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낮 수원의 빅 버드에서 열린 시즌 첫 슈퍼 매치가 실망스러운 경기력이 부딪치며 득점 없이 끝났다. 최고의 골잡이로 검증된 데얀 다미아노비치가 FC 서울에서 수원 블루윙즈로 이적함에 따라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관심이 모아졌지만 내용과 결과 모두 허무하게 끝나버린 것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같은 시각 포항에서는 득점 선수 2명 모두가 친정 팀을 상대로 골을 넣고 승리의 찬가를 불렀다. 축구장의 기구한 운명은 또 그렇게 만들어졌다.
봉동 이장 최강희 감독이 이끌고 있는 전북 현대가 8일 오후 2시 포항 스틸야드에서 벌어진 2018 K리그 원 5라운드 포항 스틸러스와의 어웨이 경기에서 후반전에만 2골을 몰아넣으며 2-0 완승을 이루고 선두 경남 FC를 승점 1점 차이로 따라붙었다.
이동국 먼저, 교체 후 5분 만에지난 4일 저녁 일본 J리그 가시와 레이솔과의 AFC(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어웨이 경기를 2-0으로 기분 좋게 이기고 돌아온 전북은 포항이 올라 있던 2위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스틸 야드에 들어섰다.
▲ 표정 밝은 이동국 전북 현대의 이동국 선수. 지난 3월 1일 울산 현대와의 경기 당시 모습. ⓒ 연합뉴스
전북의 승리 의지는 지난 시즌까지 바로 이곳에서 펄펄 날던 가운데 미드필더 손준호의 발끝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31분 만에 위력적인 오른발 중거리슛으로 포항 골문을 지키고 있는 강현무 골키퍼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그런데 후반전 중반까지 포항의 골문을 열지 못하자 전북의 최강희 감독은 이동국을 들여보냈다. 라이언 킹이 스틸 야드에 들어온지 단 4분 만에 주심의 휘슬이 길게 울렸다. 손준호가 넘겨준 공을 이승기가 가슴으로 안고 들어가는 순간 포항 수비수 하창래의 반칙이 선언된 것. 페널티킥이었다.
11미터 지점에 공을 내려놓은 주인공은 역시 그곳이 너무도 익숙한 라이언 킹 이동국이었다. 그의 강력한 오른발 슛은 조금 높은 곳으로 날아가 꽂혔다. 20년 전 포항 유니폼을 입고 K리그에 데뷔한 이동국이 중간에 군대 생활 빼고 모두 일곱 시즌(102경기 38득점 14도움)을 포항에서 뛰었으니 또 하나 감회가 담긴 골을 넣은 셈이었다.
손준호가 뒤를 이어 친정 팀 울리다이동국의 골이 터지고 딱 10분 뒤에 전북의 추가골이 나왔다. 공교롭게도 그 주인공은 또 포항 출신 손준호였다. 오른쪽 풀백 이용의 횡 패스를 받아 오른발로 감아찬 공이 기막힌 궤적을 그리며 포항의 골문 오른쪽 톱 코너로 빨려들어간 것이다.
손준호는 일요일 낮 스틸 야드를 찾아온 1만여 포항 홈팬들을 의식하여 골 세리머니를 펼치지 않았다. 양 손을 들고 주위 동료에게 먼저 그 마음을 알렸고 곧바로 두 손을 모아 합장하는 자세를 취했다. 지난해까지 포항에서 네 시즌(99경기 14득점 20도움)을 뛴 그가 갖출 수 있는 최선의 매너를 보인 것이다.
2016년 아시아 챔피언에 두 번째 오른 뒤 다시 한 번 그 이상의 영광을 노리고 있는 전북에는 김신욱, 아드리아노 등 골잡이가 많은데도 이 경기에서는 묘하게도 친정을 찾아온 이동국과 손준호가 주역이 되고 말았다. 누구에게는 눈물의, 또 다른 누구에게는 환호성의 기억이 쌓이는 축구장에 또 새로운 두 줄의 역사가 새겨진 셈이었다.
이제 전북은 오는 11일(수) 오후 7시 30분 창원 축구센터로 들어가서 경남 FC와 선두 자리를 놓고 다툰다. 포항 스틸러스도 같은 날 저녁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찾아가서 FC 서울과 만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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