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려하는 인천 선수들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1-1 무승부를 기록한 인천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4.1

▲ 격려하는 인천 선수들 오후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18 프로축구 K리그1 FC 서울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경기. 1-1 무승부를 기록한 인천 선수들이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2018.4.1 ⓒ 연합뉴스


승리가 눈앞이었다. 추가 시간에 돌입한 경기 막판, '몬테네그로 특급' 스테판 무고사가 극적인 역전골을 뽑았다. 전남 드래곤즈를 상대로 8경기째 승리를 따내지 못한, 지긋지긋한 징크스를 떨쳐내는 듯했다. 그런데 추가 시간(5분)이 다 흘렀을 즈음, 전남 최재현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다잡은 승리를 허무하게 날렸다.

인천 유나이티드가 7일 오후 2시 인천 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2018 시즌 KEB 하나은행 K리그1' 5라운드 전남 드래곤즈와의 맞대결에서 2-2 무승부를 기록했다. 인천은 리그 4경기 무패행진(1승 3무)을 이어갔지만, 한찬희의 퇴장으로 인한 수적 우위와 무고사의 극적인 역전골을 앞세워 잡을 수 있던 경기를 놓친 것이 뼈아팠다.

경기 초반에는 중원 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됐다. 강한 압박 탓에 문전으로 볼을 전달하기가 쉽지 않았다. 그러나 균형은 일찌감치 깨졌다. 인천 '에이스' 문선민과 '주포' 무고사가 멋진 합작품을 만들어냈다. 전반 9분, 문선민이 전남 수비진의 시선을 끌고 톡 찍어 차는 감각적인 패스를 연결했다. 이를 무고사가 슈팅으로 연결해 골망을 갈랐다. 기세가 올랐다. 인천은 전반 21분 쿠비와 무고사를 거친 볼이 문선민에 향했고, 위협적인 슈팅으로 이어졌다.

전남도 가만있지 않았다. 유고비치와 한찬희의 끊임없는 압박과 빠른 패스로 역습을 시도했다. 김영욱의 크로스와 박준태의 슈팅이 인천 골문을 위협했고, 완델손의 문전 슈팅도 상대의 간담을 서늘케 했다.

전반 31분, 인천 골문을 조금씩 두드리던 전남이 마침내 동점골을 터뜨렸다. 페널티박스 부근에서 프리킥을 얻어냈고, 김영욱의 강력한 슈팅으로 시작된 공격이 박종진의 자책골로 이어졌다.

한찬희의 퇴장, 반전에 반전

팽팽한 흐름이 인천 쪽으로 기울기 시작한 것은 후반 11분이었다. 전남 중원의 핵심 한찬희가 무고사를 향해 거친 태클을 시도하면서 레드카드를 받았다. VAR(비디오 판독 시스템)을 거쳤지만, 주심의 판정은 바뀌지 않았다.

인천에게 찾아든 절호의 기회였다. 인천은 수적 우위를 앞세워 전남을 강하게 몰아붙이기 시작했다. 문선민이 중앙과 측면을 활발히 오가면서 뒷공간을 공략했고, 무고사도 부지런히 움직이며 기회를 노렸다. 후반 27분에는 쿠비가 나가고 K리그1 최고의 조커로 떠오르고 있는 송시우가 투입됐다.

한석종이 문전에서 연이은 슈팅을 시도했고, 문선민의 절묘한 칩슛과 헤더가 나왔다. 득점으로 연결되지는 않았지만, 역전이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추가 시간에 접어든 후반 45분, 마침내 역전골이 터졌다. 최종환이 우측에서 절묘하게 휘어져 들어가는 크로스를 올렸고, 무고사가 번쩍 뛰어올라 헤더로 연결했다. 이것이 전남 골문 구석을 정확히 갈랐다.

그러나 인천은 웃지 못했다. 경기 종료 직전, 전남에 동점골을 헌납했다. 이슬찬의 중거리 슈팅이 골대 맞고 나온 것을 최재현이 침착하게 밀어 넣었다. 그라운드 위 모든 선수가 수비에 가담했던 만큼, 경기 막판 실점은 너무나도 뼈아팠다. 결국, 치열했던 두 팀의 맞대결은 2-2 무승부로 마무리됐다.

다 잡은 승리 놓친 인천, 아직 '1승'뿐이란 것 기억해야

지긋지긋한 전남 징크스다. 어느덧 9경기째 승리가 없다. 2016년 6월부터 2017년 5월까지는 4연패도 당했다. 이른 시간 선제골, 상대 핵심 선수 퇴장, 압도적인 분위기, 후반 막판 역전골까지. 심지어 인천은 최근 3경기 무패, 전남은 최근 3경기 무승이었다. 그래서 더욱 아쉽다.

사이좋게 승점 1점씩을 나눠 가졌지만 인천은 웃을 수가 없었다. 상당히 유리했던 흐름이었고 반드시 잡아야 했던 경기였다. 물론 인천의 올 시즌 초반 흐름은 기대 이상이다. 5월에서야 시즌 첫 승에 성공했던 과거와는 확실히 다르다.

그러나 리그 4경기 무패라는 초반 성적에 만족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올 시즌 인천은 5경기 1승 3무 1패를 기록 중이다. 4경기 무패지만, 승리는 1번뿐이다. 시즌 2번째 승리를 챙겼다면 상위권 도약은 물론 상승세(연승)를 이어갈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었을 터. 그래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다.

상위 스플릿 진출은 인천에게 쉽지 않은 일이다. 지금과 같은 흐름이 연승으로 이어진다면 인천의 돌풍이 가능할 수도 있지만 쉽지 않다. 재정과 지원이 열악한 시민구단이 긴 시즌을 변함없이 보내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K리그 개막 후 3경기 득점, 3월 A매치에선 몬테네그로 대표팀에 합류해 터키를 상대로 극적인 동점골을 터뜨린 특급 외국인 선수 무고사도 지금과 같은 활약이 이어지면 막대한 자본을 앞세운 중국 및 중동 이적설이 나돌 수 있다. 특급 선수들의 이적으로 인한 전력 공백은 매해 반복되는 문제기도 하다.

인천이 승리를 눈앞에 뒀을 때는 좀 더 확실한 모습을 보여야 한다. 물론 고개 숙일 필요는 없다. 이제 5경기를 치렀고, 기대 이상을 해내고 있다. 다만, 현 성적에 만족한다면 추락은 순식간이다. 매 경기 결승전이란 생각으로 승점을 최대한 쌓아둬야 한다. 이것이 상위 스플릿으로 이어질 수 있고, 후반기 여유로운 운영으로 나아갈 수 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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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유나이티드VS전남 드래곤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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