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운동이 영화계 전반을 강타하면서 국내 영화제들 역시 긴장하고 있다. 

지난 3월 29일 개봉했지만 출연배우들의 성폭력 사실이 공개되면서 당일 저녁부터 상영 중단 및 개봉 관련 행사를 취소한 영화 <인투 더 나잇>은 영화계에서 우려하던 상황이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경우다. '3년간의 제작기간과 홍대의 사계절을 담은 끈질긴 로케이션'으로 주목받았던 이 다큐멘터리는 하루만에 무너졌다.

 개봉 하루만에 미투 폭로 여파로 상영을 중단한 다큐멘터리 영화 <인투 더 나잇> 포스터

개봉 하루만에 미투 폭로 여파로 상영을 중단한 다큐멘터리 영화 <인투 더 나잇> 포스터 ⓒ 시네마달


현재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미투 폭로로 논란 중인 영화들은 개봉을 연기하거나 재촬영에 들어간 상태다. 일부 영화들의 경우, 개봉 후 미투 폭로가 나오기는 했으나 어느 정도 상영이 이뤄진 상태라 상대적으로 여파는 적었다. 개봉과 동시에 상영을 중단한 경우는 <인투 더 나잇>이 처음이다. 

긴 시간 어렵게 제작한 작품이라는 점에서 <인투 더 나잇> 배급사 측도 고심이 많기는 했다. 개봉 직전인 지난 3월 26일 <인투 더 나잇> 제작 배급사는 "영화의 주인공인 '더 모노톤즈' 멤버의 퇴출 관련 소식으로 심려를 끼쳐드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배급사 측은 피해 당사자분들로부터 가해자의 공식 사과와 퇴출이 된 상황에서 영화 상영이 2차 가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달받아 예정되었던 3월 29일에 규모를 최소화하는 형태로 개봉을 진행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개봉 취소에 따른 부담이 만만치 않았던 상태에서, 피해 당사자들 역시 개봉을 양해한 만큼 상영하겠다는 취지였다. 개봉 초기 계획된 관객과의 만남 등도 예정대로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그러나 개봉 당일인 29일 또 다른 멤버에 대한 미투 폭로가 나오면서 영화는 내려질 수밖에 없었다. 제작 배급사 측은 "극장에 비치된 홍보물 및 광고 영상을 폐기, 중단했다"며 "스토리 펀딩 참여자에게 제공할 기념품은 환불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어떠한 극장 상영이나 IPTV, 온라인 다운로드 서비스, DVD 발매 등 부가서비스를 진행하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당연한 결정"이라는 것이 제작 배급사 측 입장이나 3년 간 제작과 배급에 들어간 비용은 독립영화로서는 만만치 않은 액수다. 다행히 개봉 비용은 영진위 지원심사를 통해 지원받았으나, 부가서비스를 모두 포기하면서 제작에 들어간 비용은 손실로 떠안아야할 부담이 됐다. 

대책은 없고 문제없기를 바랄 뿐

 지난 3일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지난 3일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 ⓒ 전주영화제


문제는 단순히 개봉 예정 영화들에만 해당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올해 개최되는 국내 영화제들 역시 미투 폭로 가능성으로 인해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다. 영화제에서는 일반적으로 수십, 수백 편의 영화가 상영된다. 그런데 개막 즈음이나 영화제 중에 논란이 생길 경우 마땅한 대책이 없다는 게 고민거리다. 

지난 3일 열린 전주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이충직 집행위원장은 "특별한 매뉴얼은 없다"면서도 김기덕 감독이 베를린영화제에서 '작품과 인격'은 별개라고 한 부분을 언급하며 "선정작 중 문제가 발생했을 때 상영을 안 하는 게 옳은지에 대해 고민이 있다. 영화제를 통해 어떤 작품인지는 평가받아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사전에 알았다면 선정하지 않았겠지만 상영을 통해 평가를 받는 경우가 있을 것"이라며 "선정작이 상영 임박해 문제가 생길 경우 집행부가 회의를 열어 사회적인 분위기, 여론 등을 고려해 결정하겠다"고 덧붙였다. 닥쳐봐야 알 수 있을 뿐 딱히 마땅한 대비책이 없음을 토로한 것이다.

국내 다른 영화제 관계자 역시 "사전에 그런 문제가 있다고 하면 걸러낼 수 있겠으나 누가 어떤 일이 있었는지 전혀 알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터지기 전까지는 전혀 예측 불가능하다. 문제없길 바랄 뿐이다"고 말했다.

최근 불거진 김기덕 감독 문제가 국내 영화제 개최 전에 미리 드러난 것도 영화제 관계자들은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 만일 영화제 직전이었다면 난감한 상황을 겪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김기덕 감독이 해외 영화제에서 선보인 신작은 국내 영화제 등에서 보기 어려울 전망이다.

 19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19회 전주국제영화제 포스터 ⓒ 전주국제영화제


영화계에서 나오는 미투 관련 폭로 중에는 단편영화 제작 과정에서 성희롱이나 성추행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다. 장편으로 데뷔한 신인감독들도 미투 폭로가 나올 수도 있다. 수십 년 전 이야기도 나오는 상황이어서 주요 영화제 회고전 대상인 원로영화인들 역시도 자유롭기 힘들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국내 영화제들은 내부적인 문제도 발생하지 않도록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지난해 사무국 내부에서 성희롱 논란이 있었던 전주영화제 측은 "앞으로 발생할 사건을 예방하기 위해 스태프들이나 자원봉사자들에게 성폭력방지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강조했다. 6월에 개최되는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역시 이를 강화하겠다는 자세다. 

미투 영화제 인투 더 나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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