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부 스트로급은 폴란드 UFC팬들 사이에서 가장 주목받는 체급이라 할 수 있다. 폴란드가 자랑하는 챔피언 요안나 예드제칙(31·폴란드)이 버티고 있기 때문이다. UFC에서 뛰고 있는 폴란드 파이터도 많지 않거니와 그런 가운데 3년 가까이 벨트를 지키며 5차 방어전까지 성공시켰던 챔피언의 존재는 자부심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아쉽게도 여성부 스트로급의 대권은 다시금 미국으로 넘어가버린 상태다. 예드제칙을 무너뜨리고 챔피언에 올랐던 '터그(Thug)' 로즈 나마유나스(26·미국)는 8일(한국시간) UFC 223대회에서 있었던 1차방어전 겸 재대결에서 또다시 승리를 거뒀다.

예드제칙이 정상을 노릴 더 이상의 명분은 없어졌다. 설사 3차전을 벌인다 해도 꽤나 먼 길을 돌아야 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상 나마유나스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하지만 아직 폴란드 팬들이 실망할 것은 없다. 또 다른 여성부 스트로급 폴란드 강자가 남아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31·폴란드)가 그 주인공이다.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사진 왼쪽)는 현 챔피언 나마유나스를 한차례 꺽은적이 있다.

카롤리나 코발키에비츠(사진 왼쪽)는 현 챔피언 나마유나스를 한차례 꺽은적이 있다. ⓒ UFC


예쁘장한 미소 속에 숨겨진 강력한 투쟁심

2015년 12월 UFC on Fox 17대회서 옥타곤 데뷔전을 치른 코발키에비츠는 지금까지 UFC에서 5승 2패를 기록 중이다. 그중에는 같은 폴란드 국적인 예드제칙과의 승부도 포함되어있다. 당시 코발키에비츠는 잘 싸우기는 했으나 유효타에서 밀리며 아쉽게 고배를 마셨다.

그럼에도 코발키에비츠는 정상 등극에 대한 욕심을 숨기고 있지 않다. 최근 또다시 연승의 기세를 타며 여전히 상위권 강자로 평가받고 있는 것은 물론 현 챔피언 나마유나스를 한번 꺾은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파이터 생활 초반 연패에 빠지는 등 부침이 있었던 나마유나스는 2014년 이후 단단하고 강인한 파이터로 거듭났다. 2015년부터 지금까지 치른 7경기에서 6승 1패를 기록하고 있는 성적이 이를 입증한다. 내심 주최 측에서 키워주려 했던 옥타곤 아이돌 페이지 반젠트(24·미국)를 꺾은 것은 물론 여황제로 군림했던 예드제칙과의 2연전도 완벽하게 마무리 지었다.

그런 나마유나스에게 '옥에 티'로 남아있는 1패를 안겨준 주인공이 바로 코발키에비츠다. 스토리를 좋아하는 주최측의 성향상 시기가 문제일 뿐 둘의 2차전은 반드시 벌어질 공산이 크다.

예쁘장한 외모와 수줍은 미소와 달리 코발키에비츠는 화끈한 파이팅 스타일을 자랑한다. 경기 전 펜스에 기대 미소 짓는 모습으로 남성 팬들을 설레게 하다가 경기에 들어서면 전사 모드로 들어서며 다시 한번 놀래 킨다.

예드제칙이 또 다시 패배를 맛봤던 UFC 223대회에 함께 출전했던 코발키에비츠는 펠릭스 헤릭(34·미국)과 맞붙었다.

공이 울리기 무섭게 코발키에비츠는 옥타곤 중앙을 차지한 채 헤릭을 압박했다. 헤릭은 코발키에비츠의 펀치가 나오기를 기다렸다가 카운터를 노리는 모습이었다. 노련한 코발키에비츠는 훼이크 동작을 통해 헤릭의 공격을 끌어내고 역 카운터를 노렸다.

치열한 타격전 속에서 여러 가지 수 싸움이 이어졌다. 헤릭은 코발키에비츠를 그라운드로 끌고 가고자 클린치 싸움을 시도했고 이에 코발키에비츠는 빰클린치 니킥과 엘보우로 반격했다. 다양한 준비를 해온 코발키에비츠는 기습적인 하체관절기까지 시도했으나 외려 탑 포지션을 빼앗기며 위기를 맞을 뻔 하기도 했다. 시도는 좋았지만 헤릭의 대처가 좋았다.

펀치력에서는 헤릭이 더 묵직해보였으나 코발키에비츠는 자신만의 거리를 유지한 채 킥 펀치의 콤비네이션으로 정타 수에서 근소하게 앞서나갔다. 펀치 위주인 헤릭과 달리 코발키에비츠는 펀치는 물론 니킥을 활용한 바디 공격, 안면을 노린 근접 엘보우 등 공격옵션의 다양성이 돋보였다.

코발키에비츠는 챔피언타이틀전도 벌였던 선수답게 원거리시 깔끔한 타격공방전에 근거리에서의 터프한 난타전까지 모두 능한 플레이를 보여줬다.

3라운드에 접어들자 체력에서 헤릭이 조금 앞선 모습을 보였다. 여전히 스탭을 활발하게 밟는 헤릭에 비해 코발키에비츠는 다소 지친 기색을 노출했다. 하지만 코발키에비츠는 전진압박을 멈추지 않았다. 헤릭과 거리가 멀어지는 것이 더 불리함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코발키에비츠는 근거리에서 치고받는 싸움에 익숙하다. 헤릭의 앞손 잽에 수차례 걸렸으나 베테랑답게 후속타로 이어지는 큰 공격은 잘 흘려냈다. 두 선수는 3라운드 막판 엄청나게 치고받으며 팬들의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여성부 경기로서 다양한 공방전과 화끈한 난타전을 모두 볼 수 있었던 흔치 않은 명승부였다.

치열했던 양선수의 접전은 결국 코발키에비츠의 2-1 판정승으로 마무리 지어졌다. 코발키에비츠는 경기 후 있었던 승리 인터뷰에서 "모든 라운드를 이긴 것 같았는데 판정이 2-1이 나와서 불안했다"며 생긋 웃었다. 이제 그녀의 다음 타킷은 나마유나스를 향하고 있다.

 데빈 클락(사진 왼쪽)과 마이크 로드리게스

데빈 클락(사진 왼쪽)과 마이크 로드리게스 ⓒ UFC


클락, 로드리게스에게 '터줏대감 관록' 과시하다

한편 쟁쟁한 매치업에 가려지기는 했지만 UFC 223대회서 언더카드로 펼쳐졌던 데빈 클락(27·미국)과 마이크 로드리게스(29·미국)의 경기도 상당히 흥미로운 매치였다는 평가다. 두선수의 승부는 이른바 베테랑과 신예의 대결이었다. 나이는 로드리게스가 많았으나 UFC에서의 경력만 놓고 따지면 클락이 선배였다.

클락은 2016년 알렉스 니콜슨전을 시작으로 조쉬 스탠스버리, 제이크 콜리어, 얀 블라코비치에 이르기까지 UFC에서 4경기(2승 2패)를 소화한 상태였다. 반면 로드리게스는 클락전이 옥타곤 데뷔전이었다. 로드리게스로서는 첫 경기부터 강렬한 인상을 남길 필요가 있겠지만 클락 입장에서도 터줏대감의 자존심을 지켜야만 했다.

타격이 좋은 스트라이커 로드리게스에 대항해 클락은 처음부터 테이크다운 시도와 클린치 싸움으로 경기에 나섰다. 최대한 달라붙어 케이지 구석에서 로드리게스를 컨트롤 하고 싶어 했다. 클락은 로드리게스와의 시합을 앞두고 전략가로 유명한 그렉 잭슨아카데미에서 훈련하기도 하는 등 많은 준비를 하고 경기에 나섰다.

그 때문이었을까, 1라운드에서만 테이크다운을 두 차례나 성공시키는 등 로드리게스의 타격을 피해 자신의 전장에서 순조롭게 경기를 풀어나갔다.

2라운드 들어서도 클락은 철저하게 달라붙어 경기를 끌고 나가고 싶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반면 로드리게스는 무조건 스탠딩 상태에서 타격전을 벌일 필요가 있었다. 실제로 타격전이 펼쳐지면 로드리게스가 압도적으로 나은 기량을 보여줬다. 원거리에서 빠르고 묵직한 킥을 연달아 차는가하면 거리가 가까워졌다 싶으면 묵직한 니킥을 꽂아 넣기도 했다.

노련한 클락은 달라붙는데 초점을 두고 경기를 운영했다. 묵직한 펀치카운터에 순간적으로 휘청했으나 필사적으로 로드리게스를 끌어안으며 후속타를 막아냈다. 로드리게스는 케이지 구석으로 밀리게 되면 일단 버티는 데 중점을 뒀다.

3라운드에서도 클락의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아예 옥타곤 중앙에서 태클을 시도했고 설사 실패한다 해도 다리를 잡고 늘어지며 케이지 구석으로 몰아갔다. 클락으로서는 무조건 엉겨 붙는 쪽이 이익이었기 때문이다.

아쉽게도 로드리게스는 대놓고 달라붙는 클락을 공략할 무기가 없었다. 좀처럼 타격거리가 나오지 않는지라 더티복싱이나 서브미션 등으로 클락의 빈틈을 노려야 했으나 그런 옵션 자체가 제대로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그저 필사적으로 테이크다운 시도를 막아내고 클린치 싸움에서 버티는 게 고작이었다. 3라운드에 접어들자 체력이 고갈되며 2라운드 때까지만 해도 조금씩 보여주던 타격조차 나오지 못했다.

클락은 베테랑답게 자신이 준비해온 것을 잘했으나 로드리게스는 상대에 대한 맞춤형 무기를 전혀 들고 나오지 못한 옥타곤 데뷔전이었다. 물론 로드리게스는 이제 막 옥타곤에 발을 들여놓은 상태다. 패배에 대한 아쉬움보다는 클락전을 참고 삼아 냉혹한 UFC 무대에서 자신이 어떻게 살아남아야 되는지 많은 대비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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