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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를 위한 의미있는 '무엇'이 필요한가요? 계간지 <딴짓>의 발행인인 프로딴짓러가 소소하고 쓸데없는 딴짓의 세계를 보여드립니다. "쫄지 말고 딴짓해!" 밥벌이에 지친 당신을 응원합니다. [편집자말]
근로자 휴가지원제도가 있다는 뉴스를 봤다. 정부와 기업이 근로자의 여행경비를 지원해주는 사업이란다. 이렇게 좋은 제도가 있다니. 설레는 마음으로 자격요건이 되는지 찾아봤지만 아니나 다를까. 지원자격이 안 되었다.

정부의 지원정책에 프리랜서인 내가 '열외'가 되는 게 낯선 경험은 아니다. 집 문제만 해결되어도 먹고살 만하겠다 싶어 보금자리주택 정책을 찾아본 적도 있었다. 마침 막 결혼하는 친구가 신혼부부 자격으로 주택을 얻은 참이었다. 친구는 적극적으로 보금자리주택을 추천했다.

그러나 삼십 대 초반의 싱글 프리랜서가 들어갈 만한 보금자리주택은 없었다. 나는 '신혼부부'도 아니었고 '대학생'도 아니었고 '사회초년생(근무 경험 3년 이하)'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예술인 자격을 받은 '예술가'도 아니었다. 그냥 일하기 시작한 지 좀 된 어정쩡한 프리랜서일 뿐이었다.

프리랜서가 열외가 되는 건 정부지원뿐은 아니다. 회사를 그만두고 독립을 선언한 순간 내게 돈을 빌려주겠다는 제1금융권 은행은 없었다. 단 한 번의 연체도 없었던 10년간의 금융기록은 무의미했다. 프리랜서가 된다는 것이 단순히 직업의 다른 형태가 아님을 깨닫는 순간이었다.

프리랜서라면 누구나 피식 웃으며 공감하는 말이 있다. 바로 '프리랜서야말로 결코 프리하지 않다'는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의 캐리 브래드쇼처럼 밤에 쓴 글로 하루 종일 놀고, 쇼핑하고, 연애 하면 얼마나 좋을까.

꽉 짜여진 조직의 회사원으로 살던 시절, 프리랜서는 막연히 자유로워 보였다. 일도 자기 하고 싶은 곳에서 하겠지. 하고 싶을 때 하겠지. 제 능력만큼 먹고 사는 떳떳함이 멋있었다. 그러나 회사를 나와 프리랜서와 백수를 오가던 3년, 나는 그 환상의 대가를 호되게 치러야 했다. 프리랜서에 대한 잘못된 환상엔 이런 것들이 있다.

프리랜서에 대한 잘못된 환상들

 프리랜서
 프리랜서
ⓒ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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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프리랜서가 출퇴근에서 자유롭다는 오해다. 많은 프리랜서가 의외로 자신이 정한 출퇴근 시간이 있다. 물론 9시에 출근 도장을 찍어야 하는 회사원의 입장에서는 카페에서 맥북을 켜놓고 일하는 프리랜서가 자기 일하고 싶을 때 일하는 편한 사람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프리랜서가 자신만의 출퇴근 시간을 정해놓는 것은 일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쉬기' 위해서다. 일상과 업무시간이 뒤섞이면 일상에서도 계속 일 생각을 하게 되기 때문이다. 일과 삶의 경계가 필요한 건 회사원뿐만은 아니다.

굳이 업무 시간이 아니더라도 일하는 장소 혹은 일하는 복장처럼 경력이 좀 된 프리랜서에게는 일을 시작한다는 자신만의 '의식'이 있다. 나는 집에서 일을 할 때도 사무실에 나가는 것처럼 씻고 옷을 갈아입고 화장을 했다. 그게 일을 한다는 나만의 의식이었다. 일이 끝나면 편한 옷으로 갈아입었다. 불필요하게 보일지라도 그렇게 해야만 '업무 모드'로 변환이 가능했다.

두 번째로, 프리랜서라고 업무량을 조절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물론 능력 있는 프리랜서는 일을 골라가며 할 수 있겠지만 경력 10년 미만의 초보 프리랜서에게는, 그중에서도 문과 냄새가 물씬 풍기는 분야의 프리랜서에게 일을 '고를 수' 있는 사치는 잘 주어지지 않는다.

게다가 일감은 회사 일처럼 업무량을 고려해서 주어지지 않는다. 일은 파도처럼 우우하고 몰려왔다가 우우하고 빠진다. 이 일을 지금 받지 않으면 비축해둘 식량이 없어진다는 생각에 일을 무리해서 받는 일도 생긴다.

그러다 보면 몇 달간 끊임없는 야근이 이어질 때도 있다. 내가 이러려고 프리랜서 했나 하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결과물은 결국 내 이름 석 자를 걸고 나가기 때문에 자존심 때문에라도 더 열심히 하게 된다. 야근 수당도 없고 주말 수당도 없는데 알아서 야근을 하고 알아서 주말을 바친다.

세 번째로, 프리랜서라고 혼자 일하는 건 아니다. 사람들을 대하는 일이 피곤해 프리랜서를 꿈꾸는 사람이 있다면 프리랜서의 전제조건이야말로 사람을 대하는 능력, 영업력에 있다고 말하고 싶다. 일감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지 않는다. 회사에 있을 때야 영업팀이 따로 있었겠지만 프리랜서는 내가 곧 영업팀이요, 회계팀이요, 마케팅팀이며, 운영팀이다.

주위에 내가 이런 일을 하고 있다고 알리고 이런저런 모임에 얼굴을 내밀며 이러저러한 일을 할 수 있다고 알려야만 일이 들어온다. 하물며 프리랜서 플랫폼에도 후기가 있고 일을 맡긴 클라이언트 사이에도 입소문이라는 것이 있다. 사람을 대하는 일을 잘하고 어려워하지 않아야 일감도 잘 길어올 수 있다.

프리랜서라고 말했지만 실은 아직도 내가 과연 그간 프리랜서로 살았는지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렵다. 프리랜서라는 말 자체가 정의가 어렵기 때문이다. 나는 궁극적으로 여러 개의 직업에서 조금씩 수익을 얻어 생활에 필요한 수익을 얻는 것을 추구한다.

여러 개의 직업에 통일성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다 전문적인 분야여야 하는 것도 아니다. 청소일과 디자인, 글쓰기와 마케팅, 서빙일을 한 번에 할 수도 있다. 전문성, 통일성보다 중요한 것은 그 일이 내 삶의 가치와 맞는지다.

일에 있어 중요한 것은 이런 것들이다. 나는 사회에 해가 되는 일을 지양하고 싶다. 이왕이면 자유롭고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 육체노동과 정신노동을 번갈아 하고 싶다. 한 가지 일을 꾸준히 하기보다 평생 여러 가지 일을 다양하게 해보고 싶다. 그러니 실은 '프리랜서'라기보다 '유연노동자'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 

프리랜서보다 '호모딴짓엔스'


 <딴짓> 08호
 <딴짓> 08호
ⓒ 박초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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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동 중 하나엔 <딴짓>이라는 잡지를 만드는 일도 있다. <딴짓>은 세 명의 여자가 함께 만드는 계간지다. 딴짓하는 사람들, 즉 호모딴짓엔스들에 대한 이야기를 담는다. 취미를 소개하기도 하고 다양한 삶의 방식을 소개하기도 한다.

<딴짓>은 단순히 취미가 아니다. 좋아서 하는 일이라면 돈이 되든, 안 되든 '딴짓'이라 정의한다. 가끔 <딴짓>을 취미 잡지로 생각하는 분도 계시지만 <딴짓>은 실은 라이프스타일 잡지에 가깝다.

직업과 취미의 모호한 경계선 사이에서 나는 프리랜서보다는 '호모딴짓엔스'로서 살고 있다. 치열한 통장 잔고와의 전쟁에서 아등바등 살아나가는 것이 '딴짓'이라는 가벼운 단어로 표현되는 것이 가끔 서럽고 대부분 유쾌하다. 언젠가 '직업'이라는 단어의 경계가 흐릿해졌으면 한다. 그런 마음으로 직업과 딴짓 사이의 경계선에 열심히 지우개질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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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 밥 벌어 먹고 사는 프리랜서 작가 딴짓매거진 발행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