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가 거칠 것 없는 질주로 선두 두산을 잡고 3연승을 질주했다.

한용덕 감독이 이끄는 한화 이글스는 17일 서울 잠실 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원정경기에서 홈런2방을 포함해 장단 12안타를 터트리며 5-2로 승리했다. 주말 삼성 라이온즈와의 홈3연전부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는 한화는 1위 두산을 3경기 차이로 추격하며 단독 3위 자리를 지켰다(시즌 11승 8패).

윌린 로사리오(한신 타이거즈)의 자리를 메워 달랬더니 배리 본즈처럼 치고 있는 외국인 타자 제라드 호잉은 두산 선발 유희관을 상대로 연타석 홈런을 터트렸고 5이닝 5피안타 5탈삼진 2실점을 기록한 선발 윤규진은 시즌 첫 승을 수확했다. 그리고 이 선수는 최근 한화의 팀 분위기를 대변해 주는 활약으로 3연승의 소금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2번의 도루 실패에도 질주를 멈추지 않고 기어이 쐐기 득점을 만들어낸 이글스의 '돌격대장' 이용규가 그 주인공이다.

이용규, 통산 2천루타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회초 2사 1루 때 2루타를 치며 통산 2천 루타를 기록하고 있다.

▲ 이용규, 통산 2천루타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회초 2사 1루 때 2루타를 치며 통산 2천 루타를 기록하고 있다. ⓒ 연합뉴스


2004년 운명의 트레이드, LG와 KIA의 운명을 바꾸다

전북 군산에서 태어났지만 어린 시절 상경해 서울에서 학창시절을 보낸 이용규는 덕수정보고를 졸업하고 2004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2차 2라운드(전체 15순위)로 LG트윈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이병규와 박용택, 최만호에 외국인 선수 알 마틴까지 버틴 LG 외야에 이용규의 자리는 없었다. 그렇게 이용규가 프로에서의 첫 시즌을 치른 후 이용규와 LG, 그리고 KIA 타이거즈의 운명이 뒤엉키는 운명의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당시 LG는 2001 시즌을 앞두고 4년 18억 원에 영입했다가 '먹튀'로 전락한 홍현우를 처분(?)하기 위해 KIA에 트레이드를 제안했고 이용규는 '홍현우의 옵션'으로 함께 KIA로 이적했다. 홍현우와 이용규를 보내며 LG가 받아온 선수는 투수 이원식과 소소경이었다. 그리고 널리 알려진 것처럼 이 트레이드는 국가대표 1번타자로 성장하는 이용규를 데려 간 KIA의 완승이었다(이원식과 소소경은 LG이적 후 합작 1승밖에 올리지 못하고 현역 생활을 마감했다).

KIA 유니폼을 입은 이용규는 이적 첫 해부터 '바람의 아들' 이종범과 함께 KIA의 테이블 세터로 활약하며 서서히 잠재력을 폭발하기 시작했다. 외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는 다재다능함과 투수들이 집중적으로 몸쪽 공을 던져도 타석에서 좀처럼 물러서지 않는 근성, 그리고 '용규놀이'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만큼 탁월한 커트 능력을 과시하며 자연스럽게 이종범의 뒤를 이어 호랑이 군단의 돌격대장 자리를 물려 받았다.

특히 2008년에는 베이징 올림픽 대표팀에 선발돼 한국의 1번타자로 맹활약하며 퍼펙트 금메달의 주역으로 등극했다. 일본과의 준결승에서 이승엽의 결승 홈런 때 홈을 밟으며 결승 득점을 올린 선수가 바로 이용규였고 쿠바와의 결승전에서도 2-1의 아슬아슬한 리드에서 3-1로 앞서 가는 적시타를 때린 선수도 이용규였다. 결승전 최종 스코어가 3-2였음을 고려하면 이용규의 활약은 이승엽의 결승 홈런과 함께 한국의 금메달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2011년 타율 4위(.333), 2012년 도루 1위(44개)를 기록하며 승승장구한 이용규는 2009년 대폭발 이후 기복을 보이는 김상현(저니맨 외인구단)과 최희섭을 제치고 KIA의 간판스타로 군림했다. 하지만 이용규는 FA를 앞두고 본인에게 가장 중요한 시즌이었던 2013년 100경기에서 타율 .295 115안타 21도루를 기록하며 다소 아쉬운 성적을 올렸다. 그럼에도 한화는 이용규를 4년 67억 원에 영입하며 정근우와 함께 국가대표 테이블세터진을 꾸렸다.

2연속 도루 실패에도 또 다시 스타트를 끊는 이용규의 고집과 근성

이용규는 어깨 수술 후유증에 시달렸던 2014년 타율 .288 20타점 62득점으로 주춤했다. 하지만 부상 후유증을 털어낸 2015년 타율 .341 168안타 42타점 94득점 28도루로 화려하게 부활했고 2016년에도 타율 .352 159안타 41타점 98득점 21도루를 기록했다. 국가대표 1번 타자로서의 명성을 회복하는 듯 했던 이용규는 정작 2번째 FA를 앞둔 작년 시즌 팔꿈치 부상과 손목 골절 부상을 당하며 57경기에서 타율 .263 47안타로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비록 작년 FA시장이 심한 '부익부빈익빈'에 시달렸다곤 하지만 이용규 정도의 명성을 가진 선수라면 나쁘지 않은 수준의 계약을 기대할 수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 만족하지 못한 성적으로 시장에 나갈 수 없다고 판단한 이용규는 FA권리를 행사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뿐만 아니라 FA 계약기간 동안 받았던 9억 원의 연봉이 4억 원으로 반토막 이상 삭감되는 수모도 감수했다. 그럴수록 이용규의 명예회복 의지는 더욱 강해졌다.

빅리그 출신의 호잉을 우익수로 보내고 한화의 붙박이 중견수와 1번타자 자리를 되찾은 이용규는 한화가 치른 19경기에 모두 출전해 타율 .368(8위), 28안타(공동3위),17득점(공동4위),5도루(공동2위), 출루율 .443(공동9위)로 맹활약하고 있다. 중심타선이 아닌 테이블 세터로 활약하는 선수 중에서 출루율 10위 안에 포함된 선수는 한화의 테이블 세터 이용규와 양성우(.451,8위)뿐이다. 그만큼 한화가 10개 구단 최고 수준의 막강한 테이블세터를 보유했다는 뜻이다.

이용규, 다시 야구만 집중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앞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이용규는 지난 1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심판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뒤 KBO로부터 엄중 경고처분을 받은 바 있다.

▲ 이용규, 다시 야구만 집중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앞서 타격 연습을 하고 있다. 이용규는 지난 13일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심판에 항의하다 퇴장당한 뒤 KBO로부터 엄중 경고처분을 받은 바 있다. ⓒ 연합뉴스


17일 두산전에서도 이용규의 '질주본능'은 그대로였다. 1회 9구까지 가는 접전 끝에 볼넷으로 출루한 이용규는 1사 후 유희관의 견제에 걸려 2루에서 아웃됐다(귀루하다 1루에서 잡하면 견제사로 기록되지만 2루에서 아웃됐기 때문에 도루실패로 기록된다). 이용규는 3회에도 안타로 출루해 도루를 시도하다가 양의지의 정확한 송구에 걸려 아웃됐다. 호잉의 연타석 홈런이 나왔기에 망정이지 자칫 경기의 흐름을 끊을 수 있었던 1번타자의 연속 도루 실패였다.

하지만 이용규는 2연속 도루 실패에도 전혀 위축되지 않고 질주를 계속했다. 5회 좌전안타로 출루한 이용규는 양성우 타석에서 2구째 스타트를 끊었고 덕분에 양성우의 짧은 좌전안타에도 편안하게 3루까지 진루할 수 있었다. 이어진 송광민의 희생플라이로 이날의 쐐기 득점을 기록한 이용규는 6회 2사 후 2루타를 추가하며 올 시즌 4번째 3안타 경기를 완성했다. 이 안타로 이용규는 개인 통산 2000루타를 달성했다(역대 49번째).

프로 15년 동안 321개의 도루를 기록 중인 이용규는 통산 71.7%라는 도루 성공률이 말해주듯 주루플레이를 매우 효율적으로 하는 선수다. 하지만 올 시즌 이용규는 5도루에 도루실패 5개로 성공률이 50%에 그치고 있다. 이용규의 주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말이 나올 수도 있지만 이용규는 앞으로도 질주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라운드에서 몸을 사리는 이용규는 야구팬들이 오랜 기간 사랑하던 이용규가 아니기 때문이다.

이용규, 통산 2천 루타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회초 2사 1루 때 2루타를 치며 통산 2천 루타를 기록한 뒤 헬멧을 벗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이용규, 통산 2천 루타 한화 이글스 이용규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서 6회초 2사 1루 때 2루타를 치며 통산 2천 루타를 기록한 뒤 헬멧을 벗어 관중석을 향해 인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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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한화 이글스 이용규 2000루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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