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풍당당 민병헌 1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6회말 2사에 2점 홈런을 친 민병헌이 홈으로 달려가고 있다.

▲ 위풍당당 민병헌 18일 오후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롯데 자이언츠 경기. 6회말 2사에 2점 홈런을 친 민병헌이 홈으로 달려가고 있다. ⓒ 연합뉴스


롯데가 수원 원정경기에서 화력쇼를 펼치며 최근 10경기 6승 4패의 상승세를 이어갔다. 조원우 감독이 이끄는 롯데 자이언츠는 24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kt위즈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 4방을 포함해 17안타를 터트리며 14-8로 승리했다. 9위 삼성 라이온즈가 NC 다이노스를 꺾으면서 탈꼴찌에는 실패했지만 8위 NC와의 승차도 없어졌기 때문에 NC, 삼성, 롯데가 승차 없이 사실상 공동 8위에 올라 있는 셈이다.

롯데 선발 김원중이 6이닝 동안 홈런 2개를 맞으며 5실점했지만 위력적인 구위로 탈삼진10개를 기록하며 시즌 첫 승을 챙겼고 신본기와 이대호도 5회 나란히 승부에 쐐기를 박는 3점 홈런을 터트렸다. 그리고 1회부터 kt 선발 박세진을 상대로 3점 아치를 그려내고 5회 이대호와 함께 백투백 홈런을 만들어낸 민병헌은 하루 동안에만 4안타 2홈런 4타점 3득점을 폭발시키며 하루 만에 시즌 타율을 3푼3리나 끌어 올렸다.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던 검증된 우타 외야수

덕수정보고를 졸업하고 2006년 두산 베어스에 입단한 민병헌은 빠른 발과 강한 어깨, 장타력까지 갖춘 대형 외야 유망주로 큰 기대를 모았다. 실제로 입단 2년 차가 되던 2007년에는 시즌 30도루를 기록하며 두산의 '육상부' 멤버로 활약했다. 하지만 민병헌은 이종욱(NC), 김현수(LG트윈스), 임재철, 정수빈(경찰 야구단) 등과의 경쟁에서 버티지 못하고 대주자 및 대수비 요원으로 전전하다가 2010 시즌이 끝나고 경찰 야구단에 입대했다.

많은 선수들에게 그런 것처럼 민병헌에게도 군입대는 야구 인생에 커다란 전환점이 됐다. 민병헌은 경찰 야구단 첫 해였던 2011년 타율 .373로 북부리그 타율 1위를 차지하며 약점으로 지적되던 타격능력이 급상승했다. 그리고 경찰 야구단에서 자신감을 끌어 올린 민병헌은 2013년부터 입대 전과는 완전히 달라진 기량을 선보였다.

전역 첫 해 타율 .319 9홈런 65타점 27도루를 기록하며 두산의 준우승을 견인한 민병헌은 2014년에도 타율 .345 12홈런 79타점으로 생애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그리고 두산이 한국시리즈 2연패를 차지한 2015, 2016 시즌에도 3할 이상의 타율과 두 자리 수 홈런, 70개 이상의 타점을 기록하며 두산 공격의 첨병으로 활약했다. 주로 1번 타자로 활약했지만 팀이 필요로 하면 중심타선 역할도 마다하지 않았다.

사실 민병헌은 매년 꾸준한 활약을 펼쳤으면서도 소위 '몬스터 시즌'을 보낸 적이 없어 골든 글러브나 개인 타이틀은 한 번도 수상한 적이 없다. 하지만 민병헌이 야구에 눈을 뜬 2013년부터 작년까지 두산은 5년 동안 4번이나 한국시리즈에 진출했고 그 중 두 번의 우승을 차지했다. 화려하진 않지만 팀 공헌도가 높고 누구보다 내실 있는 활약을 펼치는 선수가 바로 민병헌이다(사실 3할에 두 자리 수 홈런, 70타점이면 충분히 화려하다).

하지만 좋게 말하면 효율적인 운영을 했고 나쁘게 말하면 투자에 지나치게 인색했던 두산에서는 2017 시즌이 끝난 후 FA자격을 얻은 민병헌을 적극적으로 붙잡으려 하지 않았다. 비록 두산은 민병헌을 만족시키지 못했지만 5년 연속 3할 타율에 한국시리즈에서만 24경기에 출전해 통산 .316의 타율을 기록한 우타 외야수는 FA시장에서 충분히 매력적인 선수였다. 결국 민병헌은 작년 11월 28일 4년 80억 원을 제시한 롯데와 FA계약을 체결했다.

시즌 개막 후 타점 없었던 민병헌, 4월 들어서자 폭발

민병헌, 사직 데뷔전 첫 출루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민병헌이 6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볼넷으로 출루하고 있다. 2018.3.30

▲ 민병헌, 사직 데뷔전 첫 출루 30일 부산 사직야구장에서 열린 2018 KBO 프로야구 NC 다이노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 롯데 민병헌이 6회말 2사 1루 상황에서 볼넷으로 출루하고 있다. 2018.3.30 ⓒ 연합뉴스


사실 롯데는 작년 시즌 453안타 184타점 238득점을 합작한 손아섭-전준우-김문호로 이어지는 강한 외야진을 보유하고 있다. 하지만 공수에서 절대적인 역할을 차지하고 있던 강민호(삼성)가 팀을 떠나면서 타선 보강이 필요했고 FA시장에 남아 있던 민병헌을 다소 급하게 영입했다. 물론 민병헌 같은 검증된 외야수는 팀 전력에 큰 도움이 되겠지만 80억을 투자할 만큼 롯데의 전력에 간절히 필요한 자원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의 시선을 받았던 것도 사실이다.

이대호와 손아섭을 제외하면 롯데에 속한 그 어떤 타자보다 화려한 커리어를 가지고 있던 민병헌은 시즌 개막 후 10경기에서 타율 .275로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무엇보다 홈런은커녕 타점도 하나 기록하지 못해 롯데 팬들로부터 적지 않은 원망을 듣기도 했다.

하지만 5년 연속 3할 타율을 기록했을 정도로 리그에서 수 년간 검증을 마친 민병헌 같은 선수는 초반 몇 경기 성적으로 부진 여부를 섣불리 판단해서는 곤란하다. 지난 6일 LG전에서 시즌 첫 타점을 신고한 민병헌은 팀이 연장 12회 끝내기 승리를 거둔 18일 삼성전에서 시즌 마수걸이 홈런을 터트렸다. 8일 LG전에서 주루플레이 도중 햄스트링 통증으로 2경기에 결장한 것을 제외하면 민병헌은 4월에 출전한 14경기 중 11경기에서 안타를 때려내며 시즌 타율을 .308까지 끌어 올렸다.

그리고 민병헌은 24일 kt를 상대로 시즌 첫 멀티 홈런과 시즌 최다안타, 최다타점, 최다득점을 기록하며 오랜만에 대형 FA 선수다운 활약을 펼쳤다. 2개의 홈런 모두 배트에 맞는 순간 홈런임을 직감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한 타이밍으로 때려낸 대포였다. 특히 5회에 터진 2번째 홈런은 외야 상단 광고판을 맞고 장외로 넘아갔을 정도로 비거리가 긴 대형 홈런이었다. 민병헌은 단 한 경기 활약을 통해 시즌 타율을 .341까지 끌어 올렸다.

민병헌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고 어떤 타순에서도 제 몫을 해줄 수 있는 다재다능함이다. 시즌 초반 주로 1번에 배치돼 큰 활약을 해주지 못했던 민병헌은 5번 타순으로 자리를 옮긴 후 타율 .619(21타수 13안타) 3홈런 9타점을 쓸어 담고 있다. 아무래도 거인군단에서 민병헌에게 어울리는 자리는 5번 중견수인 모양이다.


☞ 관점이 있는 스포츠 뉴스, '오마이스포츠' 페이스북 바로가기

KBO리그 롯데 자이언츠 민병헌 멀티홈런
댓글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