모스의 발길질이 빗맞아 뮌헨 미드필더 톨리소의 몸에 맞고 옆으로 구른 공이었다.

바이에른 뮌헨에게 운도 따른 순간이었지만 그들의 역전극 바람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다. 11분, 홈 팀 레알 마드리드가 간단히 동점골이자 결승전으로 달아나는 골을 터뜨렸기 때문이다. 왼쪽 측면에서 마르셀루가 가볍게 상대 수비수를 따돌리고 왼발로 감아올린 크로스를 반대쪽에서 기다리고 있던 골잡이 카림 벤제마가 정확한 헤더 슛으로 뮌헨 골문 오른쪽 구석을 갈랐다.

 5월 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경기 중 한 장면.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가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5월 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유럽 챔피언스리그 4강 경기 중 한 장면. 레알 마드리드의 카림 벤제마가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 득점 후 기뻐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위험 지역에서 상대 팀 간판 골잡이를 허망하게 놓친 뮌헨 수비도 문제였지만 측면 크로스가 올라올 때 짧은 공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긴 공은 카림 벤제마가 처리하도록 짜 놓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조직력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바이에른 뮌헨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들도 믿는 골잡이 둘(레반도프스키, 토마스 뮐러)이 쉬지 않고 레알 마드리드의 촘촘한 수비망 사이로 움직이며 동료 미드필더들의 전진 패스를 받아주었기 때문이다.

마누엘 노이어의 빈 자리

결승전 진출 운명은 예상보다 일찍 드러났다. 1-1 점수판(합산 점수 레알 마드리드 3-2 바이에른 뮌헨) 그대로 시작한 후반전 22초 만에 보고도 믿기 힘든 실수가 나왔다. 뮌헨 미드필더 톨리소가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의 거센 압박에 당황하며 백 패스한 공이 골키퍼 울라이히를 미끄러지게 했고 카림 벤제마는 빈 골문에 공을 가볍게 밀어넣었다.

다시 한 번 역전 드라마를 만들자며 의욕을 충전하고 후반전을 시작한 바이에른 뮌헨 입장에서는 시즌 초반 부상으로 빠진 주전 골키퍼 마누엘 노이어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는 순간이었다. 골키퍼 울라이히가 미끄러진 것을 잔디 탓으로 돌릴 수 없는 노릇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뮌헨이 그냥 주저앉기에는 너무 이른 시간이었다. 63분에 하메스 로드리게스가 뛰어난 집중력으로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좁은 곳으로 밀어넣어 다시 점수판을 2-2로 만든 것이다. 하메스 로드리게스의 전 소속 팀이 레알 마드리드였기에 그는 동점골의 기쁨을 동료들과 나누지 못했다. 그들에게는 바로 1골이 더 간절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바이에른 뮌헨의 유프 하인케스 감독은 74분에 코랑탱 톨리소를 빼고 골잡이 바그너를 들여보내는 마지막 카드를 내밀었고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지나도록 레알 마드리드의 골문만 노렸다. 하지만 온몸을 내던지며 골문을 지킨 케일러 나바스의 벽은 더이상 허물 수 없는 것이었다.

이처럼 축구는 지나고 나면 너무나 아쉬운 장면들만 남을 뿐이다. 울라이히 골키퍼가 후반전 22초에 미끄러지지 않았다면, 50분 알라바의 슛이 레알 마드리드 수비수의 몸에 맞고 더 크게 꺾여 들어갔다면, 74분 톨리소의 오른발 돌려차기 각도가 더 예리했다면 말이다.

레알 마드리드는 후반전 추가 시간까지 잘 버틴 뒤 동료들끼리 끌어안고 대회 역사상 16번째 결승 진출을 자축했다. 통산 13회 우승, 3년 연속 우승 위업을 꿈꾸게 된 것이다.

레알 마드리드의 결승전 상대 팀은 하루 뒤인 5월 3일 로마에서 알아볼 수 있다. 지난 주 1차전에서 리버풀 FC(잉글랜드)가 5-2 대승을 거뒀기 때문에 AS 로마(이탈리아)가 홈 경기임에도 불구하고 괴로운 입장이다. 마음은 이미 우크라이나 키예프에 가 있는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이들의 준결승을 어떤 마음으로 지켜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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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준결승 2차전 결과(2일 오전 3시 45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마드리드)

★ 레알 마드리드 2-2 바이에른 뮌헨 [득점 : 카림 벤제마(11분,도움-마르셀루), 카림 벤제마(46분) / 조슈아 키미히(3분,도움-코랑탱 톨리소), 하메스 로드리게스(63분)]
- 1, 2차전 합산 점수 4-3으로 레알 마드리드 결승 진출!

◎ 결승전 일정(2018년 5월 27일 일요일 오전 3시 45분, NSC 올림피스키 스타디움, 키예프-우크라이나)
- 레알 마드리드 CF 역대 우승 기록 : 결승 진출 15회, 우승 12회(2017, 2016, 2014, 2002, 2000, 1998, 1966, 1960, 1959, 1958, 1957, 1956)
- 레알 마드리드 CF 상대 팀 : 리버풀 FC 또는 AS 로마(5월 3일 목, 준결승 2차전 예정)
축구 챔피언스리그 레알 마드리드 바이에른 뮌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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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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