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과 마요네즈>

<호박과 마요네즈> ⓒ <호박과 마요네즈>


연인 간의 사랑에는 유효기간이 있다고 한다. 사랑의 유효기간을 다룬 뉴스를 포털사이트 검색만 해도 셀 수 없이 많다. 설문조사 등을 토대로 얻은 결과물이다. 애초 사랑이라는 사람의 '감정'을 유효기간으로 정확하게 측정하기는 불가능하다. 두근두근거렸던 사랑의 감정은 어느 순간 사라지고 자연스럽게 일상에 스며든다. 사랑의 핵심은 일상이 된 사랑의 시간을 어떻게 보내느냐이다.

최근 개봉한 영화 <호박과 마요네즈>는 한 커플의 이야기다. 뜨거운 사랑의 이야기가 아니다. 평범한 일상의 단면이다. 동거를 하지만 오래된 연인처럼 적당히 웃고 서로의 하루를 묻고 각자 씻는다. 츠치다(우스다 아사미)는 가수를 꿈꾸는 남자친구 세이치(타이가)가 부르는 노래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츠치다의 사랑법은 세이치를 위해 힘을 내는 것이다. 백수인 세이치를 대신해 츠치다는 호스티스를 하며 돈을 번다. 한 고객에게는 돈을 받고 섹스를 한다. 이 사실을 세이치에게 들키면서 둘의 관계는 뒤틀린다. 그럼에도 동거는 계속된다. 달리 갈 곳이 없었기 때문이다.

세이치도 생각이 있다. 음악에 대한 열정이 강하다. 자신의 음악으로 대중들에게 인정받고 싶은 욕구가 있다. 다만 일이 잘 되지 않을 뿐이다. 츠치다와 다툰 후 그는 잠자는 시간이 부족할 정도로 아르바이트에 열중한다. 츠치다에게 부담을 주고 싶지 않아서다. 그 사이 츠치다는 예전에 좋아했던 하기오(오다기리 조)를 조우한다. 예전 감정이 솟구친다. 하기오는 세이치에 비해 멋지다. 그렇게 츠치다는 하기오와 데이트를 한다.

일상은 한 순간에 무너진다. 세이치가 츠치다에게 헤어지자고 했을 때다. 츠치다에게 "널 평범하게 살 수 있게 해 줄 남자를 찾아"라고 말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하기오는 츠치다에게 사귀자고 한다. 츠치다는 하기오에게 "뻔한 일상이 지속돼도 넌 내 옆에 있을 거야?"라고 묻는다. 하기오는 진지한 질문이라며 손사래를 친다.

영화는 어느 누구의 잘못을 지적하려 하지 아니다. 살다보면 마주칠 수 있는 흔한 연애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좋아서 같이 았고 좋아하는 사람을 위해 힘을 냈을 뿐이고 때로는 힘든 마음에 감정이 흔들리기도 했을 뿐이다. 오히려 이 일상 같은 사랑은 사랑의 유효기간을 길게 한다. 특별할 것 없는 이 영화 속 연애는 달달한 사랑을 많이 그리는 최근 일본 영화의 경향 속에서 특별하게 다가온다.

이 영화는 작가 나나난 키리코가 1999년 한 잡지사에 연재한 동명 만화를 원작으로 했다. 20년 전 작품으로 세련되고 섬세하게 그려졌다. 도시인들의 사랑을 담담하게 잘 표현했다. 작가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 현실감 넘치는 이야기를 주로 그려 20~30대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고 있다. 영화화한 도미나가 마사노리 감독은 "(원작이 나온 지) 20년이 흘렀지만 (작품이) 보편적인 감정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매력이 있다"고 말했다.

<호박과 마요네즈> 제목의 의미는 작가가 밝히지 않아 정확히 그 뜻을 알 수 없다. 다만 호박처럼 우직한 성격을 지닌 세이치와 색은 예쁘지만 물과는 융합이 안 되는 마요네즈 같은 하기오를 뜻한 게 아닐지 추측해 볼 뿐이다.

덧붙이는 글 이 기사는 브런치에도 실렸습니다. 오마이뉴스는 직접 작성한 글에 한해 중복 게재를 허용하고 있습니다.
호박과 마요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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