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는 그냥 스포츠의 하나라고 말할 수도 있지만 곳곳에 인생의 굴곡이 담겨 있다. 6일 전 그들은 어렵다고 하는 서울 어웨이 경기에 가서 믿기 힘든 '시우 타임' 극장 골 덕분에 1-1로 비겼다. 승점 1점을 얻었지만 마치 이긴 것처럼 기뻐했다.

그리고 홈 경기로 돌아온 인천 유나이티드는 비교적 이른 시간 선취골을 터뜨리며 승리의 축제를 즐기는 듯했다. 후반전에 전남의 핵심 멤버 한찬희까지 퇴장당했으니 더 쉽게 승리를 거머쥘 것 같았고 어렵게 추가 시간이 시작되자마자 기다렸던 추가골이 나왔다. 이만하면 됐다는 생각이 밀려왔다. 하지만 축구장의 시간 90분 그 이상의 시간은 큰 깨달음을 남겨주었다. 거기에는 축구 그 이상의 것, 잊지 말아야 할 교훈이 담겨있었다.

꽃샘 추위 칼바람이 불었던 7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2018 K리그 원 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 FC와 전남 드래곤즈의 대결은 후반전 추가 시간에 믿기 힘든 골을 주고받으며 2-2로 끝났다.

믿음직스러운 인천 유나이티드 해결사 '무고사'

2441명 홈팬들 앞에 선 인천 유나이티드는 어느 때보다 의욕적으로 공격에 나섰다. 경기 초반 분위기는 인천 유나이티드의 오른쪽 날개 쿠비가 휘저었다. 지난 달 10일 챔피언 전북을 홈으로 불러 짜릿하게 3-2로 이긴 경기에서 퇴장성 반칙을 저질렀다고 하여 2경기 출장 정지 사후 징계를 받았던 골잡이 무고사가 돌아왔기에 쿠비의 오른쪽 측면 돌파는 더욱 위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10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왼발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10분, 인천 유나이티드 골잡이 무고사가 왼발로 선취골을 터뜨리는 순간 ⓒ 심재철


그리고 10분만에 확실한 마무리가 무고사의 왼발 끝에서 나왔다. 왼쪽 측면에서 공을 잡고 기다리던 문선민이 절묘한 패스 타이밍으로 빠져들어오는 무고사를 빛낸 것이다. 무고사는 기막힌 볼 트래핑 실력을 뽐내며 침착하게 왼발로 귀중한 선취골을 터뜨렸다.

하지만 이 무고사의 선취골은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독배로 작용했다. 너무 일찍 승리감에 취한 인천 선수들이 전남의 공간 활용을 우습게 보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측면 풀백들의 상황 대처 능력에서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오른쪽 풀백 김용환은 쿠비와 엇갈리며 공격에 가담하는 것에만 신경을 썼고, 시즌 첫 선발 멤버로 나온 박종진은 낯설게도 왼쪽 풀백으로 나서 어중간한 위치에 서 있기만 했다. 이기형 감독은 자기 바로 앞에서 그러고 있는 박종진에게 변화의 주문을 넣지도 못했다.

31분에 나온 전남 드래곤즈의 동점골이 바로 두 선수의 안이함에서 만들어진 것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전남 최재현의 능력을 가볍게 본 김용환이 위험 지역에서 반칙을 저질러 프리킥 세트 피스가 나왔고 완델손의 2차 왼발 슛을 걷어내려던 박종진이 헛발질로 자책골을 헌납한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전반전 추가 시간에도 전남 골잡이 완델손에게 허무하게 공간을 내주며 역전 골 위기를 맞기도 했다. 골키퍼 이태희가 침착하게 각도를 잡고 막아냈기에 1-1 점수판을 그대로 유지한 채 쉬는 시간에 가슴을 쓸어내릴 수 있었던 것이다.

 31분, 전남 드래곤즈의 1-1 동점골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구석으로 들어가는 순간

31분, 전남 드래곤즈의 1-1 동점골이 인천 유나이티드 골문 왼쪽 구석으로 들어가는 순간 ⓒ 심재철


후반전 추가 시간 극장 골, 5분간 2골씩이나

후반전 초반에 뜻밖의 변수가 생겼다. 위험 지역도 아닌 곳에서 전남 드래곤즈의 수비형 미드필더 한찬희가 무고사에게 위험한 반칙을 저질러 채상협 주심으로부터 직접 퇴장 명령을 받은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는 2016년부터 전남 드래곤즈만 만나면 한 번도 이기지 못해 아쉬운 한숨만을 내뱉어왔다. 그래서 이 상황은 인천 유나이티드에게 절호의 기회였다. 유상철 감독의 특별 지시로 전남이 두 줄 수비로 내려섰지만 인천 유나이티드는 '문선민-무고사-쿠비'를 믿고 측면 공격을 줄기차게 시도했다.

68분에 아길라르의 자로 잰 듯한 크로스를 받은 문선민이 프리 헤더로 골을 노렸지만 전남 골키퍼 장대희가 자신의 오른쪽으로 몸을 날려 슈퍼 세이브를 기록했다. 이후 인천 유나이티드 벤치에서는 쿠비를 빼고 송시우(73분)를 들여보내며 지난 1일에 FC 서울을 상대로 만들어낸 시우 타임 극장 골을 또 한 번 기대했다.

그리고 후반전 추가 시간 5분이 표시되고 끝나지 않은 축구 드라마가 펼쳐졌다. 박종진 대신 들어온 최종환의 오른쪽 크로스가 전남 골문 앞으로 날아들자 무고사가 솟구치며 기막힌 헤더 슛을 성공시킨 것이다. 그 순간은 후반전 추가 시간 33초였다. 인천 유나이티드 팬들은 6일만에 또 하나의 극장 골에 환호하며 오랫동안 이어온 전남 드래곤즈와의 불편한 인연을 끊었다고 기뻐했다.

 후반전 추가 시간 33초만에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가 헤더로 2-1 추가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후반전 추가 시간 33초만에 인천 유나이티드 무고사가 헤더로 2-1 추가골을 성공시키는 순간 ⓒ 심재철


하지만 축구는 그렇게 끝난 것이 아니었다. 추가 시간 5분은 아직도 많이 남아있었던 것이다. 85분에 교체로 들어간 전남 드래곤즈의 이슬찬이 왼발 슛으로 인천 유나이티드의 골문을 노렸다. 이슬찬의 왼발 끝을 떠난 공은 골문 오른쪽 기둥에 맞고 흘러나왔고 이 방향을 기다렸다는 듯 최재현이 달려들며 침착하게 오른발로 밀어넣었다. 이 순간이 후반전 추가 시간 4분하고도 57초였다. 딱 3초를 남기고 믿기 힘든 극장 골이 들어간 것이다.

인천 유나이티드 선수들은 공이 이슬찬의 왼발 끝을 떠나는 순간에 최재현이 오프 사이드 포지션에 있었다고 주장했지만 VAR 영상 판독까지 요청한 뒤에 돌아온 골 휘슬 소리는 너무나 뼈아픈 것이었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지난 해 전남에게 뼈아픈 2패(4월 15일 인천축구전용경기장, 인천 1-3 전남 / 5월 28일 광양축구전용경기장, 전남 3-2 인천)를 당할 때마다 최재현에게 골을 내준 것이 또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주심의 종료 휘슬 소리가 분명히 들릴 때까지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는 교훈이 또 한 번 맞아떨어진 명승부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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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2018 K리그 원 5라운드 결과(7일 오후 2시, 인천축구전용경기장)

★ 인천 유나이티드 FC 2-2 전남 드래곤즈 [득점 : 무고사(10분,도움-문선민), 무고사(90+1분,도움-최종환) / 박종진(31분,자책골), 최재현(90+5분)]
축구 K리그 인천 유나이티드 FC 전남 드래곤즈 무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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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대인고등학교에서 교사로 일합니다. 축구 이야기, 교육 현장의 이야기를 여러분과 나누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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