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린드블럼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경기 1회초. 두산 선발투수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4

▲ 역투하는 린드블럼 지난 24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두산 베어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개막경기 1회초. 두산 선발투수 린드블럼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4 ⓒ 연합뉴스


프로야구 두산 베어스는 흔히 '화수분 야구'로 불린다. 효율적인 육성과 스카우트로 꾸준히 좋은 선수들을 발굴해내는 두산의 운영 시스템에 대한 찬사다. 반면 두산에는 팀에 오랫동안 기여한 선수에 대한 존중이나 애착이 부족하다는 '비정한' 이미지도 있다.

두산은 아무리 스타급 선수라도 나이가 들어 기량 하락세를 보이거나 몸값이 너무 높아지면 잡지 않는 것으로도 유명하다. 매년 새로운 선수들이 등장하는 두산에서 대체하지 못할 선수란 결코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두산은 지난 2013년 한국시리즈 준우승 직후 손시헌, 이종욱, 최준석 등 30대를 넘긴 내부 FA들을 모두 잡지 않았다. 당시 김재호, 정수빈, 민병헌, 김재환, 박건우 등 내·외야에 충분한 선수층이 준비돼 있었기 때문에 노장들에게 굳이 미련이 없었던 걸까.

비판도 있었지만 결과는 성공적인 세대교체로 이어졌다. 두산은 2015-2016 시즌 한국시리즈를 연속 제패하며 전성시대를 열었다. 두산을 떠난 선수들도 NC, 롯데 등 다른 팀으로 이적하여 자리를 잡았으니 결과적으로 서로에게 모두 윈윈이 된 셈이다.

김현수-민병헌-니퍼트까지 모두 떠났지만

지난 2017 시즌 한국시리즈 준우승 이후 두산은 또 다른 새판짜기에 나섰다. 민병헌이 FA로 롯데 유니폼을 입었고 니퍼트, 보우덴, 에반스의 기존 외인 3인방과 모두 재계약을 포기했다. 메이저리그에서 국내 무대로 유턴한 김현수는 친정팀 복귀 대신 무려 115억 원에 '잠실 라이벌' LG행을 선택했다. 또 다시 우승 주역들이 한꺼번에 팀을 떠나는 사태가 반복된 것이다.

특히 대표적인 '한국형 외인'으로 평가받았던 니퍼트까지 떠나보낸 것은 두산 팬들조차 유독 아쉬워한 장면이었다. 냉철한 비즈니스의 세계에서 의리나 인정보다는 철저한 실익을 중시하는 두산의 협상 스타일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그리고 2018 시즌 초반 현재 두산은 14승 4패(.778)로 당당히 리그 1위를 질주하고 있다. 지난 몇 년간 두산과 패권을 두고 경쟁해왔던 기아, 삼성, NC 등이 올 시즌 초반 나란히 부침을 겪으며 중하위권을 전전하고 있는 것과 대조적으로 두산의 꾸준한 행보는 거침이 없다.

특히 가장 논란을 자아냈던 외국인 선수 농사는 올 시즌 대박 조짐이 보이고 있다. 2011년 처음으로 외국인 선수 전면 물갈이를 선택한 두산은 일단 선발진의 원투펀치로 낙점된 린드블럼과 후랭코프가 빠른 속도로 자리 잡으며 니퍼트와 보우덴의 빈 자리를 메우고 있다.

린드블럼과 후랭코프는 벌써 6승을 합작하며 10개 구단 중 외국인 선발 최다 승수를 기록 중이다. 지난 시즌까지 롯데에서 활약했던 린드블럼은 올 시즌 4경기에서 3승 1패 평균자책점 2.84로 호투하며 KBO 유경험자다운 빠른 적응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3월 24일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4⅓이닝 4실점으로 패전투수가 됐을 뿐 이후 3경기에서 3승을 챙기며 자책점 1.71을 기록했다. 후랭코프는 4경기 등판해 3승 평균자책점 1.17로 KBO 첫 시즌이지만 오히려 린드블럼보다 나은 결과를 기록하고 있다. 1일 kt전에서 5이닝 3실점으로 퀄리티스타트에 실패했지만 나머지 경기는 모두 6이닝 무실점으로 막아냈다.

진정한 강팀의 요건? 위기에도 쓰러지지 않는 것

LG 김현수 첫 타석 안타 2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2회초 1사 LG 김현수가 안타를 치고 있다. 2018.3.25

▲ LG 김현수 첫 타석 안타 25일 경남 창원시 마산회원구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프로야구 LG 트윈스와 NC 다이노스 경기. 2회초 1사 LG 김현수가 안타를 치고 있다. 2018.3.25 ⓒ 연합뉴스


반면 두산을 떠난 니퍼트는 올 시즌 kt 유니폼을 입고 1승을 거뒀지만 자책점이 6.00이다. 어깨 부상으로 선발진 합류가 늦어지며 아직 컨디션을 조금씩 끌어올리고 있는 단계다. 과거의 추억이라면 몰라도 이제 두산 팬들에게 '니거린'(니퍼트 거르고 린드블럼)을 원망하는 목소리는 더 이상 찾을 수 없다.

유일하게 외국인 타자 파레디스가 부진하지만 현재 국내 야수들이 워낙 잘해주고 있어서 크게 빈 자리가 느껴지지 않는다. 파레디스는 현재 2군에 내려가 있다. 장타력을 갖춘 김재환(6홈런) 오재일(5홈런)을 필두로 최주환 박건우 양의지 오재원 등 한국시리즈 우승 주역들이 쾌조의 타격감을 유지하고 있다. 외국인 타자가 빠져있다는 게 전혀 티가 나지 않는다. 최근 출전 기회가 늘어난 정진혁과 김민혁의 성장세도 돋보인다. '왜 민병헌-김현수를 굳이 잡을 필요가 없었는지' 성적으로 증명하고 있는 두산의 모습이다.

두산이라고 현재 약점이 전혀 없는 팀은 아니다. 토종 3, 4선발인 장원준과 유희관이 예년에 비하여 다소 저조하다. 5선발로 3승 자책점 2.37을 기록하며 좋은 모습을 보이던 이용찬도 옆구리 부상으로 엔트리에서 잠시 말소된 상태다. 마무리로 낙점한 김강률도 초반 부진으로 이탈해 집단마무리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데도 두산의 1위 질주에는 아무런 걸림돌이 되지 않는다. 야수진뿐만 아니라 마운드도 함덕주, 곽빈, 이영하, 박치국, 유재유 등 쓸만한 어린 선수들이 넘쳐난다. 주축 선수들 한두 명만 빠지거나 부진해도 휘청거리는 다른 팀들이 부러워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진정한 강팀은 모든 조건이 완벽하게 맞춰서 돌아가는 팀이 아니라, 문제가 생겨도 이를 극복할 수 있을 만한 대안이 준비된 팀이다. 두산이 바로 이런 강팀의 조건을 증명하고 있다. 비록 프랜차이즈 스타에게는 비정하다는 비난을 받을지언정, 두산은 몇 년째 성적으로 이러한 비판을 불식시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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