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연경과 정호영(오른쪽) 선수
ⓒ 박진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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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가 하늘을 뚫을 기세인 여자배구 대표팀. 이제는 국제대회 시리즈다.

대한민국배구협회(아래 협회)는 오는 5월 개막하는 '발리볼 네이션스 리그'(아래 네이션스 리그)에 출전할 남녀 국가대표팀 '후보 엔트리'를 12일 발표했다. 남녀 각각 21명씩이다. 여자배구는 김연경을 비롯한 기존의 주전 선수들과 박은진·나현수 등 고교생 장신 유망주 2명이 포함됐다.

대표팀은 15일부터 진천선수촌에서 본격적인 소집훈련에 들어간다. 진천선수촌에는 후보 엔트리 중에서 14명의 본 엔트리와 4명의 '유망주 연습 선수'까지 총 18명이 참가한다. 훈련을 통해 네이션스 리그 경기에 출전할 최종 엔트리 14명을 선발한다.

누구보다 부담감과 책임감이 큰 사람은 차해원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국제대회 일정이 훨씬 빡빡하고 힘든 강행군인 데다, 지난해 대표팀 혹사 논란으로 협회가 큰 홍역을 치렀기 때문에 부담이 더욱 크다.

차 감독의 구상에 배구팬의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차 감독은 12일 기자와 장시간 전화 통화에서 올해 각종 국제대회 대표팀 운영 방안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을 밝혔다.

핵심은 크게 3가지로 요악된다. 주전 선수 체력 관리, 국제대회별로 선수 배치와 주력할 대회 선정, 장신 유망주 발굴·육성이다. 차 감독은 큰 그림은 이미 끝마쳤다. 아직 확정하지 못한 부분은 상황에 맞게 조정이 필요한 사안들이기 때문이다.

여자배구, 역대급 '살인적 일정'... V리그 개막 때까지 국제대회

차 감독은 김연경(31세·192cm), 양효진(30세·190cm), 김수지(32세·188cm) 등 주전 선수들의 체력 관리와 관련해, 대회를 구분해서 출전과 비출전을 정하기로 했다.

올해 국제대회의 일정을 감안하면, 주전 선수 위주로 모든 대회를 운영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더러 정답도 아니라는 게 차 감독의 생각이다.

실제로 여자배구 대표팀 선수들은 다음 시즌 V리그 개막 때까지 세계 각국을 돌며, 심지어 일부 대회는 일주일 간격으로 국제대회에 출전해야 하는 실정이다. 국제대회 중간중간에 실시하는 진천선수촌 소집훈련까지 감안하면, 가히 '살인적인 일정'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5월 15일부터 '네이션스 리그'(VNL)에 출전한다. 때문에 오는 15일부터 진천선수촌 소집훈련에 참여해야 한다. 장기간의 V리그가 끝나고, 한 달도 쉬지 못한 채 국가대표 활동을 시작한다.

한국 여자 대표팀의 네이션스 리그 일정을 살펴보면, 1주차(5.15~17)는 중국에서 중국, 벨기에, 도미니카와 경기를 갖는다. 2주차(5.22~24)는 한국 수원 실내체육관에서 러시아, 이탈리아, 독일과 경기를 치른다.

3주차(5.29~31)는 네덜란드로 가서 네덜란드, 브라질, 폴란드와 경기를 한다. 4주차(6.5~7)는 태국으로 건너가 태국, 일본, 터키와 대결한다. 5주차(6.12~14)는 아르헨티나로 가서 아르헨티나, 세르비아, 미국과 경기를 펼쳐야 한다.

또한 예선 라운드 순위 5위 안에 들 경우에는 결선 라운드에 진출한다. 결선 라운드(6.27~7.1)는 중국 난징에서 열린다. 지난해 월드그랑프리보다 훨씬 살인적인 일정이란 것을 한눈에 알 수 있다. 상대할 팀들의 수준도 월드그랑프리 2그룹보다 막강한 세계 강호들이다.

네이션스 리그, 1·2주차 베스트... 3·5주차 핵심 선수 제외

 차해원 여자배구 국가대표팀 감독
ⓒ 한국배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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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큰 문제는 네이션스 리그가 끝나도 중요한 국제대회가 계속 이어진다는 점이다. 아시안게임이 8월 18일부터 9월 2일까지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열린다. 곧바로 2018 아시아배구연맹(AVC)컵 대회가 9월 16일부터 23일까지 태국에서 펼쳐진다. 그리고 세계선수권 대회가 9월 29일부터 10월 20일까지 일본에서 열린다. 세계선수권은 2018~2019시즌 V리그 개막 시점과 겹칠 가능성이 높다.

차 감독은 네이션스 리그는 1~2주차인 중국 대회와 한국 대회는 김연경을 포함해 베스트 멤버를 출전시킨다는 계획이다. 반면 거리가 먼 3주차 네덜란드와 5주차 아르헨티나 대회는 김연경을 비롯 일부 고참급 주전 선수를 제외시키고 체력적인 배려를 할 생각이다. 문제는 4주차인 태국 대회다. 이 대회에서 한국은 라이벌인 일본, 태국과 경기 일정이 잡혀 있다. 차 감독은 선수들의 몸 상태, 비행 일정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서 베스트 멤버 출전 여부를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매 경기마다 14명은 출전해야 하기 때문에 후보 엔트리 21명 중 일부 선수들은 5주 내내 경기에 출전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다. AVC컵은 주전 선수를 대거 뺀 1.5군 또는 신진 유망주 위주로 출전한다.

세계선수권 대회는 베스트 멤버로 출전해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도쿄 올림픽을 위해서라도 세계 강호들과 제대로 맞붙어 보겠다는 게 차 감독의 생각이다. 세계선수권은 도쿄 올림픽 출전권 획득에 영향을 미치는 세계랭킹 포인트가 매우 크게 부여되기 때문에 올해 국제대회 중 가장 중요하다. 또한 일본에서 열리는 화제성과 일정으로 볼 때, 세계선수권에서 좋은 모습을 보일 경우 V리그 흥행으로 직결될 수밖에 없다.

"정호영, 청소년 대회 끝나면 곧바로 성인 대표팀 합류"

차해원 감독은 올해 주요 국제대회에 장신 유망주를 적극 기용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특히 고교 최고 기대주로 꼽히는 정호영에 대해선 확고한 생각을 갖고 있었다. 핵심 국제대회라고 할 수 있는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 데려가겠다는 의지를 여러 차례 강조했다.

정호영은 지난 2016년 9월, 만 15세의 중학생 신분임에도 여자배구 성인 국가대표팀에 전격 발탁돼 뜨거운 화제가 됐다. 2001년생인 그는 당시 AVC컵 대회에 출전하면서 역대 여자배구 최연소 국가대표 신기록을 세웠다.

정호영의 최대 장점은 고교 2학년임에도 한국 배구에서 김연경 다음으로 큰 190cm 장신 공격수라는 점이다. 특히 점프력과 공격 타점은 국내 최고 수준이다. 공격 파워와 기술 향상, 체력 보강 등의 과제가 남아 있지만, 습득력이 좋아 국가대표 공격수로 성장 가능성이 높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정호영의 키는 지금도 자라고 있다.

차 감독도 정호영을 한국 배구의 미래를 위해 반드시 성공시켜야 할 숙제로 인식하고 있는 듯했다. 이유는 분명하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메달과 김연경 이후'를 위해서는 정호영의 성장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김연경이 은퇴할 경우 한국 여자배구는 세계 최고의 완성형 공격수가 빠지는데 그치지 않고, 장신화마저 무너지게 된다. 여자배구가 국제대회에서 올림픽 4강, 8강까지 가고 세계 강호들과 맞대결이 가능한 이유는 김연경의 존재와 함께 신장에서도 중국과 러시아를 빼고는 다른 세계 강팀들과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190cm대 공격수가 국가대표 주전급으로 성장해 준다면, 김연경과 대표팀 모두 천군만마를 얻는 것과 다름이 없다. 당장의 실력이 부족하다고 열악한 학교 시스템에만 맡겨 놓으면, 장신 공격수는 성장이 멈추거나 실패할 위험이 크다. 때문에 김연경이 건재할 때 하루라도 빨리 옆에서 보고 배우도록 하고, 큰 국제무대 경험도 쌓게 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차 감독의 정호영 중용 방침은 그런 인식과 절박함이 바탕에 깔려 있다. 차 감독은 "솔직히 이번에 정호영을 무조건 성인 국가대표팀에 선발하려고 했다"며 "청소년 대표팀 성적도 중요하고 청소년 대표 경험을 한 번 쌓고 올라오는 것도 괜찮을 것 같아서 양보를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정호영은 U19(청소년) 아시아선수권 대회가 끝나는 순간 곧바로 성인 국가대표팀에 들어온다"며 "아시안게임부터 세계선수권 대회까지 계속 데리고 갈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차 감독은 "정호영이 아직 어리고 기량이 부족하다는 말도 있지만, 저는 생각이 다르다"며 "아시안게임과 세계선수권에서 정호영은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중국 리잉잉 막기 위해서도 정호영 필요"

여자배구 U19(청소년) 아시아선수권 대회는 오는 6월 10일부터 17일까지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다. 네이션스 리그(5.15~6.14)와 일정이 겹친다. 대회 일정이 겹칠 경우 규정상 두 대회에 이중 등록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청소년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대회가 끝난 이후부터 성인 국가대표팀에 합류할 수 있다.

반면, 박은진과 나현수는 1999년생으로 나이 제한에 걸려 청소년 대회에 출전할 수 없다. 때문에 차 감독은 두 선수를 우선 성인 국가대표팀에 포함시켰고, 정호영 등 일부 고교 선수는 청소년 대회가 끝나면 합류시킬 예정이다.

박은진(188cm·선명여고3)은 장신 센터 공격수로 일찌감치 성인 국가대표 발탁이 예상됐던 특급 유망주다. 나현수(186cm·대전 용산고3)는 왼손잡이 장신 라이트 공격수라는 장점을 갖고 있다. 점프와 블로킹 능력이 좋기 때문에 성장 가능성을 보고 전격 발탁했다. 두 선수 모두 고교 3학년으로 올해 V리그 신인 드래프트에 나온다.

차 감독은 정호영이 필요한 이유에 대해 2017~2018시즌 중국 리그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킨 리잉잉(192cm·레프트)을 예로 들기도 했다.

차 감독은 "김연경 경기를 직접 보기 위해 중국에 몇 차례 갔었고 김연경과도 많은 대화를 나눴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리잉잉을 잡을려면 우리는 정호영이 라이트에서 맞붙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리잉잉은 올 시즌 중국 리그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한 톈진의 주 공격수다. 올해 '만 18세(2000년생)의 장신 유망주이고 정호영보다 1살이 많다. 어린 나이에도 공격 파워가 강력하고 각도가 예리하다. 중국 리그 정규리그에서 득점왕, 공격성공률, 서브 등 3개 부문에서 1위를 차지하면서 주팅(25세·198cm)의 뒤를 이을 차세대 특급 공격수로 급부상했다. 최근 중국 성인 국가대표팀에도 발탁됐다.

차 감독은 이번 대표팀 선발 과정에서 부상으로 빠진 선수들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특히 배유나(한국도로공사), 문정원(한국도로공사), 문명화(GS칼텍스) 등 수술을 앞두고 있거나 피로골절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선수들이 치료와 재활을 잘해서 대표팀에 합류할 기회가 생겼으면 하는 기대감도 피력했다. 이재은(KGC인삼공사)도 염두에 두었지만 다른 포지션의 공백이 커서 아쉬움을 삼켜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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