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쓴 챔피언스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널리 알리는 유럽축구연맹 공식 트위터 사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쓴 챔피언스리그의 새로운 역사를 널리 알리는 유럽축구연맹 공식 트위터 사진 ⓒ 유럽축구연맹 트위터


경기 시작 후 76초만에 유벤투스의 골이 나온 덕분에 그라운드는 경기 내내 뜨거웠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37초를 남기고 4강 진출 팀을 결정하는 페널티킥이 선언됐다. 생각하지 않으려 해도 축구장의 시간은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것으로 다가온다. 선수들의 마음 속 빈틈도 그렇게 생기나 보다. 누구나 연장전을 떠올리던 그 순간 최고의 선수들은 분명히 다른 것을 펼쳐보였다. 진정한 실력은 그렇게 드러나는 법이었다.

지네딘 지단 감독이 이끌고 있는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가 한국 시각으로 12일 오전 3시 45분 마드리드에 있는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서 벌어진 2017-2018 UEFA(유럽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유벤투스(이탈리아)와의 홈 경기에서 후반전 추가 시간에 얻어낸 페널티킥을 호날두가 확실하게 꽂아넣으며 극적으로 4강에 올랐다. 이 경기 결과는 레알 마드리드가 1-3으로 패했지만 1, 2차전 합산 점수 4-3을 만든 것이다.

시작 후 76초, 만주키치의 헤더 골

딱 하루 전 레알 마드리드 선수들은 라이벌 팀 FC 바르셀로나가 마지막 순간에 무너지는 것을 봤다. 축구장에서 벌어질 일들을 함부로 상상하기 어렵기 때문에 그들도 예외는 아니라고 생각하게 되는 계기가 됐으리라.

상대 팀에 따라 너무도 다른 반응이 나타날 수 있는 축구의 특성상 유벤투스라고 해서 하루 전 AS 로마처럼 기적의 주인공이 되지 말라는 법은 없다. 그래서 그들도 경기 내내 상대 선수들보다 한 발짝 더 뛰었다.

덕분에 유벤투스는 매우 이른 시간에 레알 마드리드를 긴장시키는 골을 터뜨릴 수 있었다. 주심의 경기 시작 휘슬이 울리고 76초만에 오른쪽 측면에서 사미 케디라가 부드럽게 올려준 크로스를 골잡이 마리오 만주키치가 반대쪽에서 달려들며 헤더로 성공시켰다.

유벤투스는 같은 세리에 A 리그 팀인 AS 로마가 하루 전 그랬던 것처럼 기적의 대역전 드라마를 꿈꾸기 시작한 것이다. 전반전이 끝나기 전에 한 골 더 따라붙었기 때문에 기적에 더 가까워지는 듯 보였다.

37분, 만주키치가 한 번 더 날아올랐다. 오른쪽 측면에서 날아온 스테판 리히슈타이너의 크로스가 만주키치를 또 빛낸 것이다. 간판 센터백 세르히오 라모스가 경고 누적 징계를 받아 나오지 못한 레알 마드리드 수비는 같은 패턴으로 두 번째 골까지 내줬기 때문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상대 팀에게 보여준 셈이다. 라모스 대신 헤수스 바예호가 뛰고 있지만 센터백의 무게를 라파엘 바란 혼자서 짊어지기 힘든 상황이었다.

구멍난 레알 마드리드 수비는 60분에 더 충격적인 골을 내줬다. 오른쪽 측면에서 유벤투스의 더글라스 코스타가 올린 크로스를 골키퍼 케일러 나바스가 쉽게 잡아낼 수 있었지만 중심을 잃고 공을 떨어뜨려 블레이즈 마투이디에게 왼발 밀어넣기 골을 허용한 것이다. 골키퍼와 센터백의 호흡이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기 때문에 관중석에 있는 세르히오 라모스가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GK 잔루이지 부폰의 챔피언스리그 마지막 경기

지난 4일 토리노에서 열린 1차전에서 0-3으로 완패한 유벤투스가 산티아고 베르나베우에 와서 점수판을 3-3 원점으로 돌려놓을 것이라 예상한 사람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그들은 단 60분 만에 놀라운 일을 이룬 셈이다.

적어도 속도면에서는 하루 전 AS 로마 선수들이 이룬 기적의 드라마보다 빠른 셈이었다. 마투이디의 세 번째 골이 들어가는 순간 태어난지 40살 74일이 된 전설의 골키퍼 잔루이지 부폰은 네 살 어린이가 된 것처럼 그라운드를 뛰어다니며 기뻐했다.

그런데 바로 이 경기가 부폰의 챔피언스리그 마지막 경기가 될 줄 몰랐다. 가레스 베일의 오른발 슛(10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오른발 슛(13분), 이스코의 왼발 슛(34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오른발 슛(58분), 이스코의 오른발 슛(78분) 등 레알 마드리드의 날카로운 슛마다 놀라운 순발력을 자랑하며 슈퍼 세이브를 거듭하던 잔루이지 부폰이 후반전 추가 시간에 나온 페널티킥 판정에 거칠게 항의하다가 마이클 올리버(잉글랜드) 주심으로부터 직접 퇴장 명령을 받은 것이다.

후반전 추가 시간 3분이 표시된 뒤 2분 하고도 23초가 흘러가는 순간 레알 마드리드의 마지막 공격이 이어졌다. 모두가 연장전을 생각할 바로 그 순간 토니 크로스의 짧은 크로스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이마로 정확하게 날아갔다. 그 공은 골문 바로 앞으로 달려든 후반전 교체 선수 루카스 바스케스의 가슴 앞으로 바운드 되어 왔다. 누가 봐도 극장 골 흐름이었다. 하지만 루카스 바스케스를 따라붙던 유벤투스의 베나티아가 무리하게 왼발을 휘둘러 반칙을 저지른 것이다.

골문 바로 옆에도 추가 부심이 이 순간을 지켜보고 있었기 때문에 마이클 올리버 주심은 신중하게 페널티킥 판정을 내린 것이다. 연장전이 결정되기까지 37초밖에 안 남았기 때문에 유벤투스 선수들로서는 억울했을 것이다. 공을 잡은 잔루이지 부폰이 주심 앞으로 가서 거칠게 항의했지만 시간을 되돌릴 수는 없었다. 돌아오는 것은 주심의 뒷주머니에 있던 빨깐 딱지뿐이었다.

유벤투스의 마시밀리아노 알레그리 감독은 어쩔 수 없이 골잡이 곤살로 이과인을 빼고 슈체스니 골키퍼를 들여보냈다. 90+7분,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자신감 넘치는 오른발 인사이드 킥을 골문 오른쪽 톱 코너에 정확하게 꽂아넣었다. 챔피언스리그 역사상 150경기를 뛰면서 120번째 골을 터뜨리는 역사적인 순간이기도 했다.

 4월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선수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4월 12일 오전 3시 45분(한국시간), 스페인 산티아고 베르나베우 구장에서 열린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경기. 레알 마드리드의 호날두 선수가 유벤투스를 상대로 득점한 후 환호하고 있다. ⓒ EPA/연합뉴스


하마터면 연장전에서 더 흔들릴 수 있었던 레알 마드리드가 후반전 공식 추가 시간 37초를 남기고 침착하게 연결한 크로스와 헤더 패스 덕분에 사상 처음으로 3년 연속 우승 목표를 이어갈 수 있게 된 셈이다. 'AS 로마, 바이에른 뮌헨, 리버풀 FC'와 어울리는 4강 대진 추첨 행사는 13일(금)에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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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7-2018 UEFA 챔피언스리그 8강 2차전 결과(12일 오전 3시 45분, 산티아고 베르나베우-마드리드)

★ 레알 마드리드 CF 1-3 유벤투스 [득점 : 크리스티아누 호날두(90+7분,PK) / 마리오 만주키치(2분,도움-케디라), 마리오 만주키치(37분,도움-리히슈타이너), 블레이즈 마투이디(60분)]
- 1, 2차전 합산 점수 4-3으로 레알 마드리드 4강 진출!

◇ 챔피언스리그 4강 진출 팀(대진 추첨 - 4월 13일 금요일)
레알 마드리드 CF(스페인, 디펜딩 챔피언)
바이에른 뮌헨(독일)
리버풀 FC(잉글랜드)
AS 로마(이탈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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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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