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투하는 삼성 최충연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삼성 최충연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8

▲ 역투하는 삼성 최충연 28일 광주-KIA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 경기. 7회말 마운드에 오른 삼성 최충연이 역투하고 있다. 2018.3.28 ⓒ 연합뉴스


삼성 라이온즈가 마산 원정 마지막 경기를 잡아내며 '스윕' 당할 위기를 넘겼다. 김한수 감독이 이끄는 삼성 라이온즈는 5일 통합창원시 마산야구장에서 열린 '2018 신한은행 MY CAR KBO리그' NC 다이노스와의 원정경기에서 장단 13안타를 터트리며 4-1로 역전승을 거뒀다. 주중 3연전의 마지막 경기를 잡아낸 삼성은 이날 비로 인해 경기가 없었던 LG트윈스를 9위로 밀어내고 단독 8위가 됐다(4승 7패).

9회 1사 만루에서 박민우의 실책을 유도한 김상수가 행운의 결승타를 쳐냈고 마무리 장필준은 1군 복귀 2경기 만에 시즌 첫 세이브를 올렸다. 올 시즌 삼성은 선발 투수들의 부진 속에서도 한기주, 심창민, 김승현 등 불펜 투수들의 분전이 돋보이고 있다. 하지만 그중 작년에 비해 일취월장한 기량을 과시하고 있는 투수는 바로 입단 3년 차를 맞는 특급 유망주 최충연이다.

삼성이 기대했던 '차세대 에이스'의 험난한 프로 적응기

배영수(한화 이글스) 이후 대구, 경북 출신의 듬직한 에이스를 거느려 보지 못했던 삼성은 2014년 신인 드래프트를 앞두고 꿈에 부풀었다. 연고 지역에 경북고의 박세웅(롯데 자이언츠)과 상원고의 이수민이 동시에 나타났기 때문이다. 삼성은 고민 끝에 한 경기 26탈삼진 기록을 세운 좌완 이수민을 1차 지명 선수로 선택했다. 하지만 삼성이 포기한 박세웅이 10승 투수로 성장한 반면 이수민은 아직 1군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2년 후 삼성에게 또 한 번 비슷한 기회가 왔다. 이번엔 같은 학교, 같은 학년에 뛰어난 투수 2명이 동시에 등장한 것이다. 경북고 입학 후 급격히 키가 크며 구위도 함께 좋아진 우완 최충연과 2년 전 '놓친 고기' 박세웅의 친동생 좌완 박세진(kt 위즈)이었다. 두 선수 모두 청소년 대표에 선발되고 고교 랭킹 톱5안에 드는 뛰어난 유망주였지만 삼성은 신체조건(190cm 85kg)이 좋은 최충연을 선택했다.

올해는 강백호(kt 위즈), 양창섭(삼성 라이온즈), 곽빈(두산 베어스) 등이 신인 돌풍을 이어가고 있지만 당시만 해도 KBO리그에는 대형 신인의 등장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다. 최충연은 이 갈증을 풀어줄 적임자로 꼽혔고 류중일 감독(LG 트윈스) 역시 최충연을 1군에서 활용할 뜻이 있음을 밝혔다. 최충연은 스프링캠프부터 시속 147km의 강속구를 뿌리며 기대감을 더욱 높혔다. 하지만 '타자들의 전성시대'가 된 KBO리그에서 신인 투수가 자리를 잡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2군에서 시즌을 시작한 최충연은 2016년 8월 25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1군 데뷔전을 가졌지만 4.2이닝 5실점으로 무너졌다. 9월에도 두산과 NC를 상대로 선발 수업을 받았지만 두 번 모두 3이닝을 채 넘기지 못했다. 3경기 7.2이닝 11실점 2패 평균자책점 12.91. KBO리그 전체가 주목하던, 차세대 '푸른 피의 에이스'로 기대를 모았던 최충연의 루키 시즌은 그렇게 초라하게 막을 내렸다.

최충연은 작년 시즌에도 삼성의 5선발로 낙점됐지만 시즌 초반 6경기에서 3패 평균자책점 10.44를 기록하며 한계를 드러냈다. 최충연은 6월부터 불펜 투수로 변신해 6월2일 KIA전에서 데뷔 첫 승을 따내는 등 불펜에서 남은 시즌을 보냈다. 삼성 구단은 1군에서 비싼 수업료를 내며 최충연에게 경험을 쌓게 해줬지만 3승8패3홀드7.61의 성적은 최충연에게 기대했던 성적과는 거리가 멀었다.

6경기 7이닝 10K 무실점 행진

프로에서 2년을 보낸 최충연은 어느덧 '특급 유망주'에서 평범한 불펜 투수로 전락해 가고 있었다. 작년보다 50% 인상된 4500만 원에 연봉 계약을 체결했지만 확실히 최충연의 성장 속도는 기대에 미치지 못했다. 실제로 고교 시절 최충연보다 한 수 아래라고 평가 받았던 김대현(LG)은 작년 시즌 LG에서 5선발로 활약하면서 올해 7000만 원으로 연봉이 인상됐다.

최충연은 지난 스프링캠프에서도 혜성처럼 등장한 후배 양창섭에 밀려 큰 주목을 받지 못했다. 시범경기에서도 2경기에 등판했지만 1.2이닝 9실점(8자책)으로 크게 부진했다. 시범경기 평균자책점은 무려 43.20이었다. 삼성에서 전략적으로 키우는 유망주가 아니었다면 최충연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기는 불가능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충연은 시즌이 개막되자마자 전혀 다른 구위를 선보이며 삼성 불펜의 희망으로 떠오르고 있다. 시범 경기에서 1.2이닝 동안 9점을 주며 뭇매를 맞았던 최충연은 정규리그 개막 후 6경기에서 7이닝 동안 단 한 점도 내주지 않고 있다. 7이닝 동안 10개의 삼진을 잡았고 피안타율은 .160에 불과하며 볼넷은 단 한 개 밖에 허용하지 않았다. 만약 삼성의 초반 성적이 더 좋았더라면 최충연의 활약도 훨씬 돋보였을 것이다.

최충연은 5일 NC와의 원정경기에서도 1.2이닝 1피안타 3탈삼진 무실점의 완벽한 투구로 시즌 첫 승을 챙겼다. 0-1로 뒤진 7회 1사 1루 상황에서 등판한 최충연은 2사 후 박민우에게 안타를 맞았지만 전날 끝내기 홈런을 때린 김성욱을 포수 파울플라이로 잡았다. 삼성은 이어진 공격에서 이원석의 적시타로 동점을 만들었고 최충연은 8회에도 NC의 중심타자 나성범과 자비어 스크럭스를 삼진으로 잡아내는 호투로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삼성은 백정현이 선발 투수로 활약하고 있고 임현준의 활약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좌완 불펜진에 약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돌아온 마무리 장필준을 필두로 최충연,한기주,김승현,심창민으로 구성된 우완 및 사이드암 투수들의 활약은 김한수 감독을 흡족하게 하고 있다. 그리고 그 중심에는 프로 데뷔 3년 만에 드디어 삼성팬들이 바라던 구위를 선보이고 있는 '차세대 에이스' 최충연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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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삼성 라이온즈 최충연 푸른 피의 에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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