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샘슨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샘슨이 역투하고 있다.

▲ 역투하는 샘슨 12일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열린 한화와 KIA의 경기. 한화 선발투수 샘슨이 역투하고 있다. ⓒ 연합뉴스


한화가 LG를 연패로 빠트리며 5할 승률과 단독 4위 자리를 회복했다.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일 대전 한화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홈경기에서 홈런 3방을 포함해 장단 11안타를 터트리며 6-5로 승리했다. 경기 후반 LG의 추격을 따돌리고 짜릿한 한 점 차 승리를 거둔 한화는 이날 두산 베어스에게 2-4로 패한 kt 위즈를 제치고 단독 4위로 올라섰다(15승 15패).

'복덩이' 제라드 호잉은 3회와 5회 연타석 홈런을 기록하며 올 시즌 3번째 멀티 홈런 경기를 만들었고 간판타자 김태균도 시즌 2호 홈런과 함께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하지만 최근 한화에서 한용덕 감독과 송진우 투수코치를 가장 기쁘게 하는 선수는 따로 있다. 4연속 퀄리티스타트와 13이닝 연속 무사사구 투구로 이제야 1선발다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외국인 투수 키버스 샘슨이다.

언제나 조금씩 부족했던 한화의 흑인 파워피처

KBO리그 10개 구단은 모두 시원시원한 강속구를 던지는 외국인 투수에 대한 로망이 있다. 여기에 강인한 인상을 가진 흑인 선수라면 타자들에게 위압감을 더할 수 있다. 올해도 한국에서 7번째 시즌을 맞는 헨리 소사(LG트윈스)를 비롯해 SK 와이번스의 앙헬 산체스, 넥센 히어로즈의 에스밀 로저스 등 시속 150km 이상의 강속구를 던지는 흑인 파워피처들이 좋은 활약을 이어가고 있다. 한화에서도 지난 몇 년 간 꾸준히 강속구 투수 영입에 소홀히 하지 않았다.

2011년 중반 오넬리 페리즈의 대체 선수로 영입했던 데니 바티스타는 현역 시절 '외계인'으로 불리던 메이저리그의 전설적인 투수 페드로 마르티네스의 친척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며 더욱 화제를 모았다. 바티스타는 한화에 입단하자마자 시속 155km가 넘는 강속구를 뿌리며 27경기에서 3승 무패 10세이브 평균자책점 2.02의 호성적을 기록했다.

하지만 외국인 투수를 마무리로 쓰는 것이 효율적이지 않다고 판단한 한화는 2012년부터 바티스타를 선발로 돌리기로 했다. 문제는 바티스타가 2006년을 마지막으로 선발 등판 경험이 없었던 전문 불펜 투수였다는 점. 결국 바티스타는 2012년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4승 4패 8세이브 4홀드 ERA 3.56을 기록했고 풀타임 선발로 나선 2013년에도 7승 7패 ERA 4.20으로 성적이 점점 떨어지며 2013년을 끝으로 한국 생활을 마무리했다.

2015년 그 유명한 '완투머신' 로저스가 있었다. 2015년 8월 쉐인 유먼의 대체 선수로 한국땅을 밟은 로저스는 2015년 10경기에 등판해 4번의 완투와 3번의 완봉을 기록하며 6승 2패 ERA 2.97이라는 엄청난 성적을 올렸다. 부상 없이 풀타임으로 활약했으면 충분히 15승과 200이닝 이상이 가능했을 활약이었다. 하지만 로저스는 2016년 6경기 만에 팔꿈치 수술을 받으며 한국을 떠났고 올해는 한화가 아닌 넥센 소속으로 활약하고 있다.

그저 공이 빠른 걸로 치면 2016년 한화 유니폼을 입었던 파비오 카스티요도 만만치 않았다. 비록 메이저리그 경험은 없지만 시속 155km를 넘나드는 강속구를 자유자재로 던졌던 카스티요는 20경기에 등판해 7승 4패 ERA 6.43을 기록했다. 그 해 한화의 외국인 투수 4명 중 가장 많은 승수를 올리긴 했지만 84이닝 동안 사사구 50개를 내줄 만큼 제구가 불안해 주자를 쌓아놓고 난타를 당하기 일쑤였다. 카스티요는 현재 일본 프로야구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활약하고 있다.

첫 3경기 3연패 후 4연속 퀄리티스타트...

작년 시즌 330만 달러를 투자해 구선한 원투펀치 알렉시 오간도와 카를로스 비야누에바로도 큰 재미를 보지 못한 한화는 올해 '젊고 건강한 선수'를 외국인 투수의 영입 기준으로 삼았다. 그리고 1991년생의 젊은 나이에 평균 시속 150km의 강속구를 던지는 샘슨과 총액 70만 달러에 계약했다.샘슨은 중남미가 아닌 미국 출신이지만 빠른 공을 던지는 흑인 투수라는 점에서 바티스타, 로저스, 카스티요와 공통점이 있었다.

한화는 샘슨이 좌완 제이슨 휠러와 함께 올 시즌 한화의 선발 원투펀치로 활약해 줄 거라 기대했다. 하지만 올 시즌 한화의 개막전 선발로 낙점된 샘슨은 첫 3경기에서 3패 ERA 9.22로 부진하며 한용덕 감독과 한화 팬들을 크게 실망시켰다. 구위는 말할 것도 없이 좋았지만 그 위력적인 공이 어디로 날아갈 지 모른다는 게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샘슨의 부진이 이어지자 한용덕 감독은 루틴의 변화를 주기 위해 샘슨의 등판 간격을 앞당기는 선택을 했다.

다소 위험해 보였던 휴식을 줄이는 효과는 의외로 빨리 나타났다. 4일 휴식 후 12일 KIA타이거즈전에 등판한 샘슨은 6이닝 3피안타 8탈삼진 1실점으로 4경기 만에 시즌 첫 승을 따냈다. 이후 2경기에서도 승리는 챙기지 못했지만 6이닝 1자책, 7이닝1 자책으로 호투하면서 4월 한 달 동안 4경기에서 1승 1패 ERA 1.88의 좋은 성적을 기록했다. 3월 첫 두 경기에서 2패 ERA 12.46을 기록했던 점을 고려하면 놀라운 반전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샘슨의 자신감 넘치는 투구는 5월의 첫 날, 최근 9경기 8승 1패의 상승세를 달리던 LG를 상대로도 이어졌다. 3회 양석환에게 솔로 홈런, 6회 채은성에게 2타점 적시타를 맞긴 했지만 샘슨은 6이닝 동안 103개의 공을 던지며 6피안타(1피홈런) 6탈삼진 3실점으로 LG타선을 막고 시즌 2번째 승리를 챙겼다. 무엇보다 최근 2경기에서 13이닝 무사사구 투구를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이 가장 고무적이다.

한화의 외국인 투수 샘슨과 휠러는 스프링캠프 기간부터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고 루키 박주홍과 김진욱에게 식사 대접을 하는 등 팀에 녹아 들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한용덕 감독도 두 외국인 선수의 인성에는 일찌감치 합격점을 내렸다. 이제 샘슨은 인성뿐 아니라 실력에서도 외국인 투수다운 활약을 펼치기 시작했다. 이제 아직은 기복이 있는 휠러마저 제 역할을 해준다면 한화도 남 부럽지 않은 외국인 원투펀치를 보유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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