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양의지 상벌위 열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KBO에서 지난 10일 두산과 삼성전에서 발생한 두산 포수 양의지의 비신사적 행위 여부 심의 관련 상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 두산 양의지 상벌위 열려 12일 오전 서울 강남구 도곡동 KBO에서 지난 10일 두산과 삼성전에서 발생한 두산 포수 양의지의 비신사적 행위 여부 심의 관련 상벌위원회가 열리고 있다. ⓒ 연합뉴스


'볼 패싱' 논란으로 야구계를 뜨겁게 달궜던 양의지(두산 베어스)가 징계를 피해가지 못했다. KBO는 12일 오전 11시 서울 도곡동 야구회관에서 상벌위원회를 개최해 양의지에게 벌금 300만 원과 유소년 봉사 80시간을 부과했다. 출장 정지와 같은 중징계는 면했다. 결론적으로 상벌위원회는 양의지의 행동이 고의적이지 않았다고 해석했다.

다만 장윤호 KBO 사무총장은 징계를 내린 이유에 대해 "고의성을 단정짓지 않았다. 양의지가 수많은 야구 팬이 지켜보는 가운데서 고의적으로 행동했다고 판단하지 않는다. 비신사적인 행위는 아니지만 부주의라고 판단했다. 오해를 살 만한 행동이었다"고 밝혔다.

논란의 그 순간부터 징계까지, 3일간 일어난 일들

두산과 삼성의 올 시즌 첫 맞대결이 열린 10일, 사건의 발단은 7회초였다. 상대 투수 임현준의 바깥쪽 초구를 볼이라고 생각한 양의지는 배트를 휘두르지 않았다. 그러나 정종수 주심은 스트라이크를 선언했고, 양의지는 판정에 대해 불만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결국 그 타석에서 삼진으로 물러났고, 덕아웃으로 들어가는 순간까지도 그의 표정은 똑같았다.

7회말, 선발 후랭코프가 내려가고 두 번째 투수 곽빈이 마운드에 올라왔다. 포수 양의지와 함께 연습투구를 하고 있었을 때였다. 양의지는 곽빈의 공을 받지 않고 뒤로 흘렸다. 그러자 정종수 주심은 황당한 표정으로 양의지를 쳐다봤고 김태형 감독은 곧바로 양의지를 불러 따끔하게 주의를 줬다.

KBO는 경기 직후 김용희 경기운영위원과 이날 경기 주심이었던 정종수 심판위원으로부터 경위서를 받았다. 경위서를 통해 양의지의 고의성 여부를 판단한 이후 상벌위원회 개최 여부를 검토했고, 11일 오후 상벌위원회 개최를 최종 확정했다.

양의지는 10일 경기 이후 고의로 공을 빠뜨린 것이 아니라 순간적으로 공이 보이지 않았다고 항변했지만 논란은 쉽게 끝나지 않았다. 10일 밤부터 줄곧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상위권에 양의지 이름이 올라왔고 팬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엇갈렸다.

12일 오전 최원현 상벌위원장과 홍윤표, 차명석, 김용희 위원으로 구성된 상벌위원회가 열렸다. 정운찬 총재도 직접 징계 내용을 보고받으면서 징계위원회 진행 상황을 살펴봤다. 오전 11시부터 약 1시간 30분 동안 진행된 상벌위원회는 벌금과 봉사시간 징계라는 결론과 함께 끝을 맺었다.

고의성이 없었다는 양의지의 의견과 곧바로 양의지를 불러 따끔하게 주의를 준 김태형 감독의 행동이 징계 수위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양의지 논란, 상벌위원회까지 가야 하는 일이었나

공 피하는 양의지, 고의? 실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두산 베어스의 포수 양의지의 행위와 관련해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사진은 논란의 장면. 지난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방문경기에서 곽빈의 연습 투구를 받지 않고 피하는 모습. [SBS SPORTS TV 캡처=연합뉴스]

▲ 공 피하는 양의지, 고의? 실수? 한국야구위원회(KBO)가 두산 베어스의 포수 양의지의 행위와 관련해 상벌위원회를 열기로 했다. 사진은 논란의 장면. 지난 10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에서 열린 삼성과 방문경기에서 곽빈의 연습 투구를 받지 않고 피하는 모습. [SBS SPORTS TV 캡처=연합뉴스] ⓒ 연합뉴스


양의지의 행동이 옳았다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논란이 상벌위원회 개최로 이어질 일도 아니었다. 이날 심판진과 KBO 모두 더 현명한 방법을 놔두고도 상벌위원회에서 징계 여부를 검토하는 방향을 택했다.

가장 좋은 방법은 정종수 주심을 비롯한 심판진이 양의지에게 주의를 주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상황이 일어났고 심판진이 대처를 하지 못한 채 경기가 계속 진행되었다. 정말 여유가 없었다면 경기 이후나 이튿날에 심판진과 양의지가 만나는 방법도 있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징계위원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한 것은 다소 성급한 판단이었다.

징계위원회에서 심판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당황한 나머지 주의를 주지 못했고, 이번 기회를 계기로 경기를 좀 더 탄력적으로 운영하길 바란다는 이야기만 나왔다. 논란이 이렇게 커진 것에 있어서 그 날 경기를 현명하게 운영하지 못한 심판진과 KBO에게도 책임이 있다.

KBO는 올 시즌 개막 이전, 두 차례에 걸쳐 10개 구단 선수단에 스트라이크존에 대한 불필요한 항의를 하지 말라는 메시지를 전달했다. 그러나 이는 선수단에게만 전달된 내용일 뿐 언론을 통해 알려지거나 팬들이 알고 있는 내용이 아니었다. 애초에 달라진 규정을 공식화하지 않는 것도 KBO로선 반성해야 할 일이다.

11일 경기 전 김태형 감독이 밝힌대로 선수협 차원에서 의견을 공식적으로 밝히는 방법도 있다. 어떤 방법으로든 10개 구단 선수단과 KBO가 함께 논의할 필요가 있다. 징계위원회 내용보다도 개최 자체에 메시지를 담은 것으로 보인다. 판정에 불복하는 항의가 나온다면 이번 논란과 같은 상황이 다시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우선 심판들을 신뢰할 수 있는 리그를 만드는 것이 시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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