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시즌 넥센은 다크호스로 떠오르기에 충분한 전력을 갖췄다. 박병호의 복귀와 외국인 투수 로저스의 합류 등 비시즌 동안 마이너스 요인보다 플러스 요인이 더 많았던 팀 중 하나다. 지난해의 아쉬움을 털어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도 했다.

정규시즌 개막 이후 18경기를 치른 현재, 타선이 좀처럼 터지지 않는 넥센의 시즌 초반 성적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타선에 없어선 안 될 '4번 타자' 박병호가 종아리 근육 파열로 부상을 입어 당분간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넥센으로선 대형 악재를 맞이하게 됐다.

지난 13일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마이카 KBO리그 두산과의 홈경기에서 넥센은 12-0으로 대패했다. 결과도 안 좋았고 과정은 더더욱 좋지 못했다. 선발 투수 브리검이 잘 버텼지만 불펜이 8회초에만 대거 7실점을 허용하며 와르르 무너졌다. 타선은 상대 선발 린드블럼에게 안타 두 개, 볼넷 한 개를 얻어내는 데 그쳤다.

박병호 부상 이전에도 부진했던 타선, 고민이 더 커졌다

물론 올시즌 박병호의 활약이 크게 두드러지진 않았다. 13일 경기까지 타율 0.288 4홈런 13타점으로 조용하게 시즌을 출발했다. 팀이 5연패에 빠진 기간 동안 박병호도 침묵했고, 5연패를 끊은 12일 롯데전에서도 여전히 타격감이 살아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박병호 이름 석 자으로도 상대에게 위압감을 준다. 아무리 기록상으로 좋지 않더라도 박병호의 존재감에 따른 타선의 무게감은 상당히 다를 수밖에 없다. 아직 시즌 초반이기 때문에 팀도, 개인도 반등의 여지는 충분히 남아있다. 그의 부상이 아쉬운 이유이다.

박병호는 13일 두산전 첫 타석에서 스윙 이후 제대로 걷지 못할 만큼 극심한 통증을 느끼며 병원으로 이동했고, 검사 결과 왼쪽 종아리 근육이 파열됐다는 진단을 받았다. 넥센 구단 측은 "1.4cm 정도 근육이 파열됐다. 1주 정도 반깁스를 할 예정이며, 오는 18일에 재검질을 실시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박병호가 빠진 이후 김민성이 4번 타순을, 장영석이 1루 수비를 맡았다. 한 경기뿐이었지만 공-수 양면에서 박병호의 빈 자리가 크게 느껴졌다. 앞뒤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할 김하성과 초이스는 무안타로 침묵했고 이정후-고종욱 테이블세터도 나란히 4타수 무안타에 그쳤다.

상태를 계속 지켜봐야겠지만 박병호의 공백이 길어질 경우 넥센으로선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 김하성, 초이스 등 다른 우타 거포가 있고, 임병욱과 고종욱 등 좌타자 가운데서도 중장거리 타구를 때리는 타자가 없진 않다. 그러나 이들이 박병호의 빈 자리를 채우기에는 역부족이다.

공-수에서 흔들리는 야수진, 넥센은 언제쯤 반등의 계기를 마련할까

이 날 경기에서는 넥센이 잃은 게 많다. 박병호의 부상뿐만 아니라 불펜으로 등판한 김성민, 김동준, 조덕길 세 명의 투수가 실점을 기록했고 이들은 피홈런 한 개 없이 대량 실점을 허용했다. 공식적으로 기록된 실책은 아니지만 8회초에 실점으로 이어진 순간들을 곱씹어보면, 야수들의 집중력이 아쉬웠다.

특히 3-0에서 5-0으로 달아나는 오재일의 2타점 2루타 당시 좌익수 고종욱의 수비가 가장 아쉬웠다. 고종욱은 슬라이딩 캐치를 시도했지만 포구에 실패했고, 공이 뒤로 빠졌다. 루 상에 있던 주자 두 명이 홈에 들어오면서 승부의 추가 두산 쪽으로 기울어졌다. 두산이 한창 분위기가 좋다고 하더라도 선수들의 집중력 부재가 커 보였다. 단순히 기량 차이만은 아니었다.

집중력 부재는 어느 한 곳에서만 드러나는 게 아니라 결국 공-수 모두 발목을 잡는다. 로저스와 브리검, 최원태, 신재영, 한현희로 이어지는 5선발을 구축했는데도 불구하고 선발 야구가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 문제점이 단순히 한 두 가지만 있는 게 아니다.

13일 두산전 패배로 8위까지 내려앉은 넥센에게 희망은 남았다. 4위 한화와의 승차가 1.5경기에 불과하고, 3위 KT와의 승차도 2.5경기로 추격할 수 있는 거리이다. 만약 격차가 더 벌어진다면 상위권은 물론이고 중위권 도약도 장담하기 어려워져 최대한 승수를 쌓아야 한다.

시즌 초반부터 위기가 찾아왔다. 박병호까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타선이 다소 약해졌다. 문제는 최소 열흘, 혹은 더 긴 시간 동안 이런 상황 속에서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기대보단 우려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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