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세먼지로 야구경기 취소합니다 수도권지역 곳곳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돼 서울·인천·경기지역 야구경기가 취소된 6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SK행복드림구장 전광판에 경기 취소를 알리는 문구가 쓰여 있다. 2018.4.6

▲ 미세먼지로 야구경기 취소합니다 수도권지역 곳곳에 미세먼지 경보가 발령돼 서울·인천·경기지역 야구경기가 취소된 6일 오후 인천시 남구 인천SK행복드림구장 전광판에 경기 취소를 알리는 문구가 쓰여 있다. 2018.4.6 ⓒ 연합뉴스


지난 3월 24일 '2018 신한은행 MYCAR KBO리그' 정규 시즌이 개막한 이후, 4월 첫째주는 유난히 다른 때보다 경기가 적게 열렸다. 그럴만도 한 것이 4월 첫주에만 벌써 6경기가 각종 기상 악화로 인해 취소되었기 때문이다. 일단 취소된 경기들은 9월 이후 잔여 경기로 편성된다. 잔여 경기가 너무 많아질 경우 포스트 시즌 일정 편성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지난 5일 3경기가 취소되었다. 이날은 전국적으로 봄비가 많이 내린데다 기온까지 뚝 떨어지면서 정상적으로 경기를 진행할 수 없었다. 결국 남부 지역인 경남 창원 경기와 실내 경기였던 서울 고척 스카이돔 경기를 제외한 나머지 3경기(잠실, 인천, 대전)가 모두 취소되었다.

6일에는 비가 내리지 않았지만 이번에는 다른 기상악화 요소가 경기 진행의 발목을 잡았다. 전국적으로 미세먼지 특보가 내려지면서 경기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미세먼지의 경우 비나 눈 등과는 달리 육안으로 쉽게 확인할 수 없고 공기의 농도를 측정해야만 확인할 수 있다.

미세먼지, 쉽게 판단할 수 없어 미리 결정도 어렵다

6일 서울 송파구 잠실종합운동장 근처의 미세먼지 농도는 무려 377㎍/㎥까지 치솟았다. kt 위즈 파크가 있는 경기도 수원 장안구만 해도 340㎍/㎥이 측정됐고, SK 행복드림 구장이 있는 인천 남구도 306㎍/㎥를 기록했다.

고척처럼 돔 경기장이 아니라면 야구 같은 실외경기는 경기를 하는 선수들뿐만 아니라 경기를 관전하는 관중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서울에 미세먼지 주의보가 아닌 경보가 발령된 것은 역대 최초였고, 인천과 경기도 역시 서울보다 2시간 앞서 경보가 발령됐다.

몇년 전 미세먼지가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면서 KBO리그는 2016년에 미세먼지 농도에 의해서도 경기 취소 판단을 할 수 있는 규정을 새롭게 만들었다. 규정(규약 27조 3항)에 의하면 미세먼지 주의보(농도 150㎍/㎥를 넘겼을 때)가 발령되면 경기 진행 여부를 놓고 논의를 할 수 있다.

다만 어떠한 이유로든 취소 결정을 무조건 내려야 하는 절대적 기준치가 정해지진 않았다. 게다가 미세먼지 이외의 다른 기상 상황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같은 농도를 보이더라도 어떤 날은 취소되고 어떤 날은 그대로 진행할 수도 있다. 하지만 6일 경기처럼 농도가 300㎍/㎥을 넘었을 때는 성인들도 외출을 자제해야 할 경보 수준이라서 취소를 고민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아직까지는 300㎍/㎥ 농도가 나오는 날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나마 수도권에 비해 공기가 맑은 지방 5구장(대전, 광주, 대구, 창원, 부산)의 경우 아직까지 이렇게 심각한 적은 없었다. 서울도 실내 경기장인 고척 스카이돔은 경기장에 날씨의 영향을 받지 않는다.

미세먼지 농도 이외의 초미세먼지 농도 역시 요소가 된다. 초미세먼지는 2시간 이상 90㎍/㎥ 이상일 때 주의보, 180㎍/㎥ 이상일 때 경보가 발령되고 있는데, 환경부에 의하면 올해 7월부터 이 기준이 각각 75㎍/㎥, 150㎍/㎥으로 강화될 예정이라 경기 취소 여부를 논의할 확률이 더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 더 심각해질 미세먼지, 일정에 부정적 영향

문제는 미세먼지의 위험이 점점 더 심각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미세먼지의 대부분은 중국에서 넘어오는데, 봄철에는 황사까지 맞물려 6일처럼 심각한 경보가 또 발령될 수도 있다. 지금 당장은 미세먼지에 대한 뾰족한 대책이 없다.

앞으로도 꼭 봄철이 아니더라도 수도권의 각종 일정 등으로 교통량이 많아지는 시기가 오면 미세먼지로 인해 경기가 취소될 가능성이 있다. 게다가 올해에는 인도네시아의 자카르타와 팔렘방에서 아시안 게임이 열리기 때문에 8월 16일부터 9월 3일까지는 KBO리그 경기를 진행할 수 없다.

시범경기까지 줄이면서 정규 시즌 일정을 일찍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정은 더 길어질 수 있다. 인천 아시안 게임이 있었던 2014년만 해도 예상치 못한 시기에 비로 인하여 취소된 경기들이 많아지면서 한국 시리즈가 11월에 열렸다.

그러나 기상 악화로 인한 경기 취소는 미리미리 내릴 수는 없다. 미세먼지 주의보가 내려진다고 해서 무조건 경기를 취소할 수도 없다. KBO리그는 경기를 완전히 취소하는 것이 아니라 9월 이후 잔여 경기로 편성하여 남은 경기를 모두 치르기 때문에 일정이 빠듯해진다. 포스트 시즌이 늦춰질 수도 있지만, 그렇게 되면 너무 추운 날씨에 선수들의 경기력 저하와 부상 우려가 있다.

이 때문에 경기 취소 여부는 경기가 열리기 직전까지도 기상 상태를 지켜본 다음 결정하고 있다. 경기가 진행된 이후 노 게임 선언이 되기도 하며, 5이닝 이상을 진행한 경우 콜드 게임을 선언하기도 한다.

이렇게 될 경우 일단 관중들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기장을 왔다가 발걸음을 돌릴 수도 있다. 먼 지역에서 사는 팬이 1경기 직관을 위해 낮부터 시간을 비우고 경기장을 찾은 뒤, 경기가 끝나면 심야 교통편을 이용해 돌아가는 사람들도 있다.

그런데 헛걸음 가능성이 높아지면 이들 중 아예 경기장 관전을 포기할 수도 있어서 관중 동원에 악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미세먼지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지면서 일상 속에서 특보 메시지를 휴대전화로 알게 되는 시대이다. 바깥 일정을 자제하게 되는 만큼 경기 시간 및 왕복 시간을 포함하여 최소 5시간 이상을 야외에 있어야 하는 특성상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단순한 농도를 기준으로 경기 취소 기준을 만드는 것도 어렵다. 게다가 어떤 지역은 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고, 다른 지역은 초미세먼지 농도가 더 높아서 기준을 하나로 모을 수도 없다. 가장 좋은 시나리오로는 대기 상태가 좋아지기를 바랄 수 밖에 없다.

선수와 관중의 건강이 중요, 환경 개선책 모색도 필요

그렇다면 경기가 취소되었던 지역은 어땠을까? 6일 서울 송파구의 미세먼지 농도는 최고 426㎍/㎥까지 치솟았다. 인천 남구는 306㎍/㎥까지 올라갔고, 수원 장안구 역시 343㎍/㎥까지 올라갔다. 송파구는 기상청이 정한 경보 기준치 300㎍/㎥를 훨씬 넘어가는 농도로 경기는 커녕 야외에서 일상적인 생활을 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KBO리그의 조종규 경기운영위원장도 경기 취소 여부를 놓고 신중했다. 리그 사무국과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서 일단 인천과 수원은 가급적 경기를 진행해보려고 했다. 하지만 경기 시작 시각이 다가올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점점 올라가는 바람에 결국 6일에는 수도권 3경기가 모두 취소됐다.

일단 선수와 관중들의 건강을 생각하면 이런 날은 취소하는 것이 맞았다. 취소 결정을 남발하면 안 되겠지만, 날씨가 더 안 좋아질 수도 있음을 감안하면 이런 날이 또 반복될 수도 있다. 최악의 경우는 5경기가 모두 미세먼지로 인해 취소될 수도 있음을 각오해야 한다.

경기장에서 자체적으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보고자 시도하는 것도 방법이긴 하다. kt 위즈의 홈 경기장인 수원 kt 위즈 파크는 올해 처음으로 미세먼지 측정 및 저감 캠페인을 시행하고 있는데, 이 날도 경기 진행을 위해 여러 가지 방법을 동원했지만 결국 취소를 막지는 못했다.

일단 경기장 곳곳에 공기질 측정기가 설치되어 실시간으로 미세먼지 수치를 측정한다. 6일처럼 공기가 나쁜 날에는 경기 전에 스프링쿨러와 살수 드론을 이용해 인공강우를 살포하여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이라도 농도를 낮춰보는 방법이다. 먼지를 빨아들이는 공조기도 가동한다. 관중들에게 선착순으로 미세먼지 마스크팩도 증정한다.

6일에만 해도 kt 위즈 파크에서는 스프링쿨러 3대를 이용하여 그라운드 미세먼지 농도를 낮춰보려 했다. 그러나 살수 드론은 끝내 가동하지 못했다. 드론의 사용을 위해서는 사용하기 1주일 전에 행정안전부처로부터 승인을 받아야 하는데, 날씨의 변동과 같은 요소로 인해 미리 신청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러한 방법들은 일시적으로 경기가 진행되는 동안에만 어느 정도 효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기 때문에 이에 대한 별도의 대책이 필요하다. 미세먼지로 인한 취소가 너무 잦아질 수도 있으니 환경 변화에 따른 리그 일정의 변화 등도 모색할 시점이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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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스널 브랜더/서양사학자/기자/작가/강사/1987.07.24, O/DKU/가톨릭 청년성서모임/지리/교통/야구분석(MLB,KBO)/산업 여러분야/각종 토론회, 전시회/글쓰기/당류/블로거/커피 1잔의 여유를 아는 품격있는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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